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대주주 '송년회 여성앵커 호출' 논란 일파만파..."천박한 수준 드러났다"
YTN 직능단체·개인 연속 성명 이어져…커지는 논란
김응건 당시 보도국장 "당시 여성 간부 없어서…"
YTN "'차기 보도국장감'이란 회장 말은 덕담 차원"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졸속 논란 속 YTN의 새 최대주주가 된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이 지난해 내란 정국에 YTN 간부들을 모아 송년회를 열고 여성 앵커 호출을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사내 직능단체와 기자·앵커 개인 성명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당시 송년회에 참석했던 보도국장이 “여성 간부가 없어서 앵커를 불렀다”고 해명하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지난 4일 유 회장이 지난해 12월20일 김백 당시 사장과 김응건 당시 보도국장을 비롯한 YTN 간부 30여명을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 지하 식당에서 소집해 송년회 술자리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지부에 따르면 유 회장은 반말로 “나 처음 본 애들은 내 옆으로 와서 앉아” “여성앵커는 없냐” 등 발언을 했고, 김백 사장이 지시해 김응건 보도국장이 여성 앵커를 불렀다고 했다. 도착한 앵커에게 유 회장이 “와! 차기 보도국장 시켜야겠네”라고 발언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YTN지부는 성명에서 “방송사와 언론인에 대한 천박한 인식 수준이 드러났다”며 “유 회장은 즉시 사죄하고 YTN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고 했다.
YTN 여성기자협회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유 회장) 본인은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 채 YTN 여성 언론인들의 자존감을 짓밟고, 나아가 그동안 여성 언론인들이 그토록 애써가며 바로잡아온 편견과 악습을 한순간에 수십 년 전으로 되돌렸다”며 “언론인의 존엄이 단순한 유희로 전락한 현실에 깊은 분노와 실망을 느끼며 유경선 회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YTN기자협회는 “최대 주주 권력을 앞세워 한밤 술자리에 YTN의 얼굴인 앵커를 호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몰상식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YTN 전체를 상대로 한 갑질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 YTN지회도 “당시 현장에서는 우리 취재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이어졌다”며 “유경선 회장은 국민과 구성원 앞에 사죄하고 스스로 자격을 잃은 YTN 최대 주주 지위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YTN 방송기술인협회는 “YTN 구성원의 자존심을 짓밟고 보도전문채널로서 YTN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한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사내 게시판엔 4일부터 YTN 구성원들이 개인 실명을 건 비판 글도 다수 올라오고 있다.
외부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언론노조는 4일 “시민들이 계엄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대통령 파면을 외치며 광장의 밤을 지새우던 12월20일, 당신이 YTN 간부들과 유진그룹 본사 식당에서 벌인 송년회는 군부독재 시절의 '연회'를 방불케 했다”며 “YTN 30년 역사에 치욕을 안긴 유경선 회장은 즉시 물러나라”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근래라고는 믿기 힘든 추잡한 술자리 접대가 9개월이나 지나 뒤늦게 알려졌다는 점도 충격”이라며 “유진그룹은 더 이상 YTN을 더럽히지 말고 당장 떠나라”고 했다.

이후 김응건 당시 보도국장이 게시글을 올려 해명하며 오히려 논란이 켜졌다. 김 전 국장은 “일부 (송년회) 참가자의 파편적인 목격담이 마치 당시 현장의 모든 진실인 것처럼 호도”된다며 “'여자 앵커는 없냐?'고 했다는 발언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김 국장은 그러면서도 “공교롭게도 당시 송년회에 여성 간부가 한명도 참석하지 않아 앵커팀장에게 참석할 수 있는지 연락하게 됐고, 개인 일정이 있는 팀장을 대신해 다른 앵커가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 전 국장은 “제 행사 참석과 전화가 이런 논란에까지 이르게 한 만큼 어떠한 책임이나 비판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부가 요구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YTN 측은 지부 주장이 '해사행위'이자 '근거없는 괴소문'에 해당한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다 김 전 보도국장의 글이 올라온 뒤 유 회장을 옹호하는 취지로 2차 입장문을 냈다. YTN은 지난 8일 2차 입장문에서 당시 상황을 두고 “회장은 당시 모인 실·국장에게 'YTN에는 보직자의 여성 남성 비율이 어떻게 됩니까? 여성 간부가 한 분도 없나요?'의 취지”로 물었다며 “누군가 앵커팀이 회사의 대표 얼굴이고 송년회이고 하니 앵커팀장에게 참석 요청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유 회장이 여성 앵커에게 “차기 보도국장감”이라고 말한 행위를 “덕담 차원”이라고 했다. 이어 “회장이 그러한(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회장은 건배사에서 YTN 기자들이 당당하고 자부심 있게 보도 활동하길 당부했다”고 해명했다. 유진그룹은 지난 4일 “언론노조 YTN지부 주장이 외부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도되며 불필요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왜곡된 주장”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YTN 불법 매각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유경선 회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 등을 김건희 특검에 고발한 상황이다. 유진그룹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등도 신고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일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노조는 유진그룹이 최대주주에 오른 뒤 YTN 보도국장 임명동의제와 사장추천위원회 파기 등 경영진의 단협 위반을 규탄하고 공영방송 복원 등을 요구하며 지난 5월 말부터 쟁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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