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국인처럼" 먹고, 바르고, 입고…세계를 바꾸는 'K'

정진우 기자, 유엄식 기자, 하수민 기자, 김민우 기자, 조한송 기자, 유예림 기자, 차현아 기자 2025. 9. 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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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1> (종합)
[편집자주]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재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 섰다. 'K웨이브'로 달궈진 'K산업'의 성장엔진이 식기 전에 글로벌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전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푸드·리테일·패션·뷰티' 등을 중심으로 'K이니셔티브'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장을 집중 조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재명정부 100일 'K이니셔티브'로 국력 5강 시동.."존재감 뚜렷"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대한민국 호(號)가 'K이니셔티브(initiative·주도권)' 돛을 달고, 전세계에 요동치는 'K웨이브'를 따라 글로벌 시장을 순항하고 있다. 이제 전 세계인들은 한국을 더 이상 변방의 작은 나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산업을 비롯해 문화·예술 등 다양한 수출 영역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1일 출범(6월4일) 100일을 앞둔 이재명 정부는 그간 혁신적인 경제정책을 제시하며 세계 시장 선도를 위한 K이니셔티브를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규모는 작지만 소프트파워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국력 5강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K푸드와 K리테일, K패션·뷰티 등 K브랜드를 앞세워 대한민국이 세계를 이끌어가는게 K이니셔티브의 비전이란 점을 거듭 확인하면서다. 이와 관련된 K기업들도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이어가면서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지난달 라면·과자 등 K푸드의 대미(對美)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불확실성으로 상반기에 수출이 앞당겨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KATI)에 따르면 7월 농수산식품 대미 수출액은 5437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 감소했다. 라면 수출액은 17.8% 줄었고, 과자류는 25.9% 감소하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코너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모습. 2025.8.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실제로 K브랜드의 힘은 전 세계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다. 교자(만두)와 라면의 원조국인 일본에서 CJ제일제당과 농심은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먹거리를 히트시키고 있다. 오리온은 러시아는 물론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에서 초코파이로 대표되는 K과자의 위상을 뽐내고,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선봉으로 연일 수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도 K베이커리로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매출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마트를 비롯해 롯데마트와 GS25 등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유통 채널들도 아시아를 필두로 해외로 영토를 넓히면서 현지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한국콜마, 코스맥스, LG생활건강, 실리콘투, 무신사, LF, 코오롱fnc, 젝시믹스 등 국내 대표 뷰티·패션업체들도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같은 K브랜드의 놀라운 도약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난 수십년간 축적해온 성과다. 대한민국은 '1등 DNA(유전인자)'로 무장한 이들 K기업 덕분에 새로운 성장의 시대로 가고 있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수문장 교대식을 관람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달(110만 명) 대비 23.1% 증가한 136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82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증가하며 같은기간 기준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25.9.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최근 넷플릭스의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케데헌)가 이를 방증한다. 케데헌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문화 선진국'의 상징으로 각인시키고 있다. 덕분에 K푸드와 K리테일, K패션·뷰티 산업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자 글로벌 소프트파워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K기업의 글로벌 브랜드화가 탄력을 받으면서 K이니셔티브 효과도 증폭되는 분위기다.

K이니셔티브는 오늘도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전쟁과 가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선진국의 문턱을 통과한 대한민국,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우리나라는 이제 '국력 5강'을 향해 한층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 선봉 기관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의 강경성 사장은 "K이니셔티브로 대한민국은 이미 새 시대를 열고 있다"며 "K기업들의 선전을 통해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국력 5강의 수출 강대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불티나게 팔린 '라면·화장품'..실적 신화 쓰는 K푸드·뷰티 "이제 시작"
서울 마포구 CU 홍대상상점 라면 라이브러리를 찾은 외국인들이 라면을 먹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2억2500만명'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해외 한류 실태 조사에서 집계된 '전 세계 한류 동호회 인구' 규모다. K팝과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에서 시작한 한류 바람이 K푸드와 K뷰티 산업까지 이어져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각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를 두고 "해외 사업은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K푸드 수출 실적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99억8000만달러(약 13조8700억원)로 전년 대비 8.9%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 직전인 2019년 수출액(70억3000만달러)과 비교해선 약 42% 늘어난 수준이다.

