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이 온다... 강화 외골격 슈트로 무장한 미래 보병 [무기로 읽는 세상]

7월과 8월 중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매우 흥미로운 신무기를 소개했다. 동부전구와 서부전구 예하 부대가 각각 소개한 이들 신무기는 총이나 미사일, 드론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 몸에 착용하는 장치였다. 동부전구 예하 부대 한 의무병은 몸무게가 72㎏이나 나가는 부상병을 업고 전력 질주했고, 다른 병사들은 1인당 80㎏에 달하는 각종 짐을 짊어지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 하반신에는 무언가 복잡하게 생긴 장치들이 부착돼 있었다. 이른바 '강화 외골격 슈트'다.
'강화 외골격 슈트' 개발 전쟁

외골격 슈트는 이름 그대로 신체 외부에 부착하는 인공 구조물이다. 이 뼈대를 사용해 허리와 관절에 가해지는 무게를 분산할 수도 있고, 이 뼈대에 동력을 불어넣어 인간이 가진 근력의 몇 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전자는 무동력 외골격 장치라고 해서 장애인이나 노인 등 보행이 불편한 사람의 보행 보조기구로 이미 활용되고 있고, 후자는 강화 외골격 장치라는 이름으로 산업 현장이나 군에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이 일선에 배치하기 시작한 것은 두 가지 유형 모두다.
외골격 슈트라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 그렇게 복잡하거나 값비싼 장치는 아니다. 무동력 외골격 장치는 발부터 허리까지 이어지는 탈부착 방식의 금속 또는 강화 플라스틱 지지대를 사용해 허리와 하체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여 주는 단순한 장치다. 강화 외골격 장치는 관절 부위에 모터를 사용해 전기 힘으로 각 연결부를 움직여 주는 장치다. 이 장치를 하반신에 부착하고 작동시키면 사람 근육 대신 장치가 다리를 움직여 주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메고도 마치 빈 몸인 것처럼 가볍게 움직일 수 있고 계단이나 오르막길을 뛰어오를 수도 있다. 일반인도 시중에서 이런 장치를 구입할 수 있는데, 100만~300만 원 정도면 보급형부터 고급형까지 구매가 가능할 정도로 가성비가 괜찮은 편이다. 중국군이 보급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제품들이다.
외골격 슈트는 하반신 착용 버전뿐만 아니라 전신을 감싸는 형태로도 존재한다. 미국이 개발 중인 '탈로스(TALOS)'는 발부터 목까지 이어지는 전신 착용형 슈트다. 신체의 60%를 고강도 세라믹 복합장갑으로 보호하는 것은 물론, 착용자의 생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냉각·발열 시스템도 갖췄다. 팔에 부착하는 외골격 장치는 더 크고 무거운 총을 들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헬멧에 장착된 사격통제장치와 연동돼 소총 명중률을 극대화하는 조준보조장치 역할도 한다. 실용화했다면 SF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슈트와 가장 가까운 형태의 무기가 됐을 것이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미국은 결국 이 슈트를 실용화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하반신 착용 버전부터 전신 착용 버전까지 다양한 형태의 외골격 슈트를 개발하거나 시범 배치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각국이 공개한 차세대 보병 시스템을 보면 어김없이 외골격 슈트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국은 전신 착용 버전 외골격 슈트를 지향하면서 급한 대로 하반신 착용 버전 외골격 슈트를 만들어 경쟁적으로 일선에 보급하고 있다. 이런 경쟁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보병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군장 무게만 40㎏' 보병에겐 필수품

