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임대 ‘뉴스테이 갈등’…연장?분양? 방향타 없이 표류
만기 도래에 청산기준 없어 혼란 가중
시세보다 낮은 분양 원하는 입주민
“이익공유 등 새 모델 필요” 주장도

박근혜 정부 시절 중산층 대상 주택사업으로 추진한 ‘뉴스테이’가 최소 8년의 임대의무 기간을 마치고 사업청산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 전환이나 매각 등 청산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민간 사업자, 임차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산층 월세 아파트’로 불리는 뉴스테이는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야심 차게 도입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이다. 주택도시기금과 민간 건설사가 자본금을 출자하고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를 설립해 공동운영하는 사업 구조로, 주변 시세의 10% 수준 임대료로 주택을 8년 이상 장기 임대해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이 정책 목표였다. 공공임대와 달리 60㎡ 이상 중대형 평형 위주로 지어졌고, 초기 임대료 규제도, 입주자격 제한도 없었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청년 등을 위한 소형 평형 위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사업을 개편하면서, 제도 시행 약 3년 만에 뉴스테이는 간판을 내렸다. 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15년부터 제도 개편 완료 때까지 추진된 뉴스테이는 전국에 총 20곳, 2만5411가구에 이른다. 여기에 투입된 주택도시기금만 1조3401억원인데, 정책적 지원에 비해 공공성이 낮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약속했던 8년’이 흘러 지난달부터 뉴스테이의 의무 임대기간이 끝나는 단지가 속속 나온다. 지난 8월 서울 영등포구 도시형생활주택 H하우스대림뉴스테이(291가구)의 의무 임대기간이 만료됐고, 올 11월에는 경기 성남 수정구 e편한세상테라스위례(360가구) 차례다. 내년에도 12곳(1만1059가구)의 의무 임대기간이 순차 종료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뉴스테이는 방향타 없이 표류 중이다. 뉴스테이의 법적 근거인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의무 임대기간 이후 사업 청산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은 탓이다. 박근혜 정부는 뉴스테이 도입 때 민간 건설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의무 임대기간(8년 이상)과 임대료 상승 제한(연 5%) 외에 분양 전환 의무를 두지 않고, 청산 방법을 리츠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건설사 등 리츠 구성원들 결정에 따라 임대를 연장할 수도, 분양 전환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뉴스테이 리츠 지분의 60% 이상을 주택도시기금이 가지고 있어서 국토교통부의 방향 설정이 중요한 상황이지만, 아직 정부는 명확한 지침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건설사들은 되도록 빨리 주택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은 눈치지만, 섣불리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대주주이긴 하지만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주주 간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e편한세상테라스위례가 뉴스테이 리츠 청산 방법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로 공급된 뉴스테이 중에서는 첫 번째 의무 임대기간 만료 사례이기 때문이다.

뉴스테이 임차인들은 시세보다 싼 값에 집을 우선 분양받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위례 뉴스테이가 들어섰을 때부터 입주해 거주해온 강성애(69)씨는 “뉴스테이 처음 들어올 때부터 임대기간 끝나면 집을 분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데 집도 안 사고 하자도 많은 집에 8년을 살았다”며 “우린 여기서 나가면 갈 곳도 없기 때문에, 되도록 분양을 받아 노후를 여기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 입주민의 약 80%는 분양 전환을 원하고 있고, 이미 분양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한 상태다.
문제는 입주 자격에 제한이 없었던 뉴스테이 임차인 중에는 중산층이 대부분이고, 더러는 유주택자도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8년 이상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한 이들에게 분양전환 우선권까지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김왕열 위례 뉴스테이 분양추진위 위원장은 “뉴스테이 정책에는 초기 임대료 규제가 없어서 보증금이 상당히 높게 책정됐다”며 “8년 전 이 지역 분양가가 5억원 내외였는데, 우리 보증금이 5억원이니까 거의 제값 주고 들어온 거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전용면적 84㎡로만 구성된 위례 뉴스테이에서 현재 보증금 5억원에 거주하는 임차인 월세가 40만원대다.
기존 임차인에게 우선분양 자격을 준다고 하더라도 ‘분양 가격’을 어떻게 정할지도 관건이다. 위례신도시는 8년 전보다 아파트 시세가 약 2∼2.5배 올랐기 때문에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하면 분양가가 상당히 높게 산정될 수밖에 없는데, 임차인들은 시세보다 싼 가격에 분양 전환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례 뉴스테이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8년간 국가 지원을 받아 임대료 걱정 없이 살아온 사람들인데 시세보다 싼 가격에 분양 자격까지 받으려는 건 입주민들 욕심”이라며 “인근 84㎡ 아파트 시세는 13억∼15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도 “시세보다 싸게 분양가가 책정될 경우, 앞으로 기업형 민간임대 사업에 뛰어들 건설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양 전환을 하지 않거나 집값 상승의 이익을 공공이 확보하는 등 공공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뉴스테이 사업 시작 때부터 민간 건설사에 택지, 기금, 세제 등 상당한 혜택을 줬기 때문에 분양 전환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감안하면 임대를 유지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지난 8년간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면 수익률이 애초 사업 설계 시보다 상당히 높을 것”이라며 “공적 자금이 많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기존 입주민이나 민간 건설사가 이 막대한 이익을 다 가져가선 안 된다. 이익공유형 등의 새로운 모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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