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힐링속으로-경북을 걷다] 82. 의성 서부 힐링 라운드

김동현 기자 2025. 9. 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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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풍경이 빚은 산책길
뚜벅이길 따라 사색 여행
▲ 의성 조성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푸른 호수와 청화산 능선은 사계절 언제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의성군

나침반이 필요 없었다.

물이 먼저 길을 내어 주고 숲이 그늘을 드리웠다.

호수에서 시작해 능선을 넘어 강으로 이어지는 곡선을 따라 걷다 보니 하루가 가벼워졌다.

아침의 조성지, 정오의 청화산, 오후의 낙동강, 저녁의 관수루.

시간의 순서가 풍경의 깊이가 되는 여정이 의성 서쪽 끝에서 펼쳐진다.

하루를 천천히 펼쳐 들면 그 속에 사찰의 고요와 로컬의 맛, 반려견과 함께 웃는 순간까지 모두 들어 있다.

▲ 하늘에서 내려다본 의성 조성지 전경은 호수와 숲, 마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의성 서쪽 대표 힐링 여행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의성군
▲ 의성 조성지 호수 위 수상태양광과 숲 속 전망대는 친환경과 관광을 동시에 담아낸 의성의 새로운 명소다. 의성군

△ 조성지 청산愛 뚜벅이길에서 맞는 아침

의성 최대 저수지인 조성지는 구천면 장국리와 청산리와 조성리 세 마을을 포근히 안고 있다.

1959년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태어난 이 호수는 지금 낚시 전면금지로 고요함을 지킨다.

호숫가에는 4.5㎞ 규모의 청산 愛 뚜벅이길이 둘레를 감싸며 이어진다.

장국1리 입구에서 시작하는 1.6㎞ 수변데크와 데크교량이 하이라이트로 물결을 바로 곁에 두고 걷는 맛이 남다르다.

산책은 취향대로 나눠 즐기기 좋다.

간이주차장에서 데크 구간만 왕복하면 40분 남짓한 가벼운 코스가 되고 생태공원에서 출렁다리 데크계단 전망대를 거쳐 둑길과 횡단데크를 잇는 원점 회귀는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데크 폭이 넓어 교행이 편하고 유모차와 휠체어 접근 구간도 많다.

▲ 만개한 벚꽃이 터널을 이룬 의성 조성지 데크산책로는 매년 봄 수많은 여행객이 찾는 벚꽃 명소다. 의성군

봄이면 벚꽃이 데크 난간을 분홍 터널로 만들고 초여름 신록이 호수의 곡선을 새로 그린다.

장마 뒤 새벽에는 물안개가 둑길을 스치고 가을이면 임도의 단풍빛이 깊어진다.

한낮의 밝은 물빛도 좋지만 해가 기울 즈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호수의 은빛 결은 오래 남는다.

인근에는 천년고찰 정수사가 있다.

산문을 들어서면 고요가 먼저 반긴다.

모흥3리에서는 사전 예약 후 마을 어르신들과 막걸리 빚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일정과 인원에 따라 운영이 달라지니 미리 문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 해발 700.7m 청화산 정상에 서면 의성 서부의 들판과 상주·구미까지 시원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의성군

△ 능선이 열어주는 파노라마 청화산

조성지를 둥글게 감싸는 청화산은 해발 약 701m.

임도삼거리에서 삼형제송을 지나 헬기장과 팔각정과 정상석이 선 박곡봉에 오르면 의성 서부 일곱 개 면과 상주와 구미와 군위의 들판과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코스는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조성지 또는 청산1리 마을회관에서 임도삼거리 삼형제송 정상까지 편도 7.5km 약 3시간.

임도삼거리에서 바로 정상으로 오르는 편도 3.2km 약 1시간 30분.

임도 구간은 단풍나무와 소나무가 번갈아 그늘을 드리우고 능선은 바람길이 트여 여름에도 숨이 덜 찬다.

정상 인증은 헬기장 뒤 박곡봉 표지석이 정석. 뒤로 돌아 조성지의 물빛을 내려다보면 가슴이 환히 열린다.

▲ 봄 유채꽃 군락 너머로 이어지는 낙단보 전경, 강변 산책과 유람을 함께 즐기는 명소. 의성군
▲ 낙단보 앞 낙동강 위를 유유히 항해하는 '율정호' 유람선은 하루 여섯 차례 강변의 절경을 누비며 가족 여행객과 연인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의성군

△ 낙동강에서 여름을 건너는 시간 박서생과 청년 통신사 공원

낙단보 인근에 위치한 공원은 강을 즐기는 가장 편안한 관문이다.

율정호 유람선이 낙동강 11km를 약 40분간 하루 6회 운항하며(시기별 변동 가능), 강을 가로지른다.

강바람이 뺨을 식히고 뱃머리가 휘돌 때마다 보와 다리 들녘이 한 화면처럼 맞물린다.

더 짜릿한 물놀이라면 같은 공간에서 제트스키 제트보트 웨이크보드 플라이보드 수상스키 바나나보트 카누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안전 교육이 잘 갖춰져 초보도 도전하기 좋다.

공원의 이름 속 율정은 조선 최초 통신사이자 청백리로 전해지는 박서생의 호.

