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디지털 전환 시대의 새로운 엔진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5. 9. 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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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과 데이터의 중요성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해외의 대형 유통기업이 연말 성수기를 망친 이야기인데, 당시 그 회사 경영진은, 황금시즌을 앞두고 회사재고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추가 주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시즌에 돌입하자 판매속도는 경영진의 예상을 뛰어넘었고, 재고소진이 일찍되어, 많은 고객들은 떠났고, 결국 경쟁사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높여준 대참사가 일어났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영업팀과 물류팀, 본사의 데이터가 제각각 흩어져 있어 경영진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그 사건이후 기업은 전사적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Driven Decision Making) 체계를 도입했다. 고객의 구매 패턴, 물류 흐름, 생산 계획까지 하나로 연결하고,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미래 수요를 예측했다. 그 결과 재고 부족 문제는 사라졌고, 고객 맞춤형 프로모션으로 매출은 크게 반등했다. 데이터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이끄는 ‘엔진’이 된 것이다.

지금은 국내 대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을 내세웠지만, 사실 그 뒷배경에는 철저한 데이터 분석이 있었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상품이 언제 가장 많이 팔릴지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물류센터 배치를 최적화한다. 고객이 “오늘 밤 주문한 물건을 내일 아침에 받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물류 속도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 덕분이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데이터를 연결해 이용자 맞춤형 광고와 상품 추천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많이 팔린 상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검색 기록과 관심사를 반영해 가장 적합한 상품을 제안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판매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만족도를 높이는 Win-win 전략이다.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서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 수십 개국의 부품 공급망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여 특정 지역의 위기나 원자재 가격 변동이 발생하면, 생산 계획을 신속히 조정한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직관의 시대에서 데이터의 시대로

과거에는 경험 많은 경영자가 ‘감(感)’으로 시장을 읽고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요즘 시장은 너무 복잡하고 빠르다. 제품 주기는 짧아지고, 고객의 취향은 순식간에 변한다. 직관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여준다. 예컨대, 고객이 최근 어떤 상품을 검색했는지,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포기했는지, 리뷰를 어떻게 남겼는지까지 분석하면 그 고객이 곧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할 수 있다. 데이터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시그널이 된다.

또한, 데이터는 정제하지 않으면 쓸모없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원유는 그냥 땅속에 묻혀 있을 때는 아무 쓸모가 없다. 정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휘발유나 플라스틱처럼 쓸모 있는 자원이 된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모아두는 것만으로는 아무 가치가 없다. 이를 정제하고 분석해 경영자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야 한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보고서 작성용’으로만 활용한다는 점이다. 숫자와 그래프 몇 장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단순한 보고가 아니라, 실시간 대응과 미래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경영 혁신의 방식이다.

하지만, 데이터만 믿다가는 ‘환각’에 빠진다. 물론, 데이터에도 함정은 있다. 최근 인공지능에서 자주 언급되는 ‘환각(Hallucination)’ 문제처럼, 데이터 해석이 잘못되면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을 낼 수 있다. 단기 데이터만 보고 특정 제품의 인기를 과대평가하거나, 외부 변수를 간과해 위험을 키우는 경우가 그렇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수치와 그래프가 아무리 정교해도, 최종 판단은 사람의 지혜와 책임에 달려 있다. 데이터는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올바르게 쓰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 데이터 기반 체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의 핵심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다. 결국 모든 길은 데이터 활용 능력으로 이어진다. 데이터를 빠르게 모으고, 정확히 해석하고, 전략으로 연결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두 가지 질문에 달려 있다.

첫째, “우리는 데이터를 얼마나 잘 모으고 있는가?”

둘째, “그 데이터를 얼마나 현명하게 활용하고 있는가?”

데이터는 기업의 심장이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데이터는 기업의 혈관을 흐르는 피와 같고, 심장을 뛰게 하는 에너지다. 보이지 않지만 그것 없이는 기업이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다.

21세기에 있어 데이터 기반이 아닌 기업경영은 날개 없는 새와 같다. 지금이야말로 데이터를 단순히 쌓아두는 창고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엔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고, 더 크게 도약하는 길이다.

[이형용 한성대 교수, 미래융합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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