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앞서 5개월째 장송곡 시위···공무원·인근 상권 소음피해
주민들 도로 개방 요구하며 시위
지역 인근 주민 등 피해 호소 불구
기준치 70㏈ 안넘어 처벌 어려워
남구 "시청 소관···나설 수 없어"

울산 남구청 앞에서 확성기를 통해 장송곡을 틀며 진행되는 시위가 수월째 이어지면서 인근 상인들과 구청 직원들이 소음 피해를 겪고 있다.
9일 오전 남구청 앞에는 장송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곡과 함께 '70년 넘게 주민들이 이용해 온 생활도로를 폐쇄한 것은 울산시와 남구청의 직권남용이자 건설사의 횡포'며 '주민생활도로를 즉각 개방하라'는 내용의 방송이 이어졌다.
# 상복 입고 '관 끌기' 퍼포먼스도

이날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상복을 입은 한 주민이 '도로사망'이라고 적힌 관 모양 상자를 끌며 남구청 주변을 돌던 모습도 반복적으로 연출되고 있다.
이 같은 시위는 울산 남구 수암로 302번 길이 아파트 공사로 지난해 8월부터 막히면서 주민들이 기존보다 15분 이상 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발생하자 지난 5월부터 도로 반환과 원상복구를 촉구하며 시작됐다. 현재 주민들은 공사현장과 울산시청, 남구청 인근에서 장송곡과 같은 내용의 방송을 반복적으로 틀며 도로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5개월째 반복되는 확성기 소리에 일부 공무원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확성기 소리는 구청을 넘어 인근 가게들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시위가 길어지면서 곳곳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지자체와 경찰 차원에서는 별다른 대응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 집회의 경우 주간 도심 집회의 평균 소음이 기준인 70데시벨을 넘지 않고 있다.
울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절차에 맞게 집회 신고가 이뤄졌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 큰 소란은 없는 상태"라며 "다만 데시벨이 기준치를 넘지 않았음에도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소음을 줄여 달라고 경고 조치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전국 공공기관에서는 '장송곡'·'상여곡' 시위로 피로가 누적되자, 법원은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장송곡으로 인한 피해를 고려해 일부 제동을 거는 방식으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 장송곡 시위 제한·유죄 판결 사례도
지난해 3월 대구지법은 장송곡을 틀어놓고 보상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철거민 2명을 상대로 대구 서구청이 제기한 간접강제청구를 인용하며, 시위 장소를 서구청 외벽과 진입로에서 50m 떨어진 곳으로 한정하고 75데시벨(㏈) 이상의 고성으로 재생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장송곡 시위로 유죄 판결이 나온 사례도 있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은 임실군청과 35사단 인근에서 장송곡을 72~81데시벨로 송출해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고 군인 4명에게 이명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시위자에게, 1심에서 선고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확정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소음 피해를 겪고 있지만 직접적인 민원을 제기하지는 않고 있으며, 공사 현장에서 시위가 진행될 경우 인근 주민들이 소음 피해 민원을 넣고 있다"라며 "사실상 이 문제는 시청 소관이라 구청에서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수암로 302번길을 포함한 야음동 363-2번지 일원의 주택 건설사업 계획은 울산시의'도시·건축, 교통 및 건축·경관' 심의와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열람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 승인됐다. 시공사 측은 2027년 7월 아파트가 준공되면 단지 내 공공 보행로를 조성해 주민들에게 보행 편의를 제공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