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춘재 연쇄살인’ 누명 故윤동일 무죄 구형…“사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확인된 ‘고(故) 윤동일 씨 강제추행치상 사건 재심’ 재판에서 검찰이 윤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9일 수원지법 형사15부(정윤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씨의 재심 재판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오랜 시간 불명예를 안고 지낸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사죄드린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 증거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자백과 피해자의 진술인데 피고인 수사 당시 경찰의 가혹행위는 불법임이 확인됐고 피해자는 피고인이 범인과 체격이 달라 당시에도 범인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며 “과거 피해자 진술 확보 과정에서 적법 절차가 준수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범인으로 특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윤동일씨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는 이날 “재심이어도 검찰이 무죄를 구형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데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감회가 새롭다”며 “오래된 사건이라 피고인에게 혐의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검찰이 당시 역할을 왜 못했는지, 법원은 이를 왜 걸러내지 못했나 하는 부분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증거상 무죄가 완벽하지만, 그가 억울하게 유죄를 받았던 과정, 불법 수사 또는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 재심에서 확인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35년 전 수사기관은 심증만으로 피고인을 이춘재 사건 9차 범인으로 피고인을 몰았고 그를 구속하고자 피해자의 진술을 왜곡하고 피고인의 서명 날인을 강요했다”며 “피고인이 출소 후에도 형사들이 집과 직장을 수시 방문하기도 하고 주변인을 통해 동향을 파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동일씨는 1991년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돼 그해 4월 23일 수원지법으로부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으나 모두 기각돼 1992년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윤씨가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입건된 당시 그는 이춘재 살인사건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렸었다.
다행히 9차 사건 피해자 교복에서 채취된 정액과 윤씨의 혈액 감정 결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오면서 살인 혐의를 벗었으나, 당시 수사기관이 조작된 별도 사건인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윤씨를 기소했다는 게 윤씨 측의 입장이다.
윤씨는 출소한 이후 암 진단을 받았고, 만 26세이던 1997년 사망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위는 2022년 12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불법체포·가혹행위·자백 강요·증거 조작 및 은폐 등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법원은 지난해 7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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