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 예정에 "사명감으로 버틴 형사부 검사가 무슨 죄"

장수현 2025. 9. 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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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검찰청 폐지, 직면 난제는
78년 만에 폐지... 곡절의 검찰 역사
수사 민주화·인권 수사 내세워 출범
설립 취지 퇴색되며 '정권 입맛 수사'
검찰권 오남용 과거엔 "깊이 반성"
개혁안에는 "수사 통제 기능 증발"
편집자주
다시 '검찰 개혁'의 시간이다. 검찰권 남용을 막아 일그러진 검찰 국가를 바로 세우면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범죄 피해자 약자들을 대변해 온 변호사, 일선 형사부 검사, 현장 경찰, 법률 전문가의 진단과 제언을 종합해 성공적인 검찰 개혁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시스템 구축의 방향과 조건을 모색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검찰청 폐지안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하면서 1948년 출범한 검찰은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검찰은 '인권 보호'를 내세우며 등장했지만 수사권을 자의적으로 확장하고, 기소권을 오남용하며 정치 권력과 유착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검찰 내부에선 역사적 과오와 개혁 필요성에는 수긍하면서도 국민에게 피해가 없는 '정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권 비호 수사' 비판 받아온 검찰

검찰에게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 건 당초 경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1940년대 후반 경찰이 좌익 진영을 무력 탄압하면서 '경북 영천 군경 민간인 희생 사건' 등 인권침해가 잇따랐다. 수사 민주화, 경찰 견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48년 검찰청법이 제정됐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독립하는 동시에 공소 제기권과 수사(지휘)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취지는 점점 퇴색했다. 검찰은 정권에 따라 과잉 또는 축소 수사를 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대표적 사례가 전두환 정권의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수사 무마'(1987년)였다. 당시 정권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수사 축소를 압박했고, 검찰 지휘부는 이를 수용해 수사를 중단하며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의 횡령 혐의 액수를 낮췄다. 확인된 피해자만 500명에 달했지만 재판에 넘겨진 박 원장은 횡령 등 일부 혐의만 인정돼 1989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역대 검찰권 오남용 논란 대표 사례. 그래픽=이지원 기자

공소권 남용 사례로는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이 꼽힌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씨는 탈북자 정보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전달한 혐의로 2013년 기소됐지만, 2015년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 상당수가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2014년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위계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대법원은 2021년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공소기각하며 "검사의 자의적 공소권 행사이자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윤석열 정권의 검찰도 정권 비호, 편파 수사 의혹으로 반발을 샀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의혹 불기소 처분이 대표적이다. 수사 결과에 대한 국민 불신은 심화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3개 특검이 출범하는 결과를 낳았다.


"검찰 잘못 반성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과거 권한 남용에 대해선 반성하는 기류가 강하다. 다만 이를 이유로 전체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박탈하는 데에는 반발이 나온다. 민생 사건을 맡아온 형사부 검사들 사이에선 억울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8일 오전 출근길에 "헌법에 명시된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 "모든 것이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개혁에 대한 세부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한다"며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검찰 내부 전산망(이프로스)에는 무력함을 토로하는 형사부 검사들의 글이 이어졌다.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검사는 "건국 이래 사법 작용이었던 범죄 수사 기능은 준사법기관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행정 기능으로 전락했다"고 적었다. 검사들은 "당장 오늘 캐비닛에 쌓인 기록을 무슨 힘으로 처리해야 할지부터 막막하다", "사명감 하나로 밤낮없이 기록 검토에 몰두해온 형사부 검사들이 대부분인데 일선 검사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인지 서글프다"는 글을 남겼다.

검찰동우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개혁 대상이 된 오늘의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면서도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뒷전으로 밀린 현장 대란
    1. • 검경 '사건 핑퐁'에 수사 하세월… 6개월 걸리던 사건 2,3년씩 떠돌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2380003217)
    2. • "현재 검찰 개혁안, 범죄자만 살판나는 세상 될 우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05050000097)
  2. ② 보완수사 막으면, 진실은
    1. • 성폭행, 뇌물, 무고… 경찰 수사종결 억울해도 구제할 길 막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13430003540)
    2. • "수사 지연 심각... 검찰 개혁하려면 제대로 된 현장 조사부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20510002047)
  3. ③ 역할 커진 경찰도 비상
    1. • 수사관은 안 늘었는데… 쏟아지는 사건에 경찰 베테랑도 떠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021110003606)
    2. • "국가수사본부가 중요 수사 전담해야… 중수청 신설보다 효율적"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201380005295)
  4. ④ 핵심은 권력남용 방지
    1. • 경찰·중수청·공수처 통제 방안 미흡... 검찰 개혁 성패, 설계에 달렸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1913330005588)
    2. • "검경 수사 '2인 3각' 절실… 검찰 해체에만 몰두하면 국민만 피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322590005123)
  5. ⑤ 국민 피해 없는 개혁안은
    1. • 검찰 개혁 찬성론자들도 우려 "10대 쟁점 고민 없이 밀어붙여선 안 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509270002994)
    2. • "검찰 개혁 논의 지나치게 진영화... 조사, 검증, 평가 없어 답답"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413390004960)
  6. ⑥ 피해자가 남긴 당부
    1. • '8번 검경 조사' 끝에 밝혀진 집단 성학대… 현실판 '더 글로리' 피해자의 울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2608580004214)
  7. ⑦ 합리적 토론의 쟁점들
    1. • '행안부냐 법무부냐'... 대통령까지 중재 나선 중수청 논란 대체 뭐길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109150004758)
    2. • '검찰총장' '검사' 법률로 폐지? 대통령실 "네이밍보다 대안" 언급 이유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3112350002935)
  8. ⑧ 쏟아진 전문가 우려
    1. • "괴물 만들기" "손목 아픈데 어깨 잘라" 검찰 개혁안 성토 쏟아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507300002765)
  9. ⑨ 검찰청 폐지, 직면 난제는
    1. • 신설 '중수청'… 누가 이끄나? 인력 확보는? 산적한 과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6580002098)
    2. • 검찰청 폐지 예정에 "사명감으로 버틴 형사부 검사가 무슨 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0815230002566)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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