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 대표는 정말 ‘여의도 대통령’인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내란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말했다. 국민의힘 의석을 향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명심하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더 강화한 3대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연설 중 ‘내란’은 26번, ‘청산’은 19번 언급했다. 반면 ‘협치·통합’이란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정 대표와 장동혁 국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좀 더 많이 내어 달라”고 했다. “야당 통한 목소리도 많이 듣겠다” “야당도 주요한 국가기관”이라며 협치도 강조했다. 정 대표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대통령 앞에서 야당 대표와 첫 악수를 하기도 했다. 그래 놓고 하루 만에 국힘 전체를 ‘내란 세력’으로 몰며 특검 수사와 정당 해산을 압박한 것이다. 이 대통령 말대로 ‘더 내어 준’ 게 아니라 국힘을 말살시킬 수 있다는 연설을 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24시간도 안 돼 정반대 말을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청 해체 등에 대한 야당 반대에 “야당 의견도 듣고 논의하면서 진행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 대표는 연설에서 “검찰 부패의 뿌리는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이라며 해체를 강행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좋은 말’을 하고 민주당 대표는 ‘악역’을 하는 역할 분담을 한 것인지, 정 대표가 대통령을 제치고 독주하는 것인지 국민은 알 수가 없다. 야당은 정 대표를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더 심각하다. 얼마 전 이 대통령이 검찰청 폐지와 관련해 “졸속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지 사흘 만에 민주당은 폐지 날짜부터 잡았다. 대통령실이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방송법이 필요하다. 이것이 대통령 생각”이라고 한 지 6시간 만에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서 방송법을 일방 처리했다. 6시간 만에 국민 공감대가 생긴 것인가. 정 대표가 국힘 ‘반탄파’와는 대화와 악수도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도 이 대통령은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초반 대통령과 여당 관계에서 처음 보는 풍경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거치며 이 대통령 충성 세력이 당 전체를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나라에서 집권 초부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엇박자를 낸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실제 벌어지는 일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계속 상반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민은 누구 말을 들어야 하나.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불법이민자 출신’ 래퍼 니키 미나즈, 트럼프 손 꼭잡고 “1호팬”
- 재경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유보...“운영과 업무 전반 투명성·공공성 제고 전제”
- 큰 물품 보관함에 달랑 봉투만?… 보이스피싱 잡은 경찰 눈썰미
- [단독] 윤영호 판결서도 특검 지적...“국민적 관심이 지대해도 별건 수사 안돼”
- [단독] “한학자, ‘국모의 품격’ 거론하며 김건희 목걸이 선물 지시“
- 피자헛과 달랐다…맘스터치, 가맹점주 ‘부당이득금 소송’ 최종 승소
- 인텔, ‘TSMC 낙수효과’ 봤다...엔비디아·애플 물량 받아, 삼성은?
- K반도체 투톱, 올해 영업이익 첫 ‘쌍 100조’ 시대 연다
- 유흥가서 음주 운전자만 노려 고의로 쿵...3000만원 뜯어낸 50대
- 경찰, 김정숙 여사 ‘옷값 특활비 의혹’ 재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