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예방조례…해안가 즐비 49층 이하는 적용도 안돼
# 조례 적용 사각지대
- 30~49층 건물은 ‘고층’ 분류
- 빌딩풍 위험 초고층 못지않아
- 이미 부산 전역에만 200여 곳
# 조례 내용도 권고수준
- 예방·피해저감 조례 제정 4년
- 올해도 관측 장비 확보사업뿐
# 북항·송도 또다른 위험
- G7 순간최대풍속 20.5㎧ 기록
- 해안가 송도힐스테이트는 69층
강한 바람으로 도시를 삼키는 빌딩풍은 비단 부산 해운대구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최고의 해안가 초고층 건축물 밀집도를 보이는 부산은 해양도시다. 바다를 접한 땅은 부산 16개 구·군 중 수영구와 남구 등 10곳에 이른다. 특히 이 중에서 부산의 미래인 북항 소재지 동구는 앞으로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설 확률이 크다. 동구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낸 주민 김모(50대) 씨는 “3년 전 동구로 다시 거주지를 옮겼는데 그때와 분명히 다른 바람이 강하게 불어 의아했다”며 “특히 고층 빌딩이 들어선 곳 인근에서 강풍이 많이 분다”고 말했다.

▮ 빌딩풍, 북항에도 분다
지난 8월 25일 부산 동구 협성마리나G7 앞. 국제신문 취재진이 풍속·풍향 계측 장비를 통해 일대 바람을 직접 관측한 결과, 강풍 수준의 바람이 부는 사실이 확인됐다. 협성마리나G7의 구름다리 방면 옆쪽 풍속은 1분 평균 13.85㎧ 수준의 바람이 관측됐다. 순간최대풍속은 20.5㎧까지 관측됐다. 바다 방면 지점 역시 13~14㎧의 바람이 불었다. 이날 부산은 약강풍이 예보돼 있었다.
아직 준공하지 않았으나 건축물이 사실상 다 올라간 롯데캐슬 드메르 인근에서도 강한 바람이 관측됐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방면 지점 관측 결과, 1분 평균 풍속이 11.6㎧ 였다. 순간최대풍속은 18.7㎧까지 기록했다. 서구 해안가의 초고층건축물 송도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는 해안 방면 등 전반적으로 바람이 크게 불지 않았으나, 뒤편 남항대교와 이어지는 고가도로와 맞닿은 지점은 1분 평균 풍속이 14.68㎧에 달했다. 순간 최대 19.8㎧의 바람이 관측될 정도였다.
풍속에 따라 13개의 단계(0~12)로 나눈 보퍼트 풍력 계급표에 따르면, 10.8~13.9㎧은 ‘6단계(된바람)’에 해당한다. 육상은 큰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우산을 사용하기 어려운 정도다. 협성마리나G7은 지상 61층에 최고높이 199.8m, 롯데캐슬 드메르는 지상 59층에 최고높이 213.35m로 모두 초고층 건축물이다. 송도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는 지상 69층에 최고높이 226.6m에 달한다. 바다를 앞둔 초고층 건축물들 사이로 빌딩풍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부산대학교 권순철(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북항과 송도 역시 유의미한 수준의 빌딩풍이 분다고 볼 수 있다”며 “해운대와 달리 빌딩풍이 없다고 생각해 시민이 안전 대비를 하지 않아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무늬만 있는 빌딩풍 시 조례
부산시는 2021년 전국 최초로 ‘빌딩풍 예방 및 피해 저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빌딩풍 예방과 대비, 피해 저감과 사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시민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조항을 보면 빌딩풍을 ‘초고층 건축물 사이를 지나 바람의 세기가 증폭되는 돌풍’으로, 관리주체는 ‘초고층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로 정의했다.
그러나 제정 취지와는 달리 조례가 규정하는 내용은 강제력이 거의 없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제5조 1항을 보면 ‘시는 빌딩풍 예방과 피해 저감을 위하여 관련 시책을 발굴하고 빌딩풍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다른 조항을 살펴봐도 ‘~할 수 있다’, ‘노력해야 한다’가 대부분이다. 올해 시의 빌딩풍 관련 사업도 하반기 추진하는 예방 대응을 위한 정보공유 및 관측장비 확보가 전부다.
▮ 개발붐에 빌딩풍 우려 ‘꼬리표’
앞으로도 부산에 들어설 고층 건축물은 많다. 지난 7월 말 기준 건축허가가 났으나 착공 또는 준공 전인 초고층 건축물은 9곳(26개 동)이다. 여기에 북항재개발 2단계 등 개발 여건을 고려하면 더 많은 고층 건축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실제 건축 예정인 고층 건축물 단지도 부산 전역에 다수 있었다.
고층 건축물은 지상 30층 이상 50층 미만 또는 최고높이 120m 이상 200m 미만일 때 해당하는데, 부산 16개 구·군에 따르면 이달 기준 60여곳의 건축이 예정됐다. 단지 기준으로 계산해 건축물 동수로 따지면 이보다 더 많으며, 아직 준공이나 착공 전 단계다.문제는 이런 고층 건축물은 초고층 건축물로 분류되지 않아 시 빌딩풍 조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실제 높이나 층수를 보면 49층에 달하거나 최고높이 168m로 건축이 예정된 곳도 있어 빌딩풍 위험도가 초고층 건축물 못지않다. 제도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으로, 개발 소식마다 빌딩풍 우려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이유다. 심지어 이미 지어진 고층 건축물(단지 기준)은 부산 전역에 200곳이 훌쩍 넘는다.
시 관계자는 “건축법에 따라 초고층 건축물 또는 16층 이상이면서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을 지을 때 빌딩풍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 빌딩풍 우려 지역의 풍속정보를 도시안전 통합정보시스템에서 볼 수 있도록 고도화를 추진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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