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생기지 않았어야…" 조지아주 이민단속 향한 엇갈린 민심
주민들 엄청난 변화에 현기증, 외지인 증가에 반발…
ICE 제보근거도 주민들이 제공, 지역 내 융합 숙제로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에서 약 30분 거리의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11.76㎢의 광활한 단지에 연간 30만대 양산을 목표로 올해 초 가동한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 미국의 제조업 야망과 반이민 정책이 충돌하는 용광로가 됐다.
뉴욕타임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조지아주에서도 작고 조용한 소도시인 엘라벨은 한국 기업이 진출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단지 바깥의 2차선 시골길은 이제 5차선으로 꽉 차 있다. 20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이젠 약 1시간 가량 소요된다. 현대차그룹이 투자를 발표한 2022년 이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는 지역 사회의 주요 고용 창출원이 됐다.
이곳에서 2030년 초까지 최대 50만대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가 생산되면, 최대 1만2500명의 근로자가 고용될 계획이다. 공화당 소속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76억달러 규모의 이 단지에 대해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개발 프로젝트라며 홍보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지역 한인회도 활성화됐다.

송전선로 회사의 총괄 감독인 데리엘 워커는 뉴욕타임스에 "이곳은 확실히 예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한국식 팥소와 사골국 등을 판매하는 식료품점 주인 새미 렌츠는 "(한국에서) 새로온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며 "그들을 위한 가게"라며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으로 체포된 한국인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밝혔다. 하룻밤 새 한국인 손님이 끊기다시피 했다. 그는 "한국인이 없으면 돈을 벌 수 없다"고 했다.
조지아 동남부 한인회 회장 제임스 림은 CNN에 "에어비앤비에서 현대차공장의 한국 노동자를 맞이한 경험이 있는데, 다수가 자녀가 없는 미혼 남성이지만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계와 공장 시스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이 존중받고 일하도록 그린카드(영주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ICE의 대대적인 이민단속 이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단지 앞에는 32도의 폭염 속에서도 수십명의 시위대가 정부의 권한 남용이라며 타지에서 차를 몰고 와 시위하고 있다.
반면 엘라벨 주민들은 무표정하다. 끌려간 노동자들이 모두 임시직이다보니 배우자와 자녀 없이 혼자 미국에 와 지역사회와 교류할 기회가 없는 데다 이주 노동력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변화에 혼란을 느끼는 주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장이 아직 건설단계이다보니 단지와 주변 지역사회 간의 연결고리는 미미하다. ICE에 단속 근거를 제보한 것도 일자리에 불만을 품은 이들 현지 주민들이다. 40년 넘게 엘라벨에 거주했다는 제니퍼 머처슨은 뉴욕타임스에 "이곳은 작은 공동체다. (자동차) 생산단지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았다. 공무원과 재계 지도자들이 주민 의견 없이 진행했다. 우리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아시아 식료품점이 화약고가 되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식료품점에 들어와 아시아 식품이 가득 진열된 선반을 보고 욕설을 퍼붓고 나가기도 했다. 현지 주민들도 추후 8500여개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 그러나 그 일자리가 실현되기 전까지 하청업체 및 비자 제한이 있는 기술자, 해당 프로젝트를 일상 생활에 끌어안지는 못하고 있다.
골프장과 카누 등 레포츠가 지역 경제를 대표했던 엘라벨에서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부지는 기회의 등대이면서도 긴장의 원천이 됐다. 공사가 재개돼도 그 거대한 공장을 지역사회와 연결할 다리가 절실하다. 대대적인 이민단속이나 "미국인을 고용해서 훈련시키라"는 협박만으로 그 다리가 채워질 리 만무하다.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한국 기업들은 '마가'(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가 종교가 돼버린 공화당 텃밭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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