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티니언·팔라우 공군기지 복구 나서… “中의 제2 도련선 저지”[Global Window]
美, 2차대전때 사용하다 폐쇄
활주로 재건 등 복원작업 한창
中 견제 ‘제2도련선’ 핵심지역
“中, 하루 2000개 폭탄투하 가능”
괌 등에 美전투기 집중땐 위험
분산해 ‘신속 전투 배치’ 전략

워싱턴 = 민병기 특파원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쇄했던 태평양 기지를 부활시키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B-29 전투기가 출발했던 남태평양의 작은 섬 티니언의 공군기지 확장에 나섰다. 팔라우의 펠렐리우 섬 등 남태평양의 또 다른 군사 요충지의 복원 혹은 재활용도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의 주요 기지에 대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과의 기지 공유도 확대하고 있다.

◇부활하는 티니언 공군기지= 미국 북마리아나 제도 연방의 일부인 티니언은 필리핀 동쪽, 일본 남쪽에 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에 따르면 이 섬의 면적은 약 39제곱마일(약 101㎢)이다. 이 섬은 원래 일본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점령해 농업용으로 활용하다가 2차 세계대전 중 전략적·군사적 가치를 발견하고 주둔군을 뒀다. 그러나 1944년 7월 미 해병대가 티니언에서 불과 6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사이판에 상륙작전을 펼치면서 티니언 섬도 미군 손에 넘어갔다. NPS는 “섬이 점령되자마자 해군 건설대대인 시비즈(Seabees)가 제2차 세계대전 최대 규모의 공군기지,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비행장 건설에 착수했다”며 “이곳은 4만 명 규모의 기지로 발전했으며, 8500피트(약 2600m) 활주로 6개, 수백 대의 B-29 폭격기 및 기타 항공기용 경착륙장, 티니언 항구를 포함한 해군 시설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비행장은 2차 대전을 사실상 끝내는 B-29 폭격기의 발진 기지가 됐다. 그리고 2차 대전이 마무리된 후 미국은 이 섬의 공군 기지를 폐쇄했다.
티니언 섬의 전략적 가치가 80년이 지난 후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을 운용하는 전략인 ‘신속 전투 배치’(ACE·Agile Combat Employment)의 일환으로 이 지역 내 2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장 재건 및 복원에 주력하고 있다. 활주로 4곳의 재건에 나선 미군은 이 중 일부는 연내 재건을 마칠 계획이고 2027년 초까지는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복원 사업은 활주로 포장, 항공기 주기장 및 연료 탱크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티니언 기지 복원의 목적은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분산 대응에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티니언 복원 소식을 전하며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미군이 태평양의 여러 섬을 다시 쳐다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티니언 섬의 전략적 가치를 지정학적으로도 설명했다. 일본-대만-필리핀을 잇는 중국의 해상진출 1차 저지선이 무너질 경우 일본-괌-보르네오섬을 잇는 2차 저지선이 중요해지는데 티니언 섬은 이 2차 저지선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ACE 전략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세워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하루에 2000개의 폭탄, 미사일을 퍼부을 수 있기 때문에 괌 같은 대형 기지에 항공기를 집중시킬 수 없다”고 썼다. 케빈 슈나이더 태평양공군사령관도 최근 공군·우주군 협회 전쟁 심포지엄에서 “안전한 고정 기지에서 작전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인도태평양의 광활한 거리와 진화하는 위협은 분쟁 상황에서 여러 흩어진 위치에서 작전할 수 있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군대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ACE 전략은 소규모 기지에 분산 배치된 미군 항공기들이 중국의 미사일 공격을 버텨낸 뒤 공중에서 재결집해 반격하고 다시 흩어지는 식이다. 실제 최근 종료된 ‘레졸루트 포스 퍼시픽(Resolute Force Pacific)’에서도 이 같은 ACE 전략을 시험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팔라우의 펠렐리우 섬, 미크로네시아 제도의 야프에서도 유사하게 2차 대전 당시 만들어졌던 활주로를 복원 또는 재활용하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이 역시 ACE 전략하에서 기동성과 생존성을 강화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필리핀 기지 공유도 확대= 미국과 필리핀 사이에 맺은 상호방위협정인 EDCA(Enhanced Defense Cooperation Agreement)에 따라 필리핀의 일부 미군 기지에 대한 활용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티니언 섬이나 펠렐리우 섬의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주로 미국을 포함한 필리핀과 미국의 동맹국들과 기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對)중국 견제 및 압박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두 나라 모두 만족스러운 방안이다.
남사군도를 두고 필리핀은 중국과 영토 분쟁을 빚고 있다. 2023년부터는 국소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필리핀은 EDCA를 통해 필리핀의 군사 기지에 대한 미군의 이용 권한을 인정했다.
그리고 미국은 이 같은 필리핀의 군사기지 이용에 다른 동맹도 참여시키고 있다. 당장 미군과 필리핀군의 연합 군사훈련인 ‘발리카탄’은 2024년 일본과 호주까지 더해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으로 실시됐고, 올해 5월에는 한국군도 참여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군의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타이폰’이 배치됐던 것도 ‘발리카탄’에서다. 필리핀은 일본과 방위 협정을 맺고 일본 자위대의 필리핀 입국을 허용했고, 호주와는 방위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을 내년에 맺기로 했다.
민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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