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24시] 9년 우정 넘어 ‘전략적 동반자’로...아산시, 베트남 ‘新거점도시’ 닌빈성과 맞손
난세의 충신, 400년 세월을 관통하다...아산, 만전당 홍가신 선생 탄신제 봉행
(시사저널=박인옥 충청본부 기자)

베트남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새롭게 부상한 북부 거점도시 닌빈성(Ninh Bình) 대표단이 9월7일 아산시를 찾았다. 2016년 상호결연 이후 9년간 이어온 우정을 확인하는 동시에, 도시의 위상이 달라진 닌빈성과의 협력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하기 위한 행보다. 급변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양 도시가 경제와 행정을 아우르는 실질적인 협력 파트너로 거듭나기 위한 중대한 발걸음으로 풀이된다.
레 꾸옥 찌잉(Lê Quốc Chỉnh) 당 부서기가 이끄는 닌빈성 대표단의 이번 방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닌빈성의 극적인 변화 때문이다. 닌빈성은 올해 6월, 인접한 하남성과 남딘성을 통합하며 면적 약 3900㎢, 인구 440만 명에 달하는 베트남 북부의 '메가시티'로 재탄생했다. 수도 하노이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에 더해,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 '장안'을 품은 관광 경쟁력까지 갖춰 베트남 내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아산시와 닌빈성은 그간 청소년 캠프, 계절근로자 파견 등 내실 있는 교류를 꾸준히 이어오며 신뢰를 쌓아왔다. 이번 방문은 이처럼 단단하게 다져진 관계 위에서 협력의 판을 키우는 '새로운 챕터'를 여는 성격을 띤다.
실제 대표단은 아산환경과학공원을 방문해 아산시의 선진화된 폐기물 처리 시스템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를 겪고 있는 닌빈성 입장에서 아산의 친환경 도시 관리 모델은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는 향후 양 도시 간 행정 시스템 교류의 구체적인 신호탄으로 읽힌다.
현충사 방문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정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문화 교류의 깊이를 더했다.
아산시로서는 베트남의 핵심 거점도시로 발돋움한 닌빈성과의 관계 격상이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440만 명의 거대 시장이자 '육지의 하롱베이'라 불리는 관광 거점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 기업의 베트남 진출과 관광객 유치 등 경제·관광 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기후위기 시대, '물 걱정 없는 도시'로... 아산시, 남북 잇는 '물의 혈맥' 뚫는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가뭄과 집중호우는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아니다. 이러한 기후 불확실성에 맞서 아산시가 도시 전체의 '물 안보'를 책임질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시의 북부와 남부를 관통하는 농촌용수이용체계 재편 사업을 통해 아산호와 삽교호의 풍부한 수자원을 거미줄처럼 연결, 시 전역에 마르지 않는 물 공급망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은 개별 저수지가 가뭄에 각자 버텨내는 식의 구조였으나 아산호와 삽교호 두 개의 대형 '물그릇'을 중심으로 시 전역의 수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광역 공급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가뭄이 발생해 특정 지역의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더라도, 수량이 풍부한 아산호와 삽교호의 물을 즉시 끌어와 보충하는 상시 대응 시스템이 가능해진다.
시는 2021년부터 국비 489억원을 투입해 북부지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약 8300만톤의 저수량을 자랑하는 아산호의 물을 둔포·영인·인주·음봉면 일대 1192.2ha의 농경지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수장 1개소와 총연장 26.49km의 송수관로가 새롭게 건설되고 있다. 2022년 착공 이후 현재 87%의 높은 공정률을 보이며, 이르면 2026년 조기 완공도 가능할 전망이다.
남부권 사업은 올해 7월 농림축산식품부 신규 사업으로 최종 확정되며 날개를 달았다. 약 6300만 톤의 수자원을 품은 삽교호의 물을 도고·송악·마산저수지와 연결해 배방읍, 송악면, 도고면 등 남부권 3259ha에 공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총사업비 418억원 전액이 국비로 지원되며, 2029년 착공해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북부와 남부, 두 축의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아산시는 총 4451ha에 달하는 농경지에 가뭄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도시의 진짜 경쟁력은 화려한 외형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기반을 얼마나 튼튼하게 준비했는지에 달려 있다"며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통해 기후위기에 강하고 시민의 삶이 안전한 도시 아산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 난세의 충신, 400년 세월을 관통하다...아산, 만전당 홍가신 선생 탄신제 봉행

지난 9월8일, 아산시 염치읍의 고즈넉한 사당 만전당(晩全堂)에 묵직한 기운이 감돌았다. 조선 중기, 임진왜란의 혼란 속에서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운 문신(文臣) 만전당 홍가신(1541-1615) 선생의 484주년 탄신제가 열린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제례이지만,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오늘, 위기 속에서 빛났던 그의 충절과 리더십을 돌아보는 일은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이날 제례에는 김범수 아산시 부시장, 홍성표 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지역 기관장과 유림, 남양홍씨 대종회원 등이 참석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선생의 업적을 기렸다. 충남향교재단 오중환 이사장이 초헌관을 맡는 등 전통 의식에 따라 예를 올리는 모습에서 400년 넘게 이어져 온 추모의 무게가 느껴졌다.
만전당 홍가신 선생의 이름이 역사에 깊이 각인된 계기는 1596년 발생한 '이몽학의 난'이었다. 임진왜란으로 민심이 흉흉하던 시절, 충청도 일대를 휩쓴 대규모 반란 앞에서 당시 홍주목사였던 그는 관군을 이끌고 이를 평정하며 국가의 위기를 막아냈다. 이 공로로 훗날 난을 평정한 공신을 의미하는 '청난공신 1등'에 책록되며 당대의 충신 반열에 올랐다.
김범수 아산시 부시장은 "선생이 보여준 충절과 학문 정신은 아산의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다"며 "이번 탄신제가 지역의 전통을 잇고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이웃이 이웃을 살핀다... 아산시, '복지 그물' 촘촘히 짜는 실험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화된 경제 불황과 1인 가구의 증가는 우리 사회의 복지 시스템에 새로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바로 행정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복지사각지대'다.
아산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의 눈'을 빌리는 새로운 시도로 위기 가구를 발견해 신고하는 시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한다.
최근 실직, 폐업, 질병 등으로 갑작스러운 위기에 내몰리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이들이 모두 복지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사회와 단절된 채 고립되거나, 도움을 요청할 방법을 몰라 고통 속에 방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공기관의 인력만으로는 이들을 일일이 찾아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산시가 내놓은 해법은 '신고 포상제'다. 주변에 생계가 곤란하거나 질병, 장애, 사회적 고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발견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알리면, 해당 가구가 실제 지원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건당 2만원(연간 20만원 한도)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포상금은 금전적 보상이라기보다,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신고를 독려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설마 내가 신고해도 될까' 망설이는 시민들의 문턱을 낮추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김민숙 아산시 사회복지과장은 이번 제도의 취지를 '관계의 복원'에서 찾았다. 그는 "위기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감기와 같다"는 인상적인 비유를 들며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이 서로에게 최고의 복지 담당자가 될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발견하면 주저 없이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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