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줄테니 교육해달라"…또 숙제 떠안은 기업들 '고심'

김희정 기자 2025. 9. 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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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언 속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앤드루스 합동기지=AP/뉴시스]

"우리가 요구하는 건 미국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교육해달라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 소재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공장에 대한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미국 제조업 부활'과 '이민자 추방' 공약이 상충된 모습을 보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 고용 및 교육'을 직접 요구했다. 당초 대대적 단속에 대한 지지 의사를 보이다 부작용 지적이 잇따르자, 자세를 다소 바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나름의 방식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해외 기업들 입장에선 인력 운용에 대한 자율성과 유연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조지아주 현대차 합작 공장 이민 단속 사건에 대한 해법으로 "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교육해달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서 몇몇 사람을 데려와 우리 사람들이 배터리 제조, 컴퓨터 제조, 칩 제작 등 복잡한 일을 하도록 훈련시키는 게 어떻겠느냐"고 언급했다.

ABC와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을 옹호하면서도 "더 이상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 산업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을 교육해야 한다"며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아는 (외국) 사람들을 데려와서 잠시 머물게 하고 돕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도 비슷한 취지인데, 지난 5일 강경 이민자 단속을 칭찬했던 것과 달리 한층 부드럽고 정중했다. 그는 글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이민법을 존중해 주기를 요청한다"면서 "여러분의 투자를 환영하며 뛰어난 인재를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여러분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법적으로 가능하도록 하겠다"면서 "대신 미국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교육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한마디로 미국에 공장을 짓되, 인력은 미국인으로 채우고 교육까지 해달라는 주문이다. 대신 교육에 필요한 인력이 합법적으로 들어오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은 이번 한국 공장 사태 배경으로 지적되는 적정 비자의 더딘 발급 문제의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태도 변화는 이번 사태 이후 미국 언론마저 외국기업 투자 현장 단속이 한미 관계는 물론 해외 각국의 대미 투자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잇따라 지적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475명의 근로자가 체포된 것은 미국 국토안보부 역사상 단일 현장에서 최대 규모의 사법 작전이다. 한미 정상이 경제 협력을 약속한 지 불과 열흘 만인 데다 우리 정부와 사전 교감도 없었고 족쇄를 채워 구금하는 영상까지 공개됐다. 이 때문에 이번 단속이 무역협정 세부 사항 압박용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사건 직후 "이제 막 들어 상세히 알지 못한다"던 트럼프의 발언을 감안하면 그 역시 단속 작전을 사전에 인지하진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한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현대차 공장 문제가 양국 관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조지아에서의 대대적 단속 사흘 만에 꺼낸 트럼프의 자국민 고용 및 교육 요청에 한국은 물론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은 추후 인력 수급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이번 사건이 지역사회 내부의 제보로 시작해 ICE의 대대적 체포로 이어진 만큼, 지역사회 민심을 감안해 충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도 공장 가동 시기나 수율을 맞춰야 한다.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그 배분까지 기업이 숙제로 끌어안게 되는 셈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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