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생산인데 쌀값 급등?… ‘정부 56만t 매입’ 물량조절 실패 탓[10문10답]

장상민 기자 2025. 9. 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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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소비 줄어도 비싸진 ‘쌀값 미스터리’
예상보다 실제 쌀 생산 8만t ↓
20㎏ 평균 소매가 6만원 돌파
쌀값 급등하면 국민적 반감 커
농민들 “일시적인데 너무 민감”
정부 3만t 풀었지만 효과 미미
햅쌀 본격 출하돼야 안정될 듯
수급조절 실패땐 재발 가능성
타작물 전환 등 체질개선 절실
이달 들어 쌀 20㎏ 평균 가격이 6만 원대에 진입하는 등 쌀값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5일 경기 화성시 정남면의 한 논에서 열린 2025년 화성시 조생종 벼베기 행사에서 현지 농부가 콤바인으로 수확한 벼를 옮겨 담고 있다. 뉴시스

장상민·조해동·이은지 기자, 무안 = 김대우 기자

쌀은 국내에서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생산량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기에 ‘가격이 급등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일반인들의 인식이다. 특히나 쌀은 여전히 한국인의 ‘주식(主食)’인 만큼 ‘가격이 급등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적 인식마저 팽배하다. 그러나 최근 쌀값이 이례적으로 상승하면서 단순히 수요·공급의 문제가 아닌 유통구조, 정부 쌀 산업 지원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일시적인 현상’인 만큼 쌀값 급등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농가 측의 반응도 나온다. 이 같은 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쌀 공공비축에 관한 정부의 유연한 정책과 더불어 쌀 생산·소비 구조 변화도 검토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 최근 쌀값 동향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쌀 20㎏ 상품 기준 일간 가격은 6만538원이었다. 7월에 이어 이달 들어 6만 원대로 다시 올라선 일간 가격은 연일 상승 중이다. 근래에 쌀 20㎏이 6만 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9월 코로나19 여파로 쌀 생산량이 감소한 반면, 각종 물가가 급상승했을 당시 이후 처음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월 기자간담회에서 “쌀(20㎏) 소매 가격이 6만 원인 것은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느끼는 저항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게다가 일부 소매점에서는 이미 7만 원대의 가격표가 붙기도 했다.

2. ‘과잉생산·소비감소’인데 어떻게 값이 오를 수 있나?

쌀은 대표적 초과공급 품목이다. 지난해 예상 생산량도 365만7000t으로 예상 소비량보다 12만8000t 많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36만t(가루 쌀을 제외한 2024년산 햅쌀)을 공공비축으로 매입하고 20만t 이상을 시장에서 격리하면서 유통 물량이 급격히 줄었다. 수확기 직후 하락세였던 쌀값은 지난해 11월부터 반등해 올해 여름 20㎏당 평균 소매가 6만573원을 기록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6만 원 선까지 돌파했다. 공급이 남아돌지만 정책 개입이 가격을 밀어올린 ‘역설적 상황’이다. 미곡종합처리장(RPC)과 산지에서 원료곡 확보 경쟁이 붙으면서 오름세가 강화됐고, 가정용 쌀 부족은 공깃밥 2000원 시대를 현실로 만들었다. 소비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시장격리 시점·물량 조정 실패가 가격 급등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3. 쌀 소비 주는데 국민은 왜 쌀값에 민감?

최근 한국인의 쌀 소비량은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양곡소비량 조사’를 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3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152.9g) 역시 역대 최저다. 일반적인 즉석밥 1개의 중량이 약 210g인 것을 감안하면, 국민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먹는 쌀의 양이 즉석밥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쌀 소비량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쌀은 빵과 함께 여전히 국민의 주식 중 하나다. 당장 급등한 쌀값은 가계에 부담을 준다. 쌀값이 오르면 수입 밀가루 대신 국산 쌀가루를 활용한 식사용 빵류, 꽈배기, ‘쌀 베이글’ 등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쌀을 재료로 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서 생산되는 모든 상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식생활의 근간인 쌀값이 급등한다는 것에 대한 ‘정서적인 반감’도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현 정부의 쌀값 대응 방안은?

정부는 7월 말과 9월 초 잇단 6만 원 선 돌파에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RPC에 쌀 3만t을 ‘대여’ 방식으로 공급했으나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지난 5일에는 가공용 정부 양곡 5만t을 추가로 풀기도 했다. 동시에 오는 11일부터 하나로마트·이마트·롯데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를 통해 진행하던 할인 행사 폭을 20㎏당 3000원에서 5000원으로 늘려 가정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일부 프리미엄 쌀은 이미 마트에서 7만 원을 넘어서고 있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상승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 조치의 효과가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며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돼야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 수입쌀로는 문제 해결 안 되나