과거에는 병사 한 명이 짊어져야 할 군장 무게가 그리 무겁지 않았다. 우리 군이 반세기 넘게 사용한 '엑스반도'나 '와이반도' 기반 군장은 탄입대와 수통, 야전삽, 대검 등을 주렁주렁 연결한 탄띠에 멜빵을 연결한 형태였고, 탄입대를 가득 채워도 그 전체 무게가 6㎏ 정도에 불과했다. 여기에 방탄모를 쓰고 소총 하나 들면 단독 군장 상태로 전체 무게는 10㎏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요즘 단독 군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졌다. 방탄복은 방탄 성능에 따라 무게가 천차만별이지만 소총탄을 막을 수 있는 방탄판을 삽입하고 여기에 탄입대와 대검, 무전기 등 각종 장비를 더 붙이면 15~20㎏은 우습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단독 군장에 해당한다. 공격배낭까지 포함해 완전 군장을 꾸리면 병사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는 30~40㎏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처럼 군장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나라의 얘기다. 특수부대는 군장 무게가 40~80㎏에 달하는 경우가 많고, 미군도 구성에 따라 40~60㎏을 쉽게 넘어선다. 이 군장 무게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투원은 전투 시작 전에 기진맥진한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총도 무거워지고 있다. 5.56㎜ 소총탄이 일반화한 이후에는 30발 탄창을 꽉 채워 삽탄했을 때 소총 한 자루 무게가 4㎏ 정도였다. 최근에는 여기에 광학조준장비, 레이저 표적 지시기, 전술 라이트, 소음기 등이 기본으로 부착되면서 총 무게가 5~6㎏을 가볍게 넘어가는 추세다. 심지어 고성능 방탄복 보급이 확대되면서 5.56㎜ 탄의 위력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어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6.8㎜ 규격을 사용하는 더 크고 무거운 신형 소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이런 신형 탄을 채용했다는 것은 이 6.8㎜가 5.56㎜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 군의 소총도 그렇게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더 크고 무거우면서 반동까지 큰 소총을 들어야 하고 여기에 수십㎏의 군장까지 몸에 지고 전장을 누벼야 하는 병사들에게 강화 외골격 장치는 이제 필수품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물론 강화 외골격 장치는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높은 내구성을 지니면서도 오랫동안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력 공급원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로는 이를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미국 탈로스 시스템도 최소 12시간 이상 시스템을 구동할 수 있는 동력원을 개발하지 못해 개발이 중단된 사례다. 이 때문에 각국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신할 새로운 동력원으로 전고체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고 앞으로 개발될 대부분의 강화 외골격 장치는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SF 영화 속 전투용 슈트, 등장 예고

전고체 배터리는 이름 그대로 액체 대신 고체를 전해질로 사용하는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같은 부피에 훨씬 더 많은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외부 온도에 따른 효율 저하도 없고 화재나 폭발 같은 위험도 없다. 상용 배터리로는 물론 군사용 배터리로도 최적의 조건을 갖춘 이 배터리는 2027년 이후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 배터리가 널리 보급되면 강화 외골격 장치 역시 그 보급과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고체 배터리를 시작으로 소형화·고출력화한 전력 공급원이 갖춰지면 현재 하반신 착용 버전 위주로 개발되고 있는 강화 외골격 장치는 탈로스와 같은 전신 착용 버전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미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이 이러한 구상을 발표한 바 있고, 우리나라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전신 착용 버전 강화 외골격 장치는 하체는 물론 상체 근력을 크게 강화해 현재는 상반신 중요 부위만 보호할 수 있는 방탄판 적용 범위를 전신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상·하체 근력이 크게 강화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크고 무거운 장비를 휴대할 수 있고 전신을 완전히 감싸 화생방 상황에서도 착용자를 보호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강화 외골격 장치 기술 발전이 '평시'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켜 본 바와 같이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기술과 운용 개념을 그 이전 수십 년을 압축한 것보다 더 급격하게 바꿔 놓았다. 이미 전장에 강화 외골격 장치가 시범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가까운 미래에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은 중국과 미국이 이 장치들을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다. 이는 전쟁이 터질 경우 강화 외골격 장치도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급격한 기술 발전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SF영화 속에서나 보던 전투용 슈트를 생각보다 빨리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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