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스커버리제 도입 '시동'…中企 기술탈취 방지 울타리 만든다

세종=오세중 기자 2025. 9. 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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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 앞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 김완기 특허청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의 기술탈취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증거 개시 제도를 도입해 더 이상 중소기업이 기술탈취로 피해 입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중기부는 10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중기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8월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술탈취 근절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과 부처 간 충분한 논의, 그리고 민·관 합동 간담회를 통한 현장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마련됐다.

중기부에 따르면 그동안 현장간담회 등에서 나온 '기술탈취 피해 입증이 어렵고 소송에서 승소하여도 손해배상액이 낮아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기업 현장 의견이 대책에 반영됐다.

최근 벤처기업 협회 설문조사에서도 기술침해 소송 과정의 애로사항 중 증거수집 곤란이 73%를 차지했으며, 판결문 분석 결과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인용한 금액은 평균 1억4000만원으로 피해기업이 청구한 평균 금액 8억원의 17.5% 수준에 불과했다.

대책의 기본 방향은 △피해기업이 불리하지 않은 소송 환경 △침해 당한 기업이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보상 △기술탈취를 막는 든든한 울타리 제공이다.

중기부,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 도입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중기부는 우선 기술탈취 대응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피해 기업의 소송 부담을 덜고 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를 도입한다.

구체적으로 기술자료·특허·영업비밀 침해 관련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현장을 조사하고 그 결과가 증거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전문가 사실조사 제도를 마련한다. 법정 밖에서 진술 녹취와 불리한 자료 파기 등을 하지 못하도록 자료보전명령 제도도 도입한다.

법원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중기부, 공정위 등 행정기관에 행정조사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해 기술침해 여부 판단을 돕고 신속한 재판을 유도할 예정이다.

또 법원이 중기부에 요구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를 현행 행정조사 관련 자료에서 디지털 증거자료까지 확대한다. 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하는 경우 자료를 미제출하는 경우에는 5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도록 하여 행정조사를 통해 충분한 자료 확보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사건 단계별 행정조사를 강화한다.

접수 단계에서는 기술탈취 피해기업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익명으로도 제보할 수 있도록 한다. 조사 단계에서 중기부는 별도의 신고 없이도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직권 조사를 도입하고 공정위는 기존 직권조사를 기술탈취 빈발 업종 중심으로 강화해 법 위반행위를 적발·제재한다.

조치 단계에서는 현재 시정권고에 불과한 중기부 행정조사의 제재 수준을 시정명령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중대한 위법행위인 경우 과징금 부과도 추진한다.

해킹, 불법 취득한 영업비밀을 누설하는 재유출 행위 등 신종 수법에 의한 기술유출도 영업비밀 침해행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에 대한 처벌 대상에 브로커행위, 미신고 수출을 포함하고 벌금을 현행 최대 15억원에서 최대 65억원으로 상향한다.

손해배상액 현실화…전문기관 운영으로 배상 투명화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중기부는 침해당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입한 비용도 소송에서 기본적인 손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손해액 산정기준을 개선한다.

아울러 피해기업의 기술과 유사한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연구개발비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피해기업이나 법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 피해기업의 연구개발비 범위를 산출하고 이를 손해배상 소송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법관의 재량으로 많이 판단되는 손해액의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법원이 평가 역량 있는 전문기관에 손해액 산정을 촉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현재 손해액 산정지원 사업을 통해 피해기업에게 손해액 산정을 지원하고 있는 기술보증기금 중앙기술평가원을 '중소기업 기술손해 산정센터'로 확대해 손해액 산정의 전문성을 높일 예정이다.

나아가 손해액 산정 시 필요한 기술침해 소송판례, 기술개발비용 정보, 기술거래 정보 등을 기술보호 정보 제공 온라인 플랫폼인 기술보호 울타리로 통합 수집·관리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기술침해 피해기업, 중소기업 기술손해 산정센터, 법원 등이 요구할 경우 제공해 소송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부처 합동 기술보호 설명회를 연 5회로 확대 개최하고 찾아가는 기술보호 교육을 신설해 기술보호 정책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을 대기업 수준의 기술유출 예방·사후 대응 역량을 갖춘 선도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 중기부 R&D 수행기업 중 정부출연 10억원 이상 연구과제에 대해 조기경보 모니터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피해 중소기업들이 어느 부처에 신고해야 할지 몰라서 겪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기술탈취 근절 범부처 대응단'과 '중소기업 기술분쟁 신문고'도 신설한다.

특허청 및 경찰청의 기술경찰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첨단산업, 제조업 분야 중심으로 기획·인지 수사,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오늘 발표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정과 신뢰에 기반한 공정성장 경제환경의 실현"이라며 "대책이 실효성 있게 현장에 안착하도록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세밀하게 정책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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