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경상남도기록원 공동기획- 기록으로 보는 경남] (9) 대한민국 최초 축제
과거 공동체 위한 역사·의례적 행사
오늘날 지역경제 견인 문화산업으로
1897년 진주전국소싸움대회가 처음
시군 특성 녹인 문화제 앞다퉈 개최
오랜 역사 비해 보존된 기록은 부족
‘최초’라는 단어는 단순히 시간적으로 처음을 뜻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기준을 세우는 핵심적인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최초’는 영광스럽지만, 동시에 그 이후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세밀한 가치를 찾으며, 세상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동반한다. 우리 경남에서 시작한 대한민국의 최초, 그 ‘영광스럽고도 어려운’ 일들을 잠시 되짚어본다.
1364년 혹한에 떨던 백성들의 삶을 바꾸며 의생활 혁신을 이끈 ‘산청 문익점의 목화 재배’ 성공, 1909년 지방에서 최초로 창간된 ‘진주의 경남일보’, 1952년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조각가 윤호중 선생이 제작한 ‘진해 충무공 이순신 동상’, 1958년 농어촌 소득 증대에 전환점을 마련한 ‘김해 최초의 비닐하우스 개발(박해순 농부)’, 1961년 세계 속 한국의 첫걸음을 내디딘 ‘진주시와 미국 유진시의 자매결연’, 1993년 국민 재산권 보호에 기여한 ‘경남 토지행정서비스 조상땅 찾기’, 2008년 시민의 이동권을 확장하고 저탄소 녹색도시의 길을 연 ‘공공자전거 시스템 누비자’ 등.

진주투우대회(진주소싸움대회/1934년) 확대본.

진주투우대회(진주소싸움대회) 부산일보 지면.(1934년 9월 28일). /국립중앙도서관/

제15회 진주개천예술제(1964년).
경남의 애민 정신은 단순히 ‘노동(勞動)’에만 머물지 않았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休息) 그리고 창조(創造)’의 시간 또한 경남이 먼저 열어주었다. 특히 해방 후 고난을 겪던 민족에게 ‘쉼’을 허락한 대한민국 최초의 축제가 바로 경남 속에 자리하고 있다.

제1회 창원 진해군항제(1963년 4월).

제1회 영남예술제 관련 기사(1949년)./국립중앙도서관/

제1회 영남예술제 관련 기사(1949년10월15일 남조선민보). /국립중앙도서관/
환희를 예술을 통하여 민족의 주체성을 확립하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자 영남예술제를 시작했다.

제14회 밀양아랑제 서막식(1971년).
사천은 1978년 와룡산 비룡제를 시작해 산악인의 무사안녕을 기원했다. 김해는 지역예술인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고 양질의 순수문화예술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1963년 김해예술제를 시작했다.

거제 옥포대첩제(1971년).
의령은 1972년 의병의 날 기념축제를 시작해 곽재우 장군의 의병 정신을 기렸다. 함안은 육가야 중의 맹주국이었던 아라로 그 얼과 슬기를 보전하기 위해 1983년부터 아라제를 개최했다.

제32회 창녕 삼일민속문화제(1993년).
남해는 화전이라는 남해의 또 다른 이름으로 근면과 성실을 바탕으로 이어져 온 성인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1982년부터 화전문화제를 개최했다. 하동은 지역의 역사와 전통에 긍지를 갖고, 애향심과 군민의 화합 도모를 위해 1981년부터 하동문화제를 개최했다.

제15회 함양 천령문화제(1977년).
거창은 1989년부터 경남지역 연극단체들의 화합과 지역 연극의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해 거창국제연극제를 시작했고, 합천은 가야의 정기, 화랑의 예지와 용기를 잇고 장렬히 산화한 충신 죽죽의 넋을 되살려 애향애국의 숭고한 정신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1982년 대야문화제를 시작했다.

제19회 김해가락문화제(1995년).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는 축제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지역의 문화 자산을 홍보·강화해 왔음에도, 축제의 오랜 역사에 비해 남겨진 기록은 부족하다. 기록의 부재는 역사의 단절을 초래하고, 전체 속에서 드러날 수 있는 통찰을 잃게 만든다. 축제가 공동체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회성으로만 남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매년 축제에서 생산되는 다량의 리플릿, 포스터 등 기록물을 간과하지 않고 보존해야 한다는 결론은 너무도 당연하다.
덧붙여 오랫동안 축제를 개최해 온 산청은 올해 일어난 재난으로 인해 제25회 산청한방약초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2025년은 축제의 현장에서조차 타인의 어려움을 이해할 줄 아는 경남인의 슬기, 그리고 즐기며 함께 돕는 공동체의 축제가 되길 기대한다.
전가희 기록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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