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 임박한 날…안창호의 의심스러운 “빨리 빨리 빨리” [ㄷㄷㄷ, 인권위 그날⑦]

고경태 기자 2025. 9. 1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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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9일 상임위에 던져진 어떤 안건
‘내란죄 피의자’ 대통령 윤석열이 2024년 12월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대가 국회 본청에 난입하는 일을 벌였음에도 그는 한 달 넘게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대통령실 제공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가인권부’가 아닌 것은 합의제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독임제와 달리, 여야가 함께 구성한 위원들이 합의해서 의사결정을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도 같은 성격이다. 인권위, 방통위가 상설기구인 반면, 진실화해위·이태원특조위처럼 법률로 기간을 정한 한시 기구도 있다.

위원회 회의는 공식 기록된다. 위원 전체가 참여하는 전원위원회가 열리면, 반드시 지난번 회의 기록에 오류가 없는지 먼저 점검한다. 회의록엔 녹취된 위원들의 모든 말이 기록된다.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순간은 회의록에 담긴다. 2025년 2월10일을 중심으로 인권위 회의록을 본다. 인권위원들을 본다. 출범 24년 만에, 최대 위기에 처한 인권위를 본다.

‘ㄷㄷㄷ, 인권위 그날’은 매주 수요일 독자들과 만난다.

반격이었다.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2024년 12월31일의 일이다. 비상계엄 선포에 연루된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군 장성과 경찰 수뇌부가 줄줄이 구속됐으나, 대통령 윤석열은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건재했다. 2025년 새해가 밝았다. 그가 1월1일 낸 신년 메시지는 당당하기만 했다.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1월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한남동 관저로 들어가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결과는 맥없는 실패였다. 대통령경호처는 저항했다. 관저 앞으로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이 태극기를 들고 결집했다. 6일 아침엔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다며 국민의힘 의원이 40여명 모였다. 7일 오후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이 다시 발부됐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로 예정된 14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윤석열 체포’가 초미의 관심사이던 9일, 국가인권위원회 제1차 상임위원회가 열렸다.

김용원 위원 : 이거 하고 관련해서 지금 12월3일에 있었던 계엄 선포, 해제, 그리고 그 뒤의 탄핵, 헌법재판소의 변론준비기일 진행, 공수처의 수사기관들에 의한 대통령을 제외한 책임자들에 대한 구속,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체포 시도 이런 것들이 우리 전 국민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지대한 사안임은 그 누구도 부인을 하지 못할 겁니다.

이게 바로 국민 모두의 인권에 전반적으로 아주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하는 점에 대해서는 그 어느 누구도 부인을 할 수 없을 것이고, 지금 작금에는 탄핵 부분하고 체포 부분하고 관련해서 대규모 군중시위가 일어나고 있고 군중 간의 충돌도 염려가 되는 실정이고 그런 사태로 간다면 국가적인 무질서 상황이 전개될 것 같습니다.

2025년 1월6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안에서 경호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경호처 직원들. 그보다 3일 전인 1월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한남동 관저로 들어가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김용원 상임위원이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규선 상임위원은 그 발언의 정확한 취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이날 이충상 상임위원은 연가를 내고 불참했다.

안창호 위원장은 이날 상정된 안건 처리를 마치고 갑자기 2024년 마지막 전원위에서 기각된 ‘대통령의 헌정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및 의견표명의 건’(비상계엄 직권조사 건)에 대한 후속 조처를 언급했다. 안건도 아니었다. 별 내용도 없었다. 국회에 발의된 54개의 계엄 관련법 개정안과 탄핵을 둘러싼 군중시위에 대한 모니터링에 관해 담당 국장에게 물었을 뿐이다. 그런데 안 위원장 말이 끝나자마자 김용원 위원이 “이거 하고 관련해서”라며 운을 떼더니 대통령 윤석열의 체포를 둘러싼 최근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김용원 위원 : 이런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이런 국가적인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표명하거나 국가기관에 대한 권고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조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된다. 그런 조치의 내용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지만, 그러나 어쨌든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고 그 구체적인 방안의 타당성 여부에 관해서 위원들이 신중하게 심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제가 다른 위원 4명, 저 포함해서 5명의 공동발의로 ‘12월3일 계엄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극복 대책 권고의 건’ 안건을 어제 제출을 한 상태입니다. 신속하게 위원들한테 배포가 돼서 위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어제 제출해서 어제 배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위원장 안창호 : 어제 배포가 됐죠?

침해조사국장 서수정 : 위원장님 결재 절차 진행 중에 있습니다.