K푸드 수출 실적을 견인하는 대표 품목은 '라면'이다. 지난해 수출액은 12억4850만달러로 전년 대비 31.1% 급증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노출되고, 유튜브와 SNS(사회관계서비스망) 등을 통해 라면먹기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미국과 중국, 유럽, 동남아 등 모든 지역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단게 농식품부의 분석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미국 법인에서 판매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다. 현지 대형 유통 채널인 월마트와 코스트코에도 입점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77.3%에 달한다. 농심도 미국과 유럽에서 주력 브랜드 '신라면' 판매고를 늘리면서 해외 매출 비중을 약 37%로 끌어올렸다. 해외 매출 비중이 약 10%인 오뚜기는 BTS(방탄소년단) 진과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고, 미국 코스트코 매장에 진라면을 유통하면서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쌀가공식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38.4% 성장한 3억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냉동김밥'이 인기를 끈 영향이 컸다. 김치 수출액은 1억6360만달러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는데, 역대 최대였던 2021년(1억5990만달러) 수출 실적을 3년 만에 넘어섰다. 이와 함께 과자류(7억7040만달러)와 음료(6억6270만달러), 소스류(3억9400만달러), 커피조제품(3억3500만달러) 등도 수출이 늘고 있는 추세다.

K푸드 수출은 올해에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푸드 수출액은 5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역대 최초로 K푸드 수출액이 연간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히트 상품을 최대 70% 할인하는 연중 최대 규모의 올영세일을 시작한 지난해 12월 명동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과 쇼핑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K뷰티 수출 실적도 고공 행진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7731만달러로 전년 대비 20.3%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계 수출 순위도 독일을 제치고 프랑스(232억5823만달러)와 미국(111억9858만달러)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K뷰티 주요 수출국은 중국(24.5%)과 미국(18.7%), 일본(10.2%), 홍콩(5.7%), 베트남(5.3%) 등의 순이었다. 중국 외에도 미국과 일본, 동남아, 중동 등 신규 시장으로 수출액이 늘고 있는게 특징이다.

K뷰티 인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올 상반기 화장품 수출은 55억달러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 화장품(코스메틱) 수출액 추이/그래픽=김지영

기업들의 글로벌 공략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와 코스알엑스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과 일본,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해외 매출은 1조6000억원대로 반등했다.

에이피알은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를 양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메디큐브 브랜드가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뷰티 검색어 1위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8월엔 미국 최대 뷰티 전문점 체인인 울타 뷰티 1400여 매장에 입점하며 오프라인 접점 확대에도 성공했다.

특히 전 세계 750만명에 달하는 재외동포 역시 K푸드와 K뷰티 확산의 중요한 연결고리다. 현지 소비자에게 한국 제품을 소개하고 신뢰를 높이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동포 네트워크'가 확대될수록 한류 소비 기반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K뷰티 수출 신기록을 이끈 주된 요인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 성장세를 꼽는다. 한 관계자는 "한류 콘텐츠와 맞물린 한국 제품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소비자층이 넓어지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입지를 다지면 중동과 인도 등 신흥시장으로 파급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잘 키워 해외 내보낸 마트·편의점..수천개 中企 수출 첨병으로 우뚝
2일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에 위치한 이마트 3호점 점포에 한국산 PB(자체브랜드) 상품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몽골)=김민우 기자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국내 유통기업의 해외 진출도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물론 몽골, 카자흐스탄, 미얀마까지 세계 곳곳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 중이다.

대부분의 유통기업은 직진출보다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해외에 나간다. 표면상으론 '브랜드' 가치와 운영 체계 등 무형의 상품을 수출한 것이지만 부수적인 효과는 더 크다. 유통기업이 해외 시장을 뚫으면 협력사인 수백, 수천개의 납품업체들의 상품도 함께 나가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678개 업체가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됐다. 전문무역상사는 2009년 종합상사 제도 폐지 이후 2014년에 도입된 새로운 수출 진흥모델로 수출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신해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이 제도를 바탕으로 한 대행 수출액은 73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통기업 중엔 2016년 이마트가 최초로 전문무역상사 지위를 획득한 이후 롯데마트와 GS리테일, 롯데홈쇼핑 등이 뒤를 이었다. 과거엔 대기업인 유통기업이 수출을 이끌었다면 최근엔 BGF리테일, 홈앤쇼핑과 같은 중견기업은 물론 무신사, 더블유(W)컨셉,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까지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되면서 수출 지원 범위가 오프라인 유통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해외수출 기지된 주요 유통기업들/그래픽=김현정

유통기업의 수출 대행 실적은 해마다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1년 4억6800만원 수준이던 수출액을 올해 상반기 324억7600만원으로 끌어올렸다. 그 사이 69배 커진 것이다. 전체 상품 중 약 65%는 중소기업 제품이며, 협력 중소기업만 400여곳, 수출 품목은 1000여개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해외사업에서 중소기업 납품액만 약 350억원을 차지했다.

