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들 ‘빵플레이션’ 고통… 아시아에서 가장 비싸[Who, What, Why]

노유정 기자 2025. 9. 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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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 인건비·재료·임대료 문제
식빵 500g 평균가 2.98달러
‘990원 소금빵’ 팝업매장 열풍
규격·단순화로 비용 아껴 가능
자동공정 대신 수제작 비중 ↑
판매관리비 등 추가비용 발생
자영업자 “폭리 취득은 아냐”

유튜버 슈카(본명 전석재·46)가 쏘아 올린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슈카는 팝업스토어 ‘ETF 베이커리’를 열고 프랜차이즈 소금빵 대비 3분의 1가량 저렴한 990원 소금빵을 선보였다. 이에 소비자들이 몰려들면서 “프랜차이즈 빵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슈카가 “자영업자를 비난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사과하며 지난 7일 잠정적으로 영업을 중단했지만 빵값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한국 빵값이 정말 비싼가= 한국 빵값이 비싼 편이라는 통계는 다수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지난 2019년 내놓은 전 세계 생활비 보고서에 따르면 빵 1㎏ 가격은 서울이 15.59달러(약 2만1599원)로 가장 비쌌다.

또 글로벌 생활비 통계 사이트 눔베오 조사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한국의 식빵(500g) 평균 가격은 2.98달러(약 4131원)로 조사 대상 124개국 가운데 자메이카와 함께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식빵 가격이 가장 높은 국가는 아이슬란드로 4.41달러(6114원)였고, 스위스(3.81달러·5282원)와 미국(3.66달러·5074원)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덴마크,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코스타리카, 오스트리아, 스웨덴 순이었다. 10위권 안에는 대부분 물가가 비싼 유럽 국가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는 빵값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다음으로 빵값이 비싼 아시아 국가는 싱가포르(2.42달러·3355원)였으며 21위에 그쳤다. 이어 홍콩 28위(2.26달러·3133원), 중국 43위(1.66달러·2301원), 일본 54위(1.51달러·2100원) 순으로 조사됐다.

빵 가격의 상승세도 가파른 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8월 빵에 대한 소비자 물가지수는 138.61을 기록했다. 기준 연도인 2020년에 비해 현재 가격이 38.61%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가 116.45로, 물가가 16.45% 오른 동안 빵값은 그 2배 이상으로 빠르게 치솟았다.

◇990원 소금빵에 열광한 소비자들= 이런 상황에서 슈카의 ‘ETF 베이커리’가 문을 열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슈카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빵값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고 언급한 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ETF 베이커리를 열고 염가에 빵을 판매했다. ETF 베이커리는 식빵 1990원, 치아바타 3490원, 복숭아 케이크 1만8900원 등 저렴한 가격을 자랑했다. 특히 소금빵은 990원으로,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가격(2600∼2800원), 일반 베이커리(3000∼4000원대)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금액에 판매했다.

소비자들이 오픈런을 불사하며 대란이 났다. ‘국내 빵값이 비싸다’거나 ‘제빵업자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몰렸다. ETF 베이커리에선 오전 11시 개점하자마자 1시간여 만에 빵이 매진되고, 오후 4시쯤 새로 구운 빵을 팔지만 이마저도 오후 6시 이후에는 완전히 동이 난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저렴한 빵값의 비밀= ETF 베이커리가 빵값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던 첫 번째 비결은 인건비를 낮춘 것이다.

공주대 산학협력단이 공정거래위원회 의뢰로 수행한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 경쟁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빵은 제조 비용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28.7%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식품제조업 평균(8.1%)의 3배가 넘으며 과자류(14.3%), 커피 및 코코아(13.1%), 음료류(9.0%), 면류(8.2%), 제당(5.1%), 식용유지(4.1%), 제분(3.9%) 등보다 현저히 높다. 2018∼2022년 전체 식품제조업 인건비 비중은 0.3%포인트 낮아진 사이 빵류의 인건비 비중이 12.1%포인트 상승했다.

빵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만들다 보니 자동 공정을 이용하기보다 사람이 직접 제조하는 비중이 크다. 인건비가 다른 식품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슈카는 ETF 베이커리와 관련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빵 모양을 규격화, 단순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ETF 베이커리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전문점과 다르게 판매관리비를 아낄 수 있었다. 공정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빵 원가에서 할인행사, 가맹점 지원 등이 포함된 판매관리비의 비중이 32.4%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관리비는 재료비(31.6%), 노무비(16.8%), 제조경비(9.4%) 등을 넘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계 관계자는 “판매관리비에는 멤버십 할인, 광고비, 배달 수수료도 포함되는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니까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ETF 베이커리는 슈카 개인의 인지도가 커 광고비도 들지 않았고, 경쟁을 지속해야 하는 상설 매장도 아니라 판매관리비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허탈·분노= 빵값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자 자영업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빵은 원가 절감이 어려우며, ETF 베이커리와 같은 단기성 팝업스토어와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1) 씨는 “말도 안 된다.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 다들 소금빵을 팔고 있지 않겠나”라며 “임대료, 인건비도 점차 오르는데 박리다매로 반짝 장사하고 마는 팝업스토어랑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밀가루와 설탕 등 주요 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부의 낙농업 보호 정책에 따라 공급자가 우유 가격을 결정하는 등 구조적 문제도 빵의 원재료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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