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을 법원으로? 2030년 월드컵 개최국 모로코의 '이색 시도'
월드컵 기간 2,600만 방문객 예상...법원 과부하 방지
'공공장소 음주'도 통제 예정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2030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개최하는 모로코가 경기장을 법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압델라티프 와흐비 모로코 법무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월드컵 기간 동안 경기장 내에 사법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사가 주재하는 해당 위원회는 사법 및 보안기관과 협력해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을 신속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는 월드컵 기간 동안 모로코 법원이 과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이다. 와흐비 장관에 따르면 대회 기간에 약 2,600만 명의 방문객이 모로코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작년 모로코의 전체 방문객 수인 1,740만 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사법기관 확대와 함께 모로코는 대회 기간 몰려올 엄청난 수의 방문객에 대비해 공항·철도 확장, 호텔 객실 확충 등에도 힘쓰고 있다.
이번 결정을 내린 또 다른 이유는 ‘음주 문화’다. 총인구의 99% 이상이 무슬림인 모로코는 공공장소에서 음주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월드컵 기간 동안 축구 팬들에게 경기장에서의 음주는 매우 흔한 일이며, 이를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모로코는 월드컵 기간 음주를 엄격하게 지정된 구역과 명확히 정의된 조건 아래에서만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경기장 내 사법위원회는 이를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와흐비 장관은 문화적 전통과 국제적 기대치를 균형 있게 맞출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외에도 모로코는 월드컵을 대비해 다국어 법률 상담 창구 설치와 스포츠 전문 판사 양성을 위한 특화 교육 등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스페인, 포르투갈과의 협정을 통해 신속한 범인 인도, 사건 이송, 국경을 넘는 법적 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와흐비 장관은 “2030년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닌 모로코가 현대적 사법 체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월드컵 유치에 계속해서 실패했던 모로코는 5번째 도전 만에 2030년 월드컵 공동 개최에 성공했다. 모로코가 정상적으로 2030년 월드컵을 개최하게 되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월드컵을 개최하는 두 번째 아프리카 국가가 된다.
김태현 인턴 기자 huy2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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