롯데마트는 2017년 전문무역상사 지위를 확보한 뒤 해마다 수십억원의 수출을 대행하고 있다. 2022년 380여개였던 수출 품목수는 지난해 800여개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600여개의 상품을 수출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납품하는 대기업, 중소기업 제품은 물론 PB(자체브랜드) 상품도 모두 대행 수출 대상이다.

편의점 업계에선 GS25와 CU가 눈에 띈다. 2021년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된 GS25는 93개사 570여개의 상품을 베트남·몽골 등 해외 550여개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다. 2021년 540만달러(약 61억원)였던 수출액은 900만달러(약 131억원)까지 늘었고 올해 1000만달러(약 139억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2022년 전문무역상사 지위를 획득한 CU는 몽골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총 590여개의 해외 점포에서 60여개의 중소협력사 제품을 팔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800만달러(약 111억원)다.

홈쇼핑업계에선 롯데홈쇼핑이 2018년 전문무역상사 지정 이후 지난해까지 500억원 이상 수출을 중개했으며 올해도 15개국에 50여개 기업이 90여개 상품을 내보냈다. 홈앤쇼핑은 지난해 22억원을 대행 수출했고, 올 상반기에만 43개사가 250여개 상품을 수출했다. 약 47억원 규모다.

최근 들어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합류가 두드러진다. 지난해엔 쿠팡이, 올해는 패션플랫폼 더블유컨셉과 무신사가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됐다. 쿠팡은 2022년 대만 진출 이후 1만2000개 이상의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더블유컨셉은 2016년 미국 법인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시작해 현재 미국과 호주, 영국 등 45개국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패션·뷰티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올 상반기엔 5700여개 브랜드가 39만여개 상품을 선보였고, 이에 따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무신사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 13개 지역에 글로벌 매장을 두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매출 3조원 달성이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의 해외진출은 단순한 플랫폼 하나를 수출한게 아니라 국내 수출 초보 기업들의 해외수출 루트를 확보한 것"이라며 "특히 K콘텐츠 열풍과 맞물려 K소비재 수출 확대를 뒷받침하는 거점으로 유통기업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면비디아·조선미녀 하루아침에 나왔겠나..제도적 뒷받침 필수"
K이니셔티브 위한 유통업계 제언/그래픽=김지영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K푸드와 K뷰티, 이를 전파하는 K리테일 등 국내 유통산업 전반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소비 시장 침체에도 일부 기업들은 각 국가별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 덕분에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선 개별 기업 수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애로 사항들을 해소하고 국내에서 적용되는 안전 규제 등도 글로벌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식품업계 "나라별 법령 숙지 어려워, 통관 간소화 등 규제 완화 필수"

식품업계는 K푸드의 열기 확산을 위해 수출 국가별 정보 제공과 더불어 통관 절차 간소화 등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방한 관광객이나 현지에서 외국인들이 K푸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코트라를 중심으로 각 국가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박람회·행사 등을 할 때 K푸드를 적극 알리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가별로 안전·위생 법령, 행정처분 규정, 기업 준수사항 등이 달라 기업 차원에서 이를 일일이 파악하는게 복잡하다"며 "박람회처럼 현지 바이어와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자리가 정기적으로 주어진다면 이 과정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현지 바이어와 만나 협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각국 수출 규제를 통과하고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이때 국가별 법령이나 규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 국가별로 수출이 진행되기까지 최소 1~2년의 시간이 걸린 수 있단 설명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이런 업계 의견을 토대로 지난해 세계 식품 박람회 '시알 파리(SIAL Paris')에 'K푸드 선도기업관'을 조성, 국내 식품사 9곳과 함께 참가했다. 다음달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인 '아누가(ANUGA) 2025'에 주빈국으로 참가해 국내 기업들과 세계 대형 유통사간 네트워킹을 조성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유봉준 한국식품산업협회 산업진흥본부 이사는 "박람회에 기업들을 각각 흩어져 있는 형태가 아니라 한 곳에 모아둬 세계 유수의 규모가 큰 바이어들이 한국 기업들을 순환 방문하며 시너지 효과도 크게 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정부차원에서 규제 해소를 위한 외교적 접근과 지원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또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출 제품 선적 과정 등에서 통관과 검역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개별 기업의 노력으론 할 수 없으니 통관과 불필요한 수출입 증명서 간소화, 한국 제품 대상 안전강화 조치 해체 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은희 교수도 "저장기법이 고도화됐다고 하더라도 신선도가 중요한 K푸드는 통관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데 정부가 도움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장품 수출 규모 추이/그래픽=김지영


◆ 뷰티업계 "연구개발 지원 필요"·유통업계 "빠른 확장이 관건"

