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尹이냐” 민주당 초선 2인이 쏴 올린 ‘자성론’

박성의 기자 2025. 9. 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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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재판부, 尹 계엄 같다”…與박희승, 공개회의서 성토
곽상언은 與 ‘빅 스피커’ 김어준 겨냥 “머리 조아리지 않아”
동료 의원들 의견 분분…“이게 민주주의” “이건 부화뇌동”
당내 강성 당원들은 격노…‘폭탄 문자’ 세례 이어져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오른쪽에 쏠려있던 거여(巨與)의 총부리 중 일부가 왼쪽을 향하는 모습이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직격한 가운데,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진보 진영의 '빅 스피커' 김어준씨를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친명(親이재명)계 초선 정치인들의 자성론을 두고 당내외의 반응은 갈린다. 당내 강성 친명계 중진들과 지지층 등을 중심으로 "내부 총질"이라는 거센 비판이 쇄도하는 한편, 일각에선 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소장파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박희승 민주당 의원실

초선 2인이 '내란재판부' '김어준' 비판한 이유

여야,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소장파는 늘 존재해왔다. 특히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는 기성 정치와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며 당내 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왔다. 1980년대 민주정치 원년에는 '꼬마 민주당'에서 활동한 김영삼계·김대중계 초선들이 정치개혁을 이끌었고, 1990년대에는 민주자유당 내 '소장개혁파'가 김영삼 정부의 정경유착 청산을 요구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새천년민주당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그룹과 새누리당의 남경필·원희룡·정병국 등이 모인 '소장개혁파'가 당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치권에선 '소장파의 멸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12·3 비상계엄,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여야 모두 소장파 그룹 활동이 눈에 띄게 뜸해졌다. 특히 '내란세력 척결'을 내세우며 정권을 탈환한 민주당은 당의 화력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비판에 집중시켰다. 여기에 강성 친명 성향의 정청래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선수를 막론한 당의 대표 공격수들이 대야 전선에 투입됐다.

그랬던 민주당에서 돌연 '자성론'이 제기됐다. 도화선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8일 3대 특검 종합대응특위 회의에서 "헌법 101조에 따르면 헌법 개정 없이 국회가 논의해 내란특별재판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내부에서 지도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특별재판부 설치를 공개 비판한 것은 박 의원이 처음이다.

박 의원은 당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비유했다. 둘 다 민주주의,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시도라는 해석이다. 박 의원은 "만약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받을지 의심스럽지만 위헌제청 신청이 들어갈 것"이라며 "내란재판을 통해 내란 사범을 정확히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니면 두고두고 시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꾸 법원을 난상 공격하는 것은 잘못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작년과 재작년에 영장이 발부됐다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귀연 재판부의 영장 기각 및 대법원 파기환송에 불만이 있다면 그런 부분을 딱 집어서 지적하고 법원 스스로 개혁하게 유도해야 한다"며 "국회가 나서 직접 공격하고 법안을 고친다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삼권분립 정신을 무시하고 계엄을 발동해 총칼을 들고 들어온 것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또 다른 초선 곽상언 의원은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오피니언 리더 김어준씨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8일 페이스북에 《김어준 방송 나온 국회의원 119명…강유정·김민석·정청래 '상위권' [팬덤 권력]》이라는 제목의 주간경향 기사 링크를 공유한 뒤 "유튜브 권력이 정치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야당이 아닌 현역 여당 정치인이 김씨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곽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주간경향의 팬덤 권력과 관련한 기사를 링크하며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특정인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민주적' 결정이라고 한다"고 썼다. 곽 의원은"오늘의 나는, 국가지도자를 '하늘의 자손(天孫)'으로 받들어 그에게 무한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고대 국가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백두혈통'의 신성이 다스리는 나라, '반신반인'의 신인이 다스리는 나라, 종교적 힘을 가진 정치로 신앙적 복종을 강요하는 나라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어준씨를 종교 지도자처럼 추종하는 정치 세태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2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12·3 비상계엄에서의 국가기간방송 KBS 및 관계기관의 역할 등에 대한 현안질의 등을 위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송인 김어준씨가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욕설 폭탄 문자' 세례 속 "소신 행보" 동료 호평도

민주당 내부에선 정청래 대표, 김어준씨를 마치 '금단의 영역'처럼 다루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당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자, 오피니언 리더이기 때문이다. 이에 차기 총선에서 공천이 불투명한 민주당 초선 의원이 이들과 대항한다는 것은 큰 리스크(위협)를 감수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그럼에도 이 두 초선의원은 왜 이런 용감한, 혹은 무모한 도박 같은 비판을 가한 것일까.

민주당 내부에선 이들의 목소리가 '해묵은 불만'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김어준씨를 비롯한 유튜버들의 권력화를 우려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비단 이 2명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은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다. 당의 모든 의원의 목소리가 '하나'는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비판에 있어서 성역은 없어야 한다. 그런 성역을 둔다면 탄핵당한 윤석열 정부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한 원내관계자는 "'내란척결'은 시대정신이자 민주당이 마침표를 찍어야하는 과제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역시 그 과정의 일환"이라면서도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의 목소리에 당이 모두 제동을 걸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초선의원 2인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들을 향한 당 안팎의 역풍이 거세게 이는 모습이다. 동료 의원들뿐 아니라 당원들로부터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이 모인 오픈 채팅방과 커뮤니티 등에서는 박희승, 곽상언 의원의 프로필과 의원실 전화번호 등이 공유되며 이른바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뜻하는 속어) 논란'이 재현되는 조짐이다. 실제 이들 의원실과 의원의 개인 휴대전화에 욕설이 섞인 항의 문자와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 의원의 SNS 일부 게시글에는 "X소리", "정신을 못 차린다" 등의 악플도 연이어 달리고 있다.

동료 의원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전현희 3대특검종합대응특위 위원장은 박희승 의원 발언에 대해 "일단 특위나 당 차원에서 논의된 사항은 아니다"며 "현재 당 차원에서 공식 적용하는 용어는 '내란특별재판부'가 아니라 '내란전담재판부'다. 현행법에서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데 위헌성·위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곽상언 의원을 두고 "TBS에서 강제퇴출된 김어준 진행자가 뭐가 겁나 떼거리로 이러시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안티 조선할 때 그쪽이 그랬잖소? 1등에는 다 1등 이유가 있다고"라면서 "겸뉴공(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223만 구독의 '집단지성'은 왜 외면하고 비난부터 하느냐"고 비꼬았다. 최 의원은 8일에도 페이스북에 "부화뇌동 국회의원님, 자존감 좀 가지시라!"면서 "민주당 의원이 KBS, 조선일보, 채널A 나가는 건 달콤하고 김어준의 겸뉴공 나가는 건 떫다? 부끄럽지 아니한가?"라며 곽 의원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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