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인 동료를 멧돼지로 ‘오인 사격’ 왜 급증하나?
2019년 멧돼지 포상금제 도입 이후
전국 수렵인 5년만에 2배 이상 급증
최근 5년 총기사고 74% 수렵 중 발생
"안전 교육 강화·제도 손질 등 시급"

수렵 현장에서 총구가 동물이 아닌 사람을 향하는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멧돼지 등 유해 야생동물 퇴치라는 명분 아래 수렵 활동에 나서는 엽사들이 늘어나면서 오인 사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와 안전 관리 체계는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9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렵 면허를 보유한 인원은 광주 424명, 전남 1천931명에 달한다. 광주의 경우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시험에서 총 116명이 응시해 57명이 자격증을 취득했고, 전남은 88명 중 58명이 합격했다.
수렵면허는 제1종과 제2종으로 나뉜다. 1종은 엽총·공기총을 포함한 총기 사용이 가능하고, 2종은 총기를 쓸 수 없는 면허다.
현행 제도상 1종 면허는 필기시험에서 60점 이상을 받고, 4시간 클레이 사격 강습과 신체검사서, 정신건강의학과 소견서를 제출하면 취득할 수 있다.
수렵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배경에는 2019년 말 도입된 멧돼지 포획 포상금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멧돼지 1마리당 20만원을 지급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최소 5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별도의 포상금을 얹어준다. 이로 인해 2018년 1만5천여 명에 불과했던 1종 수렵면허 소지자는 2023년 3만1천여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포상금제가 엽사들의 자발적 수렵을 촉발했지만, 그만큼 총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오인 사고 위험도 함께 커졌다"고 지적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날 전남 장흥군 장동면 한 야산에서는 유해조수 퇴치 활동에 나섰던 60대 남성 A씨가 동료 엽사의 총에 맞아 숨졌다. 파출소에서 엽총을 출고해 멧돼지 퇴치에 나섰던 이들은 수렵 면허를 소지한 상태였지만, 동료를 멧돼지로 착각해 오인 사격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0월 경기 연천에서도 40대 엽사가 동료를 오인해 쏜 총에 40대 남성이 사망했고, 같은해 7월 밭일을 하던 50대 여성이 60대 엽사가 발사한 총에 맞아 숨졌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전국 총기사고 58건 중 43건이 대부분 수렵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환경부는 경찰청과 지자체, 야생생물관리협회 등과 협력해 수렵인을 대상으로 총기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회성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야생동물 퇴치 성과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총기 안전과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에 두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는 "수렵면허 취득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야간에 불빛 없이 총을 사용하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정례화해야 한다"며 "랜턴, 보호 장구, 열화상 카메라 등 장비 조작법 훈련도 주기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