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광영]이우환 그림, 엇갈리는 진품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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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내 작품을 보면 1분도 안 돼 바로 안다. 전부 내 작품이 맞다." 이우환 화백이 2016년 프랑스에서 날아와 서울경찰청에 압수된 작품 13점을 확인한 뒤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했던 이 작품을 두고 위작 논란이 일자 감정기관들이 진품으로 판정했는데 천 화백이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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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사건은 그와 정반대다.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했던 이 작품을 두고 위작 논란이 일자 감정기관들이 진품으로 판정했는데 천 화백이 반발했다. 그는 “내 작품이 아니다. 자기 자식도 못 알아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작가만큼 진품을 잘 알아볼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해외 거장들이 진품이라고 확인해 준 작품들 중 위작으로 밝혀진 사례가 없지 않다. 진품 감정은 인공지능(AI)도 아직 못하는 초고난도 작업이다.
▷미술품 감정은 전문가의 경험, 직관을 통한 안목 감정과 X-레이 등 과학적 기법으로 하는 객관적 감정이 있다. 감정가의 경륜에만 기대기엔 실력이 제각각이고, 과학적 감정에도 한계가 있다. 국내 미술품 감정은 한국고미술협회, 한국화랑협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등 민간에서 한다. 감정가들이 화랑 관계자나 교수, 작가여서 업계와의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긴 어렵다. 감정위원 명단은 로비 우려 탓에 비공개되고, 전문가들 사이에 공통된 감정 기준도 정립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상민 전 검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2024년 총선 공천 대가로 건넨 혐의를 받는 이 화백 그림은 진위 판단이 엇갈렸다. 한쪽은 대만 경매에 처음 나왔을 때 수백만 원에 불과했던 그림이 이후 주인이 바뀌며 가격이 30∼40배나 뛰어 위작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해당 그림에 진품 감정서를 발급했던 기관은 최초 경매에서 작가의 명성이나 작품 가치를 잘 모르고 헐값에 나왔을 가능성이 있고, 실제 싼값에 나왔던 대가의 작품이 추후 재발견되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이 화백은 요즘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 특검에 진위에 대한 의견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정리되긴 어려워 보인다. 중요한 건 김 전 검사가 1억4000만 원 현금을 주고 그림을 샀다는 사실이다. 그는 “김 여사 오빠 돈으로 대신 구매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적어도 이 화백이 그린 진품이라고 믿고 샀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만약 인사 청탁 목적으로 억대의 그림을 사준 것으로 확인된다면 진품이든 위작이든 매관매직의 죄가 가벼워지진 않는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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