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는 디저트만이 아니다"… 세계 3대 포트하우스 수장, K-시장에 꽂힌 이유
포트 와인, 디저트 술에서 식탁의 술로
루비·토니·화이트… 다양한 포트 와인의 세계
와인 넘어 ‘문화 경험’ 파는 경영 전략
삼겹살·김치찌개와도 어울리는 포트 페어링

‘WOW(World of Wine)’의 성공도 기름을 부었다. 한국에서도 포르투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는 배경이다.
세계 3대 포트 와인 그룹 ‘더 플래드게이트 파트너십(The Fladgate Partnership·TFP)’의 아드리안 브릿지(Adrian Bridge) 최고경영자는 이 흐름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인물이다. 그는 1692년 시작된 테일러스(Taylor’s)를 축으로 폰세카·크로프트 등 포트 명가를 거느리며 포트 와인의 ‘현재’와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TFP는 포트와인 생산부터 유통, 호스피탈리티(호텔·레스토랑·방문자 센터·박물관)까지 포르투 문화의 중심에 서있는 기업이다. 지난 1일 중앙SUNDAY가 포르투에 있는 아드리안 브릿지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A : 한국은 수준 높은 미식과 관광 수요가 결합한 시장이다. 최근 ‘페어링’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무작정 마시기보다 맛있게 마시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포트를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포르투·도우로의 문화·경험과 함께 제시하고 싶다. 한국에서 PR·여행사 미팅·광고·시음회를 병행하고, 전문 유통 파트너와 교육 프로그램을 넓히며 면세 채널 접근성도 강화하는 중이다. 한국에 방문할때마다 좋은 추억을 얻어갔다. 가능하면 아내와 함께 여행하며 더 많은 지역과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
Q : 포트 와인의 매력은 무엇인가.
A : 포트는 포르투갈 북부 도우로(Douro) 계곡에서만 생산하는 주정 강화 와인이다. 발효 중 브랜디를 더해 발효를 멈추고 당과 향을 온전히 남기는 게 핵심이다. 1756년 포르투갈 정부는 세계 최초로 포도 재배 지역의 경계를 법적으로 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기구를 설립했는데, 이 지역이 바로 도우루 밸리(Douro Valley)다.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만이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산지 통제 명칭‘ 제도의 기원이다. 포도밭의 약 3분의 2가 경사 30% 이상의 급경사에 놓여 있다. 이 혹독한 ‘테루아(와인이 생산되는 포괄적인 환경 조건)’가 포트의 농밀함과 구조감을 만든다. 포트는 “디저트만의 술”이 아니라 식전·메인·디저트 어디서든 제 몫을 하는 가장 사교적인 와인이다.
A : 크게 루비·토니·화이트(로제 포함)로 나뉜다. 루비는 신선한 과실 향이 또렷하고, 토니는 오크 숙성으로 캐러멜·견과류 풍미와 실키한 질감이 매력이다. 화이트는 드라이부터 스위트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훌륭한 해의 포도로 만들고 병에서 장기 숙성하는 빈티지 포트, 오크통에서 4~6년 숙성 뒤 병입하는 LBV(Late Bottled Vintage) 같은 세부 유형도 있다. 여름엔 화이트 포트에 토닉을 더한 ‘포토니크’가 산뜻한 식전주가 되고, 루비·LBV는 메인 요리, 토니는 치즈·디저트와 잘 맞는다.

Q : 포르투는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A : 도우로 강 남쪽 지역의 WOW를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박물관, 와인 스쿨 워크숍을 들린 뒤 테일러스·폰세카 셀러 투어를 걸어보라. 도우로 강과 동 루이스 1세 다리, 세라 두 필라르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하루의 결을 바꿀 것이다. 포르투는 좁은 골목과 잘 복원된 건물이 공존하는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도시다.
그는 “포르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도 포르투갈의 미식과 문화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며 “테일러스는 1692년부터 프리미엄 포트에 전념해 왔다. 포도밭 관리→양조→숙성→블렌딩→병입 전 과정을 직접 관여한다”고 말했다.
Q : 한국 식탁과 페어링을 추천한다면.
A : 삼겹살·양념갈비엔 과실 풍미가 뚜렷한 루비 포트가 잘 맞는다. 김치찌개의 매콤함·산미는 숙성 토니의 부드러운 단맛과 오크·견과 향이 균형을 잡아준다. 불고기엔 루비, 짜장면엔 캐러멜·견과 향의 토니나 밸런스 좋은 LBV가 흥미롭다. 목표는 간단하다. 다양한 매력의 포트를 디저트의 틀에서 꺼내 한국의 식탁과 여행 동선 속으로 옮겨 놓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취향도 덧붙였다. “Taylor’s 1963 빈티지를 가장 좋아한다. 겨울엔 LBV, 여름엔 차갑게 토니. 냉장고엔 늘 20년 숙성 토니 한 병이 있다”며 “술 한 모금의 작은 경험이 어쩌면 여행 전체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