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봉숙 검사 “관봉권 띠지, 훼손할 이유 없어…수사관들 먹잇감 돼 처참”

이후민 기자 2025. 9. 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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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전성배 씨 관련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관봉권 띠지가 유실된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특검까지 추진되는 가운데 현직 검사가 "수사실이든, 압수계든 일부러 훼손할 동기나 이유란 게 있었겠냐"며 "사실에 입각해 잘못한 사람이 잘못한 만큼만 처분받을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낸 공봉숙(사법연수원 32기) 서울고검 검사는 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남긴 '관봉권 띠지 관련 공정한 감찰과 수사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누구의 잘못인지 아직 명백하게 밝혀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신규 수사관들이 조직적 증거인멸의 하수인처럼 전 국민 앞에서 조리돌림 당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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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서 서울남부지검에서 건진 전성배씨 관련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과 압수수색 증거품인 ‘관봉권’을 관리했던 검찰 수사관들이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이희동 부산고검 검사(전 서울남부지검 1차장 검사), 박건욱 대구지검 인권보호관(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김정민ㆍ남경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 연합뉴스

‘건진법사’ 전성배 씨 관련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관봉권 띠지가 유실된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특검까지 추진되는 가운데 현직 검사가 “수사실이든, 압수계든 일부러 훼손할 동기나 이유란 게 있었겠냐”며 “사실에 입각해 잘못한 사람이 잘못한 만큼만 처분받을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낸 공봉숙(사법연수원 32기) 서울고검 검사는 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남긴 ‘관봉권 띠지 관련 공정한 감찰과 수사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누구의 잘못인지 아직 명백하게 밝혀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신규 수사관들이 조직적 증거인멸의 하수인처럼 전 국민 앞에서 조리돌림 당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고 적었다.

공 검사는 “지금 상황을 보면 마치 어린 수사관들을 먹잇감으로 내어주고 ‘한 번만 봐주세요’라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처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들과 압수계 수사관들을 불러 관봉권 띠지 유실에 관한 책임을 물은 데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검찰 구성원 중에 어린 수사관들이 일부러 관봉권 띠지를 훼손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신가”라며 “그런데도 국회의원들께서는 ‘너희들이 다 덮어써서 교도소 가고, 징역 살고, 그러지 말고 누가 시켰는지 말해라’고 윽박지르고 회유했다. 요즘은 수사도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 검사는 관봉권 띠지에 대해서도 “압수계 수사관들은 수사검사실에서 내려오는 압수물을 챙겨 보관할 따름”이라며 “띠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지금에 와서는 ‘띠지가 있었나’ 싶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이어 그는 “의원님들은 ‘그걸 어떻게 모르느냐’고 고함을 치시던데, 분업화되어 있는 대규모 검찰청의 업무시스템이나 처리하는 압수물 양 같은 걸 보면 모르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검사실과 압수물 담당자 간 소통 오류가 있어 중요한 증거물이 분실되었다면 그것도 잘못이고, 잘잘못을 가려 그에 상응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 검사는 “당시 계엄 직후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검사장, 차장 등 간부들을 비롯해 수사팀에 이르기까지 수사에 관여한 모든 사람 중 수사 성공을 바라지 않고, 뒷구멍에서 몰래 증거를 훼손시키려는 사람이 있었겠느냐”며 “어린 검찰 수사관들이 일부러 증거를 훼손했을 리가 없다는 점에 대해 제 손목을 걸 정도로 확신하고 있고, 조리돌림 당하는 꼴을 도저히 볼 수 없어 의견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이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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