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농게 말라붙고 폐조개 수북이···생명 앗은 마른갯벌
진흙으로 된 '펄' 사라지고 수분 없는 마른 지대 한가득
곳곳서 생물 폐산 관찰, 정확한 면적 추정마저 어려워
전문가 "대규모 해안공사가 해류 변화 유발했을 수도"

커다란 집게발을 내민 채 굳어버린 농게, 서식공이 폐쇄돼 집에 돌아가지 못한 참게, 숨을 헐떡이다 폐사한 조개와 뼈만 앙상한 짱뚱어 등….
최근 찾아간 신안군 증서지 갯벌(순비기전시관 방면·3.5㎢ 규모)은 바다와 펄을 가로지르는 470m 길이의 짱뚱어다리가 인상적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관광명소다.
하지만 이곳 갯벌은 수분을 잃은채 노란 빛으로 말라가고 있었다. 검은 펄 대신 노란 모래가 깔린 '마른 모래지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순비기전시관에서 증서저수지 방면으로 해안선을 따라 1km께 달려보니 갯벌 위에 도장이 찍힌 것처럼 마른 모래지대 30~50여 곳이 눈에 들어왔다. 한 두 구간이 아니어서 정확한 수를 추산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해수부, 해양환경공단 내부 자료 등에 따르면 증서지 갯벌은 수분함량이 28.80%이던 2015년에 비해 2021년 18.28%로 줄었다.
갯벌의 입질 조사 결과 2015년 정점조사 하부 지역이 일부 실트(22.1%)와 점토(1.9%)가 관측됐지만, 해마다 그 수치가 변동하다가 2023년에는 갯벌에서 멀리 떨어진 정점 두 곳에서는 실트와 점토질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 같은 구간에서 모래질 성분이 100%로 조사되는 등, 진흙이 줄어드는 동안 모래의 퇴적상(범위)이 우세해졌다.
같은 기간 저서생물(해저나 하천 바닥에 서식하는 생물)의 수나 종류도 달라졌다.
2015년 생물종조사(코어측정 방식)결과 당시에는 갯지렁이류가 주를 이뤘다. 이외 버들갯지렁이류와 두토막눈썹참갯지렁이가 각각 20여 마리, 둥근선녀얼굴갯지렁이가 110여마리, 달랑게 20마리와 엽낭게 10마리, 갈색새알조개 20마리 등이 관측됐다. 갯지렁이류는 진흙 갯벌에서 주로 서식하는 종이다.

대신 자리를 채운 생물은 비틀이고둥이었다. 고둥은 생활하수나 유기물 축적 등 부영양화된 갯벌에 내성이 강한 종으로 총 270마리(비틀이고둥류 포함)가 발견됐다. 외래종인 중국뱀옆새우 10여마리도 빈 갯벌을 채웠는데, 이는 진흙갯벌이 사라지면서 모래갯벌에서 서식하는 생물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날 순비기전시관을 기점으로 반대편 진흙갯벌은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옹기종기 모인 수천 마리의 찰게, 농게, 짱뚱어들이 기포를 뿜어대며 군집을 이뤘다.
영역다툼에 여념이 없는 게들은 집게발을 세운 채 갯벌 위를 오갔고 진흙 위에는 게들이 만든 기하학적 패턴이 그려져 있었다. 작은 갯벌 생물들의 거처인 서식공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이같은 극단적인 차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안 공사로 진동, 공사 부산물 유입, 해류변화 등으로 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짱뚱어다리 목교는 2019년 신안군과 한 업체가 공사비 2천660만원에 긴급 보수공사를 한 적 있으며, 지난해 말 추가 공사를 진행했다.
2022년에는 증서지 갯벌과 인접한 우전해수욕장에서 해안 방파제 및 흙막이 공사를 실시했다. 이외에도 증도·신안 일대의 해안선에 무수한 시설물이 설치됐고 선착장이나 어장 보수공사도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갯벌 사질화 문제가 연안에서 공사를 진행할 때 해안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사전적, 포괄적으로 분석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신현출 전남대 수산해양대학 교수는 "갯벌 인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규모 시공, SOC 공사 등이 이어지면 해류가 변하면서 진흙 갯벌이 모래 갯벌로 변하는 등 사질화가 관측될 수 있다"며 "향후 대규모 공사를 진행할 때 인근 수상해양자원과 갯벌 생태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Copyright © 무등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