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가짜뉴스 전형? 민주당 원내대표 언론관 우려
언론중재법 개정 국면에서 뉴스타파 보도 '악의' 언급한 김병기 원내대표..."사실관계 중심 반론하면 되는데 지나치게 공격적"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뉴스타파의 '아빠찬스' 의혹 보도에 대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가짜뉴스의 전형”이라고 반발했다. 정치 기획성 보도를 의심했다며 자신이 개혁입법을 책임지고 있는 원내대표라는 것도 언급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두려워서인지 법 통과 전에 부랴부랴 보도했다”는 주장까지 했는데 뚜렷한 근거는 없다.
뉴스타파는 지난 4일 <김병기 의원, '차남 대학 편입'에 보좌진·구의원 동원> 등 기사에서 김병기 원내대표가 2021년 말 숭실대학교를 방문해 총장과 입학처장 등 보직교수들을 만나 여러 대화를 하던 중 “어떤 전형을 거쳐야 학생이 숭실대에 편·입학할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다고 보도했다.
김 의원이 숭실대 총장을 만나고 몇 달 후인 2022년 4월, 김 의원 측근들도 숭실대를 찾았고 2023년 2월경 김씨는 숭실대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김씨는 대학과 계약을 맺은 기업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현직 근로자가 지원할 수 있는 특별전형으로 편입했는데 뉴스타파는 “해당 기업은 차남 김씨에게만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해준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21일 공식 서면 질의서를 보낸 뒤 여러 차례 취재를 시도했지만 김 원내대표로부터 반론을 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병기 원내대표 “가짜뉴스 전형… 법정에서 보자”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기사에 반박하는 입장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원내대표는 “중소기업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대학 다닌 것까지도 시비를 건다”며 “뉴스타파의 황당한 기사를 접하고 '분명 정치기획 냄새가 나는데'하고 의심하다가 제가 개혁입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 원내대표임을 깨닫고 쓴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기본적인 배경과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가짜뉴스의 전형”이라며 “당연히 객관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계약학과와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알면 도저히 이런 보도는 할 수 없을 것이고, 알고도 했다면 거의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법정에서 보자”고 했다.
김 원내대표 인스타그램에는 해당 글과 함께 “가짜뉴스에는 법적 대응이 답”, “징벌적 손해배상이 두려워서인지 소위 '가짜뉴스근절법' 통과 전에 부랴부랴 보도했네요”, “사회와 언론을 오염시키는 가짜뉴스는 퇴출시켜야 합니다” 등의 문구가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김 원내대표가 아들의 편입 과정에서 압력을 발휘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자신과 측근 등이 아들의 편입 이전에 숭실대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동작갑' 3선 의원으로 숭실대는 '동작을'에 속한다. 의원이 대학교에 직접 방문해서 편입 방법을 문의했고 이후에 아들이 해당 학교에 실제로 편입한 것 자체가 부적절해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한상진 뉴스타파 총괄에디터는 통화에서 “핵심 의혹에 답변을 했다기보다 원내대표께서 하고 싶으신 말을 하신 걸로 받아들인다. 아직 충분한 답변은 못 들었다는 생각”이라며 “후속 보도를 통해 김 원내대표의 해명이 뉴스타파가 제기한 본질적인 의혹을 어떻게 비껴간 것인지 설명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개정 국면… 언론관 영향 미치는 것 아닌가”
김 원내대표는 '정치기획 냄새', '가짜뉴스의 전형', '범죄행위' 등의 표현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의혹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제가 개혁입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 원내대표임을 깨닫고 쓴웃음이 나왔다”는 발언은 현재 언론중재법 개정 등을 언론이 방해하기 위해 나섰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8일에도 페이스북에서 2021년 말 숭실대 총장을 자신이 먼저 찾아간 것이 아닌 요청을 받고 찾아갔다는 것을 강조하며 “뉴스타파의 질의에 응하지 않았던 것은 악의적 제보자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고, 취재 의도가 심히 의심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뉴스타파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의혹을 제기했다는 근거는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한상진 에디터는 “'가짜뉴스의 전형' 같은 표현은 사실상 뉴스타파의 명예를 훼손하는 걸로 보인다”며 “(보도에)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 뉴스타파는 해왔던 대로 의혹을 알게 됐고 취재를 진행했고 어느 정도 취재가 마무리됐다고 판단해서 보도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은 언론에 대해 사실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판부가 허위조작보도의 고의 중과실을 인정하면 기본 손해액의 N배를 언론사 등이 배상해야 하는 내용이다. 언론현업단체들은 정치인 등 권력자는 징벌적 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언론중재위 절차를 거친 뒤 조정불성립의 경우 정치인도 징벌적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당 최고위에서 “민주당은 가짜 정보 근절에 책임 있게 나설 것이다. 언론개혁법을 확장한 가칭 가짜 정보 근절법을 정기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며 “원칙을 어기고 가짜 정보를 퍼뜨리는 자에게는 합당한 책임을 확실하게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방안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언론을 향해 '가짜뉴스'라고 하는 것 자체가 권력자가 언론을 공격하기 위해 쓰는 전형적인 수사”라며 “반론을 정확하게 사실관계 중심으로 하면 된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정정보도 청구 등 절차를 밟으면 되는 것인데 여당 원내대표라는 직책에 맞지 않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언론중재법 개정 국면에서 언론현업단체들이 권력자의 배상 청구를 제외시켜달라고 하는데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원내대표도 당연히 그 권력자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러한 언론관이 당 차원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언론의 비판 보도에 대해 다 비슷하게 반응을 한다. 적절하지 않지만 특별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고의성 입증 책임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쟁점이다. 언론사가 이를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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