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만 깊어진다… '경기여자기술학원 위령비 이전 논란' 해법 묘연

노경민 2025. 9. 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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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명의 10대 희생자를 낸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30년째를 맞으면서(중부일보 8월 21일 8면 보도) 추모 위령비 이전 문제를 두고 경기도와 유족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유족들이 30년간 지켜온 위령비가 개발 사업으로 이전될 처지에 놓였지만, 위령비의 특성상 별도의 공지 절차가 부재한데다 도의 사전 공지가 뒤늦게 이뤄지면서 갈등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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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비 이전 문제 놓고 갈등 심화
제도 탓 개발사업계획 수립 후 공지
유족 "계획 세울때부터 논의했어야"
지난달 열린 설명회 합의점 못 찾아
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켜볼 게획"
방화 사건으로 37명이 숨진 경기여자기술학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위령비의 철거 및 이전 문제로 지자체와 유족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경기여자기술학원 참사 30주년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용인시 기흥구 용인플랫폼개발사업 부지 내 참사 위령비의 모습. 임채운기자

수십 명의 10대 희생자를 낸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30년째를 맞으면서(중부일보 8월 21일 8면 보도) 추모 위령비 이전 문제를 두고 경기도와 유족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유족들이 30년간 지켜온 위령비가 개발 사업으로 이전될 처지에 놓였지만, 위령비의 특성상 별도의 공지 절차가 부재한데다 도의 사전 공지가 뒤늦게 이뤄지면서 갈등을 피하지 못했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11월 간담회를 열고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소재한 옛 경기여자기술학원 부지 내 위령비 이전 가능성을 유족들에게 처음으로 알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부지가 용인 플랫폼시티 도시개발사업지에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당시는 이미 개발 사업의 실시계획인가가 나기 불과 한 달 전으로 사업 계획이 대부분 수립된 단계였다.

뒤늦게 통지를 받은 유족들은 위령비를 옮기면 참사를 추모하는 마음도 지워질 수 있다며 기존 위치에 존치를 요구했지만, 도는 지난 3월 존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5월 열린 관계 기관 TF회의에서도 위령비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간의 상황을 고려하면 유족들이 손쓸 틈도 없이 뒤늦게 이전 통보를 받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통 분묘, 위령비 등 지장물 보상 절차는 사업 초기 지구단위계획이 세워진 뒤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이 사건 위령비는 도 소유의 시설물인 관계로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

도는 지난달 20일 열린 참사 30주기 위령제 때 설명회를 마련했지만, 뚜렷한 입장차만 재확인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유족들은 "사업 계획을 처음 세울 때부터 유족들과 논의 정도는 했어야 하지 않았나. 절대로 이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유족들은 그간 여러 대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 위령비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도로에 회전교차로를 만들어 위령비를 두는 대안인데, 이마저도 교차로 이격 기준상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합의점을 찾기는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위령제 이후 도와 유족들 간 논의 계획은 미정인 상태로 뾰족한 해법은 묘연한 상태다.

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전 외의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극적 인권유린의 상처가 담긴 상징물인 만큼 정부 차원의 갈등 중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여타 집단 인권유린 사건과 달리 경기여자기술학원은 과거사 조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제도적 울타리의 밖에 놓여 있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진희 전 진실화해위원회 조사팀장은 "역사적 아픔이 새겨진 위령비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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