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능도 유전자로 켜고 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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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한 종의 고유 행동을 다른 종에서도 똑같이 구현하는 '이종 행동 전환' 실험에 성공했다.
그동안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서로 다른 종 사이에 교환된 적은 있었지만, 행동 자체가 유전적으로 다른 동물에게 이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새로운 행동의 진화에 반드시 새로운 뉴런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며 "기존 뉴런 간의 연결 변화, 즉 '유전자 재배선'이 행동의 다양화를 거쳐 종 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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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휴면 유전자 활성화했더니
다른 종이 하는 구애 행동 따라해

과학자들이 한 종의 고유 행동을 다른 종에서도 똑같이 구현하는 ‘이종 행동 전환’ 실험에 성공했다. 그동안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서로 다른 종 사이에 교환된 적은 있었지만, 행동 자체가 유전적으로 다른 동물에게 이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통신연구기구(NICT)와 나고야대 공동연구진은 단 하나의 유전자 조작으로 한 초파리종의 구애 행동을 다른 초파리종에서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7년 노래로 구애하는 초파리종(D. melanogaster)과 먹이를 토해내는 것으로 구애하는 초파리종(D. subobscura)의 교미 행동과 관련한 신경망 연구에서, 두 종 모두가 인슐린 생성 뉴런에 구애행동에 관여하는 유전자 프루(fru)를 갖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러나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음에도 구애 행동시 한 종에선 날개 근육 및 소리와 관련한 신경망이, 다른 종에선 암컷에게 먹이를 토해내는 시각 및 운동 신경망이 작동했다.

노래 멈추고 먹이 토하는 구애 시작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먹이를 토하는 초파리 뇌를 분석한 결과, 신경분비중추인 뇌간부(PI)에 16~18개의 인슐린 생성 뉴런이 모여 있으며, 이 뉴런들이 수컷에게만 생성되는 단백질 프루엠(FruM)을 생성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어 노래하는 초파리와 비교한 결과, 먹이를 토하는 초파리의 인슐린 생성 뉴런은 구애 조절 중추에 연결돼 있는 반면, 노래하는 초파리에는 그런 연결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래하는 초파리의 인슐린 생성 뉴런에선 이 유전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노래하는 초파리의 인슐린 생성 뉴런에 있는 프루 유전자를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이 유전자가 프루엠 단백질을 만들었고, 이어 뉴런에서 긴 신경 돌기가 자라나 인슐린 생성 뉴런과 구애 조절 중추를 잇는 회로가 만들어졌다. 새 회로가 형성되자 노래만 하던 수컷 초파리의 구애 행동에 변화가 일어났다. 먹이를 토해내 암컷에게 주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진은 3000만~3500만년 전에 분화된 두 종이 이후 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방식의 구애 행동을 진화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잠자는 인간 본능을 유전자로 깨워?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새로운 행동의 진화에 반드시 새로운 뉴런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며 “기존 뉴런 간의 연결 변화, 즉 ‘유전자 재배선’이 행동의 다양화를 거쳐 종 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과학 발견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초파리는 인간과 70%의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에 인간 뇌와 질환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실험 동물로 활용된다. 초파리 연구에서 얻은 성과로 지금까지 10명의 과학자가 6차례 노벨상을 받았다. 2024년엔 10년간의 연구 끝에 14만개의 뉴런(신경세포)과 5000만개 이상의 시냅스(연결부)로 구성된 초파리 신경 구조 전체를 담은 뇌 지도(커넥톰)가 완성됐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 유전질환 4건 중 3건은 초파리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에 의해 활성화하지 않은 행동 특성이 우리 몸속에 잠재돼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그 스위치를 켜 새로운 신경망이 연결될 경우, 사회적 학습이나 훈련 없이도 다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논문 정보
Cross-species implementation of an innate courtship behavior by manipulation of the sex-determinant gene.
DOI: 10.1126/science.adp5831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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