김용원 위원 : 하여튼 이 회의 마치고 신속하게 배포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위원장 안창호 : 일단 안건이 제출이 됐고, 그래서 긴급안건으로 해서, 지난번에도 계엄 관련해서 목요일날 제출이 돼서 그다음 주 월요일에 전원위원회에 회부됐었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지금 우리 김용원 위원께서 이렇게 긴급안건으로 어제 내서 오늘 중에서 안건에 대해서 배포가 되고 다음 주 월요일에 이 안건과 더불어서 같이 논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용원 위원 : 오전 중으로 배포가 될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원장 안창호 : 지금 어디까지 결재가 됐습니까? 총장님 결재가 됐습니까?

침해조사국장 서수정 : 저희가 지금 상임위원회가 오전 9시 반에 시작이 돼서 과장까지는 결재가 되고 제가 지금 결재가 남았습니다.

위원장 안창호 : 결재 빨리하시고, 그래서 빨리빨리 진행해서 우리 위원님들이 오늘 중으로 오후에는 보실 수 있도록 그렇게 조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2025년 새해가 밝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지지자들이 서울 한남동 관저로 모이기 시작했다. 1월12일 오후 관저 인근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 시민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계엄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극복 대책 권고의 건’이 처음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 대중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하는 순간이었다. 김용원 위원에 따르면, 이미 5명의 위원이 공동발의 절차를 완료해 안건을 제출했으므로 다음주인 1월13일 전원위원회에 상정해달라는 이야기였다. 나중에 밝혀진 명단에는 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늘 이들과 행보를 함께 해오던 이충상 위원이 빠진 점 눈에 띄었다. ‘국가적인 위기 극복 방안’이라고만 명명돼 실체는 알 수 없었다.

무언가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안창호 위원장은 전날 이 안건이 긴급안건으로 제출됐다며 사무처에 신속한 결재를 독려했다. “결재 빨리하시고, 그래서 빨리빨리 진행해서”라며 ‘빨리’라는 말을 세 번이나 했다. 이 말 속에 이 안건을 대하는 안 위원장의 적극적인 태도가 담겨 있었다. 안창호 위원장을 최종 결재자로 한 안건의 결재 계선상에 있는 이석준 사무총장과 서수정 침해조사국장은 본인 결재를 남겨두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안건을 이미 보았을 것이다. 이들은 안 위원장의 ‘신속 처리’ 요구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다. 남규선 위원만 모르고 있었다.

이날 남 위원은 원민경·소라미 위원과 함께 공동발의한 또 다른 안건에 관해 물었다. 바로 이틀 전 제출한 ‘폭력적인 언동에 의한 인권위원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의 건’(폭언 재발방지 안건)이었다. 그동안 회의장에서 막말과 폭언 논란을 빚어온 김용원 위원에게 공식 대응하는 안건이었다. 2024년 12월19일 김용원 위원이 뱉은 “입 좀 닥치세요”라는 발언에, 이제는 더는 참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터였다. 대표발의자는 소라미 위원이었다. 여기에 대한 안 위원장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2025년 1월3일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1차 체포 영장 집행이 무산된 뒤, 7일 체포영장이 법원으로부터 다시 발부됐다.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있던 9일 오전 관저 일대엔 긴장감이 흘렀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남규선 위원 : 또 다른 위원님들이 제출한 전원위원회 안건은 어떻게 지금,

위원장 안창호 : 어떤 거죠?

남규선 위원 : 소라미 위원님이 대표로 제출한 게 있을 건데요.

위원장 안창호 : 어떤 거였었죠?

침해조사국장 서수정 : 저는 연락을 못 받았는데요.

남규선 위원 : 연락을 못 받았다고요?

위원장 안창호 : 뭔가 하나 내기는 내셨는데 소라미 위원님이 뭐였죠?

운영지원과장(간사) 송호섭 : 인권위원 발언이라든가 이런 것 관련해서입니다.

위원장 안창호 : 발언 그거요? 그거는 다음에 한 번 하도록 하시죠.

남규선 위원 : 아니 진작에,

위원장 안창호 : 그거는 긴급안건으로 올리지를 않았어요.

남규선 위원 : 진작에 제출,

위원장 안창호 : 며칠 안 됐어요. 우리가 이 안건 심의에 대해서 배포한 다음에 들어온 사안입니다. 그래서 그거는 다음에 우리가 논의하자 그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남규선 위원 : 아니죠. 그럴 사안이 아닙니다. 지금 이거 제출한 지가 꽤 됐고요.

안창호 위원장은 “다음에 한번”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안건 상정을 미뤘다. 앞서 “빨리빨리”라는 말과는 극도로 대비된다. 실무 간부가 “안건이 제때 접수됐다”고 보고하자 이번에는 “긴급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고 방어선을 친다. 남규선 위원의 요구를 따라 이 안건을 다음 전원위에 올릴 수 없다는 거였다.