일본에서 돌아온 뒤 수차의 원리를 들여와 농사에 보탬이 되었고 지금도 공원엔 수차 조형물과 체험시설이 남아 아이들이 물의 힘과 옛 기술을 자연스레 배운다.

▲ 별빛 가득한 밤하늘 아래 의성의 명승지 관수루가 붉은 기둥을 뻗으며 서 있어, 낙동강의 물빛과 어우러진 환상적인 야경을 선사한다. 입선_김학수_관수루야경

△ 노을을 건지는 자리 관수루

강물을 바라보며 멋을 음미한다는 뜻을 품은 관수루.

낙단보 의성 쪽 언덕에 서 있는 관수루에 오르면 낙동강 물길과 의성·상주·구미의 들판이 층층이 깔린다.

▲ 경북 의성 낙단보에 자리한 관수루 누각에서 관광객이 낙동강과 산세를 감상하며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의성군
▲ 석양빛이 물든 낙동강 전경, 의성 낙단보 관수루에 오르면 의성 시내와 산맥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의성군

해가 기울면 물비늘 위로 노을이 번지고 풍경의 온도는 한층 낮아진다.

이황과 주세붕과 김종직과 김일손 등 선현의 시편이 걸려 있어 바람을 벗 삼아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좋다.

하루가 어깨에서 풀릴 때 강은 말없이 등을 토닥인다.

▲ 의성 대곡사 전경, 대웅전과 범종루·요사채가 울창한 숲에 둘러앉은 산사 풍광. 의성군

△ 산사가 선물하는 느린 호흡 대곡사

숲과 계곡을 끼고 앉은 대곡사는 고려 창건으로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일주문을 지나 범종루를 통과하면 대웅전이 정중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늘과 바람이 좋아 천천히 둘러보기에 알맞고 불전과 비봉산 정상선이 일직선으로 마주하는 배치가 인상적이다.

종각 아래에서 잠시 호흡을 세면 마음의 결이 차분해진다.

사찰 예절만 지키면 그 자체가 완벽한 마음 쉼터가 된다.

▲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로컬푸드 체험과 미식 공간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 의성 푸드빌리지. 의성군

△ 로컬이 차리는 한 끼와 한낮의 놀이터 의성푸드빌리지

옛 한방병원을 리모델링한 4층짜리 복합공간이다.

1층 산들물은 오븐직화 고등어구이 정식과 치즈크림짬뽕 등 지역 식재료를 살린 메뉴로 인기다.

2층 카페 마랩은 로컬푸드 체험형 카페로 제철 재료 음료와 디저트를 내고 소규모 베이킹 클래스를 예약제로 연다.

3층 온가족 놀이터는 VR·AR 기반 가상 플레이그라운드다. 비 오는 날에도 아이들이 지루할 틈이 없다.

4층은 청년 커뮤니티와 요리 기술·창업 지원 공간으로 메뉴 개발, 컨설팅, 쿠킹 교육이 열린다.

▲ 구명조끼 착용 후 수영 연습 중인 반려견과 보호자, 안전요원이 상주하는 의성펫월드 도그풀. 의성군

△ 반려견과 진짜 동행 의성펫월드

부지 규모는 약 4만㎡다.

잔디광장과 수변 산책로, 도그풀, 목욕과 샤워·건조실, 카페, 오토캠핑장을 갖췄다.

낮에는 수영과 핸들링 클래스, 저녁에는 산책과 별보기로 하루를 채우기 좋다.

구명조끼 착용, 리드줄 유지, 배변 수거 같은 기본 에티켓만 지키면 모두가 편안하다.

여름철에는 노면 온도가 높으니 오전과 해 질 녘 이용이 안전하다.

▲ 구천면새마을협의회 회원들과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 직원 등이 의성군 조성지 일원에서 환경정비 활동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의성군

△ 길은 함께 가꾼다 청산愛 뚜벅이길의 뒷이야기

청산愛 뚜벅이길은 의성군의 조성지 관광벨트화 사업으로 태어났다.

장국1리 구간 수변데크와 데크교량이 호수를 더 가까이 불러들이고 생태공원에는 출렁다리와 데크계단과 산 위 전망대가 시야를 열어 준다.

준공 이후에도 구천면과 새마을협의회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쓰레기 수거와 나뭇가지 정리와 구간 점검을 이어가며 길의 숨을 다듬는다.

이용객이 남기지 않는 발자국이 풍경의 수명을 늘린다.

▲ 구천면새마을협의회 회원들과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 직원들이 의성 조성지에서 수초와 부유물 등을 제거하며 '청산愛 뚜벅이길' 환경정비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모습. 의성군

낚시는 전 구간 금지, 반려견은 리드줄 필수, 쓰레기는 되가져가기.

이 정도의 예의만 지켜도 호수는 오래 맑다.

호숫가 난간에 팔꿈치를 걸고 물결을 세다 보면 마음의 속도가 먼저 늦춰진다.

청화산 바람을 등에 지고 관수루 노을을 한 줌 떠 담으면 도시에 남겨 둔 피로가 따라오지 못한다.

이날의 걸음이 다음 날을 밝히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