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종결권은 우리에게 있다” 경찰의 으름장…변호사는 식은땀을 흘렸다 [세상&]
2021년 경찰 1차 수사종결권
불송치 사건 수십만건 급증
보완수사권 폐지 시 사건 암장 우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노 대행은 지난 3일 행사에서 “검찰 보완수사는 권한이 아닌 의무”라며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연합]](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0/ned/20250910102539923fnqk.jpg)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 변호사 A씨는 최근 서울 소재 경찰서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고소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의뢰인에게 “수사종결권은 저희에게 있다”는 말을 하며 으름장을 놓은 것.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하자 경찰은 “오늘 사건을 종결할 것”이라며 의견서 제출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A변호사는 곧바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며 수사관 기피 신청을 냈지만 각하됐다. 담당 수사관이 당일 사건을 ‘불송치’ 결정해 기피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정부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쪼개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면서 법조계 곳곳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에 기소·공소 유지 기능만 맡기면 일선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불송치·수사 중지 결정에 대한 불만이 높은 가운데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질 위기다.
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경찰 불송치 기록 송부건수는 ▷2021년 38만 9132건 ▷2022년 37만 1412건 ▷2023년 40만 8417건 ▷2024년 54만 9426건이다. 지난 상반기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 수는 29만 1701건으로 올해는 60만건을 넘을 전망이다.
2021년 1월 개정 형사소송법 등이 시행되면서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다. 기존에 경찰은 검찰에 모든 사건을 송치하고 검찰이 기소·불기소 판단을 통해 수사를 종결했다. 개정 이후에는 경찰이 혐의가 있는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고, 혐의가 없을 경우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검찰로 송치된 사건은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 불송치 결정을 뒤집을 방법은 2가지다. 피해자 또는 고소인이 이의 신청을 할 경우 사건은 곧바로 검찰로 송치된다. 다른 하나는 검사가 불송치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재수사를 요청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불송치가 위법 또는 부당한 때로 한정되고, 검사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수사를 지휘할 수 없다.
검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는 2만 5048건으로 전체 불송치 결정건수 대비 6.4%였지만 2022년부터는 비율이 9%대로 증가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청이 되더라도 공소청 검사의 경찰에 대한 ‘직접 보완수사권’은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수사 기록에서 미진한 부분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해야 기소 및 공소 유지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소인·피해자가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신청했는데도 경찰이 보완수사를 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특별위원회는 직접 보완수사권을 없애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권만 남겨야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매매 사기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B씨도 경찰 수사에 불만을 표했다. B씨의 의뢰인은 건설사 대표로 2017년 40억원 상당의 토지 소유권을 한 시행사에게 넘겼으나 토지대금을 받지 못했다. 의뢰인은 2022년 3월 경찰에 고소했고, 같은 해 12월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경찰은 한차례 의뢰인을 불렀으나 “사건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돌려보냈다. 1년 뒤 새롭게 부임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의뢰인이 이의 신청을 해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직접 수사하기로 하고 피의자, 참고인을 소환했고 고소인도 2차례 불러 조사했다. 지난 8월 시행사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기소했다.
B씨는 “관련 형사사건이 지체되는 동안 민사 판결이 나왔는데 결국 패소했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니 민사 소송 재판부가 형사 사건을 기다리다 판결을 내렸고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며 “아무리 사건이 복잡해도 고소인 조사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불송치 결정을 내리는 건 황당하다. 경찰 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민사 소송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했다. 80대의 의뢰인은 사기 피해로 자신이 운영하던 건설사의 모든 소유 재산과 집까지 강제경매로 처분된 상태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있는데도 불송치 결정수가 많아지고 있다.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지면 부실수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최소한 구속 송치된 사건이나 공소를 유지하는 상태 등 예외적으로라도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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