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품에 안긴 애경산업…어떤 시너지 노리나
'AGE 20’s' 흔들리자 실적도 급락
태광 자금력과 유통망으로 재도약

애경그룹이 결국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을 태광그룹에 넘겼다.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회사를 매각한 것은 그만큼 재무 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제 남은 것은 70년 역사의 생활용품·화장품 기업이 태광의 자금력과 유통망을 등에 업고 반등할 수 있을지 여부다.
위기의 애경그룹
업계 등에 따르면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구성한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대상은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지분 약 63%다. 인수 금액은 4000억원대 후반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약 4300억원)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2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애경그룹이 그룹의 모태 기업까지 매각하게 된 것은 재무구조 악화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항공과 유통 계열사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룹 전반이 흔들렸다. 제주항공은 하늘길이 막혀 정상 운항이 어려웠다. AK플라자 역시 소비 위축과 경쟁력 약화 등으로 부진에 빠졌다.

결국 계열사들의 적자를 떠안은 AK홀딩스는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연결 기준 순차입 부채는 지난해 말 2조원을 넘어섰다. 부채비율은 2020년 233.9%에서 2024년 328.7%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지난해 말 무안에서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여파로 제주항공은 물론 그룹 전체 주가가 급락했다. 아울러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애경케미칼 실적까지 악화하면서 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애경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먼저 골프장 중부CC를 매각했다. 이어 애경산업까지 내놓게 됐다. 이번 매각으로 그룹은 약 8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그룹 내 주력 계열사는 제주항공, 애경케미칼, AK플라자만 남게 됐다.
그룹의 모태, 애경산업
애경산업은 그룹의 모태 기업이 된 생활용품·화장품 전문기업이다.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해 1985년 현재의 법인을 세우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세제 '스파크', 샴푸 '케라시스' 등 생활용품 브랜드와 화장품 '루나', 'AGE 20's' 등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특히 AGE 20's의 '에센스 커버 팩트'는 홈쇼핑에서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으며 2010년대 K뷰티 전성기를 이끌었다. 애경산업은 2018년 코스피 상장 이후 안정적 매출원인 생활용품과 고수익 화장품 부문이 맞물리며 그룹 내 가장 탄탄한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시장 부진과 화장품 경쟁 심화로 주력 브랜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9.3%, 39.1% 급감했다. 특히 화장품 부문의 타격이 컸다. 상반기 화장품 매출은 1263억원으로 25% 줄었다. 영업이익은 65% 급락한 82억원에 그쳤다. 중국 매출은 645억원으로 23% 축소되며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
태광과의 시너지 기대
태광 품에 안긴 애경산업은 이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의 브랜드와 유통망에 태광의 자금력과 해외 네트워크가 더해지면 본격적인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다. 현재 애경산업은 화장품 매출의 약 70%가 해외에서 나온다. 이 중 80%는 중국에 집중돼있어 리스크가 크다. 애경산업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 동남아, 일본 등으로 판로를 확장 중이다.
지난해 미국 아마존 채널에서 AGE 20's 마케팅을 강화했다. 일본에서는 루나 모델 '레이'를 앞세운 도쿄 팝업스토어를 열고 신규 오프라인 매장과 SKU(제품 수) 확대에 나섰다. 신생 브랜드 '투에딧'은 미국 현지 오프라인 채널에 진출해 괌·하와이 돈키호테와 미니소 일부 매장에 입점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 소비 침체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면서도 "여전히 중국 시장이 가장 중요하지만 점차 타 국가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채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홈쇼핑과 온라인몰이 주력이었다면 올해는 다이소가 새로운 판매 채널로 급부상했다. 에이솔루션과 투에딧, 2080 등이 다이소를 통해 매출 볼륨을 키우고 있다. AGE 20's와 루나는 올리브영에서 굳건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태광의 홈쇼핑 계열사를 활용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라이브커머스와 방송을 통해 뷰티·생활용품 판매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경산업은 오는 2027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글로벌 메가 브랜드 육성, 디지털 유통채널 경쟁력 강화, 프리미엄 라인 확대를 통해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기준 생활용품과 화장품 매출 비중은 각각 61%, 39%였다. 하지만 향후에는 화장품 비중을 48%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의 브랜드 자산과 유통망에 태광의 투자 여력이 더해지면 사업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라며 "실제 성과는 포트폴리오 재편과 디지털·해외 전략 실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다이 (neverdi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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