‘긴급안건’이라는 용어는 인권위법에도, 인권위 운영규칙 어디에도 없다. 김용원 위원이 ‘긴급안건’이라고 이름 붙였을 뿐이다. 실제 긴급안건으로 서둘러 처리해야 하는지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었다. 안창호 위원장은 김용원 위원에게 ‘긴급’의 사유를 묻지 않았다. 안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질문도 하지 않았다. 반면 남규선 위원의 안건에는 “긴급안건으로 제출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2024년 9월12일 안창호(왼쪽) 인권위원장은 대통령 윤석열로부터 인권위원장 임명장을 받았다. 두 사람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위원장 안창호 : 그거는 어제 그저께 됐습니까?

운영지원과장(간사) 송호섭 : 어저께 들어왔습니다.

위원장 안창호 : 그것도 어제 들어왔나 보네요.

남규선 위원 : 예

위원장 안창호 : 정식 안건으로 들어왔는데 그거는 긴급안건으로 들어온 게 아니기 때문에.

남규선 위원 : 긴급안건으로 들어간 겁니다.

위원장 안창호 : 아닙니다. 거기에 그런 말이 전혀 없었어요.

남규선 위원 : 긴급으로 제출합니다.

위원장 안창호 : 일단은 그거 하시죠.

남규선 위원 : 위원이 제출하면 되는 거죠. 왜 안 됩니까? 왜 다른 안건은 되고 이건 안 됩니까? 무얼 가리고 싶은 게 있습니까?

위원장 안창호 : 그게 아니라 긴급안건으로 제출이 안 됐어요.

남규선 위원 : 긴급안건으로 제출이 됐습니다.

위원장 안창호 : 안 됐어요.

남규선 위원 : 그러면 어떤 것이 긴급안건이고 어떤 것은 긴급안건이 아닌가요?

김용원 위원 : 당사자가 한 말씀 드리죠. 지금 침해1소위 결정하고 관련해서 어제도 여기 와서 ‘김용원 사퇴하라’ 하고 있고 그 발언에 대해서 벌써 한겨레, 경향 등등으로 질타를 받고 있고 그 이상의 대책을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그 대책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고요. 언제든지 뭘 해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걸 갖다가 긴급안건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그런 식으로 하자면 이렇게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억지소리를 끝없이 해대는 이런 것에 대해서 대책은 왜 필요가 없는 거죠?

위원장 안창호 : 이제 그만하시고요.

김용원 위원 : 안건하고 아무 관계도 없는 억지소리 중언부언하고 반복적으로 억지소리 해대서 회의 못 하게 하는 그런 것은 대책이 필요 없나요? 어쨌든 균형 잡힌 생각이 필요할 것 같고요.

남규선 위원 : 김용원 위원님이 지난 1년 반 동안 그렇게 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김용원 위원 : 1년 반 동안 나는 그렇게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남규선 위원 : 회의록 보십시오.

김용원 위원 : 나는 중언부언한 적도 없고 구체적인 문제점을 시작해서 이야기를 했고,

남규선 위원 : 회의 안건 상정도 못 하게 했습니다.

김용원 위원 : 억지소리, 거짓말 이런 것 하지 마세요. 회의 마쳐주시기 바랍니다.

김용원 위원의 완벽한 승리였다. 그는 “억지소리·중언부언”이라면서 깎아내리는 말투로 남규선 위원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결국 이날 안 위원장은 1월13일 전원위원회에 김용원 위원이 대표 발의한 ‘​계엄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상정하기로 했고, 남규선 위원의 ‘폭언 재발방지 안건’ 상정 요구엔 확답을 하지 않은 채 회피만 했다.

이날 상임위를 복기해보면,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의 대화는 합이 딱딱 맞는 느낌이다. 두 사람 사이에 안건 내용에 대해 이미 협의가 됐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자연스레 든다. 상임위는 오전 10시49분에 종료됐다. 그리고 오후 ‘국가적 위기극복 대책’이라는 추상적인 이름에 숨어있던 안건의 구체적인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상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안건에는 다음과 같은 판단이 담겨있었다.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대하여 이것이 누구에게도 일견하여 ‘대한민국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고, 그렇다면 헌법재판소가 비록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 위반을 이유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 결정에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윤석열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 직후 헌법 규정에 따라 계엄을 해제함으로써 헌법을 준수하였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2024년 1월9일 제1차 상임위원회 참석자

위원장 안창호(68)/검사·헌법재판관 역임 **윤석열 전 대통령 지명

상임위원 남규선(62)/민가협 총무 및 인권위 공보담당관 역임 **더불어민주당 추천

상임위원 김용원(70)/검사 및 변호사 역임. **윤석열 전 대통령 지명

(나이는 2025년 기준)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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