[이지연의 클럽 하우스] 조훈현 국수 ②바둑 고수의 인생&골프 철학

정명진 2025. 9. 10. 14:3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훈현 국수.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조훈현 국수(73)는 지난 2015년 출간한 '고수의 생각법'을 통해 바둑판에서 깨달은 자신의 인생철학을 공개했다.

다섯 살에 바둑을 시작해 열 살에 떠난 일본 유학길. 서른여섯에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마흔셋에 제자인 이창호 국수(50)에게 모든 타이틀을 빼앗기고 그의 인생은 바닥을 쳤다. 올라섰다가 떨어지고 또 올라서기를 반복하면서 5년 만에 다시 국수 타이틀을 탈환한 건 생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조 국수는 “제자에게 타이틀을 빼앗겼을 때는 괴로웠다. 하지만 어차피 누군가에게 빼앗길 거라면 제자가 낫겠다고 생각하니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바닥에 떨어져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천국이나 지옥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조 국수는 바둑도, 골프도 인생과 비슷하다고 본다. 바둑이 그러하듯이 골프도, 인생도 좋은 날만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고 별일 아닌 일에 신경 쓴다. 작은 실패에 연연하며, 사소한 것에 좌절하고 상처를 입는다.

그는 “골프를 인생에 비유하는 건 18홀 플레이 안에 인생 같은 스토리가 다 있기 때문이다.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있고, 위기를 넘기면 기회가 찾아온다”며 “결국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생각이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작은 일에도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생각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그 답을 알려주는 도구”라고 말했다.

바둑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머릿속에 판을 그리고 이기기 위한 전략이 짜야 한다.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끊임없는 태클을 받지만 묵묵히 수를 찾아야 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상대가, 내 공이 놓인 상황이 매번 다른 만큼 한 샷, 한 샷의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

조 국수는 ”세상사를 바둑판이라고 생각하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면 된다. 그게 바로 내가 바둑판에서 알게 된 생각이고 근성이다. 생각은 지식과 경험은 물론 긍정적인 마음,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생각은 선택과 행동으로 드러난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그 사람의 선택과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조 국수는 “큰 위기나 기회 앞에서 한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잘못을 인정하는지,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생각은 나무처럼 가지를 뻗고 자라는데, 가지가 잘못 뻗치면 계속 그 방향으로 자라게 된다. 그만큼 원칙과 도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바둑이나 골프나 정정당당히 실력을 겨루지 않는다면 오래갈 수 없다“고 말했다.

‘프로선수의 실력은 백지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다. 프로 바둑과 골프 모두 실력보다는 멘털이 승부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바둑도, 골프도 기 싸움이다. 표정이나 태도는 물론 행동도 자신만만해야 한다. 기 싸움은 상대적이다. 내가 불안하면 상대는 강해지고, 불안한 기운은 자신만만한 기운을 만날수록 악화된다.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할 때 경기는 그걸로 보나마나가 된다.

조 국수는 ”졌다고 생각하면 바둑은 끝이다. 하지만 역전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수를 찾다 보면 기회가 생긴다. 경험을 토대로 끝까지 자신만의 경기를 할 때 반전의 기회가 온다“고 했다.

‘타고난 승부사’로 불렸던 조 국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인생에서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조 국수는 “평생 우승 한 번 못하고 빛을 못 보는 선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인생이나 선수 생활이 의미 없는 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떠하든 최선을 다해 내 길을 가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골프칼럼니스트(스포츠교육학 박사) 사단법인 골프인 이사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