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비난했던 '성인지 예산', 새 정부에선 4.1% 늘었다
李 대통령 성평등 철학에
각 부처가 추진하는 사업
26조7900억 원으로 집계

전임 정부 시절 대폭 축소됐던 '성인지(性認知) 예산'이 새 정부 들어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 삶에 기회를 여는 성평등'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이재명 정부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9일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2026년도 성인지 예산서'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에 시행 예정인 성인지 관련 사업의 전체 예산은 26조7,933억 원으로, 올해(25조7,312억 원)보다 4.1% 증가했다.
성인지 예산이란 각 부처가 담당하는 사업 가운데 성평등 추진 정책에 배정된 예산을 별도로 분류한 것이다. '경력단절 여성 취업 지원'(고용노동부)이나 '아이돌봄 지원'(여성가족부), '여성기업 육성'(중소벤처기업부) 사업 등이 성인지 예산에 포함된다. 국가재정법은 정부가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해 성평등 기대효과를 분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 기준 성인지 관련 사업을 가장 많이 추진하는 곳은 여가부(24개)다. 보건복지부(22개)와 노동부(15개), 중기부(13개)도 성인지 사업이 활발했다. 예산 규모로 따졌을 땐 복지부(5조6,229억 원)와 노동부(2조8,795억 원), 중기부(1조1,442억 원) 등 순으로 많았다.

성인지 예산은 지난 정부에서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이던 2022년 2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정부가 '성인지 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원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돈의 일부만 떼어내도 북한의 핵 위협을 안전하게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별도의 예산 항목을 편성해 성인지 사업을 추진해온 것처럼 호도한 발언으로, 젠더 문제를 선거에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성인지 예산 규모는 축소됐다. 2021년 35조2,854억 원이던 성인지 예산은 지난해 23조6,971억 원으로 30% 넘게 쪼그라들었다.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추진했던 만큼, 성평등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에서 다양한 여성 지원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여가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되는 등 성평등 정책이 강화되는 만큼 향후 성인지 예산의 증가가 예상된다.
세종=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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