화장품업계는 K뷰티의 열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수준에 맞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중소·인디 브랜드들이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해 발빠르게 출시한 것이 오늘날 K뷰티의 인기 요인"이라며 "이들의 제품 생산을 맡은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의 탄탄한 기술력이 있었기에 K뷰티의 구조적 성장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장기 성장을 위해선 브랜드 자체적인 기초 연구 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인기를 끄는 중소 브랜드 대부분이 근본적인 기술력보다는 사용감이나 마케팅에 의해 몸집을 키웠다"며 "브랜드 자체적으로 글로벌 수준에 걸맞는 기초 연구가 이어져야 롱런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를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중소 화장품 기업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어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중저가 중심에서 더마·코스메슈티컬(의약·기능성 화장품)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바꾸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만 효능을 표현할 수있는 기능성 화장품 광고 문구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변화하는 국내외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빠르게 혁신하는게 중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과 편의점의 경우 고객 체험형 공간으로 바꾸고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면서 전자상거래(이커머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의 경우 여러 국가로 진출하는 것보다 물류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을 찾아 빠르게 점포를 늘려나가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K이니셔티브'에 진심인 李대통령.."K컬처 수출 50조 시대 연다"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서울 서초구 아리랑국제방송에서 녹화방송 형태로 진행된 케이팝 더 넥스트 챕터(K-Pop:The Next Chapter)에서 출연진들과 K팝의 현재와 앞으로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논의하고 있다. 이날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메기 강 감독, 영화 삽입곡을 부른 트와이스(TWICE)의 지효와 정연, 프로듀서 알티(R.Tee), 음악 평론가 김영대가 출연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8.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2030년까지 시장 규모 300조원, 문화수출 50조원 시대를 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초 대선 후보 시절 K푸드와 K뷰티, K팝, K드라마, K웹툰 등 'K이니셔티브'를 전폭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K이니셔티브'는 그가 내세운 국가 비전이다. 모방국가가 아닌 주도국가로 한 단계 도약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K이니셔티브를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있다.

불닭볶음면 열풍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등 K컬처 인기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기대를 거는 배경이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는 이재명 정부 5년의 청사진인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통해 영상·음악·게임 등 K콘텐츠 핵심산업과 푸드·뷰티·관광등 연관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영상과 음악, 게임 등 K콘텐츠 핵심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면서 푸드와 뷰티, 관광 등 K컬처의 연관 산업의 동반 수출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K컬처 300조원·방한관광 3000만 시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글로벌 소프트파워 5대 문화강국 실현'은 이재명 정부의 12대 중점 전략과제 중 하나다.

특히 K푸드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 의지가 눈에 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식품 수출액은 약 99억8000만달러(13조8891억원)이며, 올해 목표는 105억달러(14조6370억원)다. 정부는 관련 수출액을 2030년까지 150억달러(20조9100억원)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K푸드 거점 재외공관을 확대하고 한류 콘텐츠와 연계한 문화 마케팅,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을 추진해 K푸드 수출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여기에 미국을 비롯한 주력 시장 내 기업들 입지 확대와 중동·중남미 등으로의 시장 다변화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매장 판촉 △구매 업체(바이어) 초청 상담회(BKF+·Buy Korean Food+) 개최(10월) △재외공관(18개소) 외교 네트워크 활용 K푸드 홍보 등을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K이니셔티브 관련 발언 및 정책/그래픽=윤선정

올해 하반기 국회 심의를 앞둔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에도 이 대통령의 K이니셔티브 추진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K컬처의 글로벌 확산'과 관광·푸드·뷰티 등 한류 연계 산업 부흥을 위한 예산으로 5조7000억원이 반영됐다. 이는 올해(4조2000억원) 대비 35.7%(1조5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세부 사업내역을 보면 정부는 모태펀드 등을 통해 K콘텐츠 분야에 대한 금융 지원을 650억원까지 늘리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특화용' 드라마(장편)·영화(중예산) 제작도 확대한다. 아울러 산재돼있던 해외문화 기관·사업을 통폐합함으로써 이른바 '글로벌 K컬처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K푸드 분야에서 생산·가공·물류·홍보 등 수출 전 과정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이를 위해 예산안에는 수출바우처 지원 규모를 기존 460억원에서 878억원으로 확대해 반영하고 융자 지원도 강화했다. K뷰티 분야에서는 제조원료 국산화 지원(50개사), 안정성 평가 컨설팅(1200개사), 글로벌 인증·통관 지원 등 밸류체인(생산·판매·유통)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생태계를 강화한다.

국회도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 등에서 K이니셔티브 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난 만큼 국회 심의 과정을 통해 정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입법으로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조한송 기자 1flower@mt.co.kr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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