수입쌀을 늘려 쌀값을 내리는 것은 제도적·사회적 제약이 있는 데다 농민 반발을 자극해 사회적 갈등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시 쌀 시장을 완전 개방하지 않는 대신 연간 약 41만t의 쌀을 미국, 중국, 태국, 호주, 베트남 등 5개국에서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할당량 이내 쌀 수입의 경우 5%의 관세를 부과하지만, 초과 수입이 이뤄질 경우 관세율 513%를 부과하는 ‘할당관세제’를 적용해 한국 쌀 농가를 보호하고 있다. 핵심은 이 41만t의 물량이 5개국에 ‘국가별 쿼터’로 할당돼 있다는 점이다. 특정 국가의 쌀 수입을 늘리려면 다른 나라의 물량을 줄여야 하고 이는 WTO의 동의와 4개국의 협상도 거쳐야 한다. 특히 국내 농민들 또한 수입쌀이 시장에 들어올 경우 국산쌀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며 반발하는 등 정치적·사회적 저항도 크다.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6. 쌀값 급등에 관한 지역 농가 반응은

최근 불거진 쌀값 논란과 관련해 농민들은 “한 잔에 5000원이 넘는 커피는 아무렇지 않게 사 마시면서 한 번 사두면 수개월 먹을 쌀값 몇천 원이 일시적으로 오른 것 가지고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부의장을 지낸 이갑성(62) 씨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사람이 1년간 먹는 쌀 양이 채 60㎏이 안 된다. 20㎏ 한 포대가 6만 원이라고 해도 18만 원”이라며 “하루 인건비가 11만∼13만 원인 농촌에서 하루 반나절만 일하면 1년 치 식량을 살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쌀값이 역대 가장 비쌌던 2021년에도 80㎏ 기준 21만 원이었다”며 “밥 한 공기(쌀 100g)가 평균 230원이고, 20년 전 쌀값이 그대로 유지 중인데 어떻게 비싸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남 무안에서 영농법인을 운영 중인 이동옥(51) 씨는 “올해 쌀값이 올랐다고 해도 농민들은 이미 지난해 10월 수확해 12월에 RPC 등에 팔아 수익에는 차이가 없다”며 “다음달부터 올해산 쌀이 풀리면 오히려 쌀값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7. 앞서 쌀값 논란 일었던 日, 최근 상황은?

소강 상태를 보였던 일본 쌀값 상승세는 올가을 최대치를 찍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에 따르면, 일본 쌀안정공급지원기구가 5일 발표한 8월 쌀 수급·가격 전망 조사에서 3개월 안에 쌀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가격동향지수’(DI)가 69로 한 달새 무려 2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정부 비축미가 방출되기 전인 올해 1월 조사(77) 이후 최고치로, 상승 폭도 역대 최대였다.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올가을 이후 쌀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쌀값 상승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일본 내 최대 쌀 산지인 니가타(新潟) 현에서는 고시히카리(越光) 품종 기준 60㎏당 매입가가 지난달 3만 엔(약 28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매입가가 1만3000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76%나 인상된 것이다.

8. 쌀값 급등 당시 日 정부의 대응은?

일본 정부는 올해 상반기 쌀값 급등에 정부 비축미를 기존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소매점 등에 직접 판매하는 등 물량 풀기로 쌀값 잡기에 나섰다. 비축미 방출로 가격이 다소 안정되긴 했으나 쌀 품귀 현상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마트에서 ‘1가구 1포대’ 구매 제한을 두는 상황도 벌어졌다. 비축미 방출로도 쌀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자 정부는 쌀을 긴급 수입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199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35년 만에 한국 쌀 수십t을 처음 수입했다.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정책 수정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식품 다양화로 쌀이 남게 되자 1970년부터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는 정책을 펴왔으나 쌀값 폭등으로 해당 정책 폐지 혹은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9. 쌀값 급등, 향후 재발 가능성도?

쌀값 급등은 막대한 자연재해 등이 발생할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최근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은 절대적인 수요량과 공급량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일시적인 유통 물량 조정 실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는 쌀 생산량이 약 366만t으로 국내 예상 소비량보다 약 13만t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정부는 36만t을 공공비축용으로 매입했다. 공공비축도 국가의 식량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정책인 만큼 쌀 생산량과 수요량을 모두 시장 원리에만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제 생산량이 358만5000t에 그치면서 이 같은 예측이 빗나갔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소비량에 비해 넉넉하더라도 공공비축 물량 예측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자연재해나 기근이 아니어도 이 같은 쌀값 급등은 재발할 여지가 충분하다.

10. 근본적인 해결 방안

쌀값 안정을 위해서는 단기 처방을 넘어 구조적 체질 개선을 통해 수급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도 지난해 ‘2025∼2029년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을 발표하며 벼 재배면적 8만㏊ 감축과 논 타작물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실제 감축 실적이 2만㏊에 그쳤다는 통계청 자료가 보여주듯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2026년도 예산안에 논 타작물 전환 지원 예산 등을 대폭 늘렸으며 재배면적 감축을 통한 선제적 수급조절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소비 촉진도 병행돼야 한다. 즉석밥·떡·가루 쌀 등 가공식품 수요와 수출 증가를 새로운 수요처로 연결해 시장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송 장관은 전통주 활성화를 통한 쌀 소비 확대 전략도 언급했다. 현재 전통주 제조에 쓰이는 쌀은 연간 약 5600t에 불과하지만, 5년 내 이 규모를 약 3만t까지 키우는 시장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상민·조해동·이은지·김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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