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긴급진단]진흙 사라지고 모래만···마네킹처럼 굳은 갯벌 생물들
진흙 대신 모래 차면서 지렁이 소멸, 고둥류 번식
영광·신안·완도 등 위험군 갯벌 가보니 모래화 심각
공사, 인공물 설치로 발생한 ‘인재’라는 지적도…

갯벌은 단순한 진흙층이 아니라 저서생물(게·조개·고둥·미역·가자미 등 갯벌에서 서식하는 생물)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토사 유실·해안 침식 같은 눈에 보이는 피해에 비해 갯벌의 기능과 생물종 다양성을 위협하는 '사질화(沙質化·모래화)' 문제는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불모지로 변해가는 갯벌은 지역 어민의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지만, 대책 수립은 물론 실태 파악마저 미진한 실정이다. 무등일보가 서남해 갯벌을 직접 찾아 사질화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짚어보고자 하는 이유다. 편집자 주

갯벌은 크게 '모래'와 '진흙(뻘)'으로 분류되곤 한다. 모래·자갈이 전체 성분의 90% 이상이면 '모래 갯벌'로, 점토 등 부드러운 성분이 90% 이상이면 '진흙'으로 구분되는 식이다. 해양환경공단과 퇴적물분류법 등에 따르면 진흙 갯벌에 모래질(모래·자갈)이 50% 이상으로 늘어나면 사질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본다.
생태 환경도 큰 차이가 있다. 모래 갯벌에는 주로 바지락이나 새우류, 칠게, 고둥류가 서식한다. 반면 진흙 갯벌에는 저서다모류(지렁이)와 연체동물, 이매패류(굴 등)가 번식한다.
전문가들은 생물 다양성은 물론 연체동물이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진흙 갯벌이 더 건강하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서남해안의 갯벌 환경이 급변하면서 자연의 '공동 무덤'이 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2021년에는 모래(39.2%)가 대폭 늘고 실트(39.4%)와 점토(14.2%)가 크게 줄어드는 등 사질화 위험군으로 지목됐다. 이날 비가 내려 갯벌이 모습을 일부 감췄음에도, 온통 자갈밭이란 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영광군 묘도부터 비작도 사이 갯벌은 같은 기간 실트질 1.4%, 점토 1.1%에 모래 97.5%로 구성된 혼합 갯벌이었지만 사질화를 거쳐 2021년 100% 모래로만 구성된 '모래 갯벌'로 변했다.

하지만 사질화 심각성은 공론화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명확한 개념 정리에서부터 진척도·위험군 파악 등이 미진한 실정이다.
국립해양조사원(조사원)이 2021년부터 '해안선변화조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바다누리 해양정보 서비스를 통해 수온·염분·파고·기온·풍향 등 각종 해양정보를 제공해 왔다. 해양수산부(해수부) 또한 모니터링을 거쳐 습지보호지역·해양생물보호구역 등을 표시한 '해양환경 정보지도'를 배포하는 중이며 작년에는 '갯골분포도'를 제작, 지역 갯골의 영역을 도식화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사질화 정보를 면밀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

전진영 해양환경공단 해양생태처 갯벌조사담당은 "사질화 위험도가 높은 갯벌을 데이터화하고 위험군으로 분류하는 작업이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현재로서는 갯벌종합조사를 통해 각 갯벌 환경이 어떤지 '단순 조사'만 하고 있는 실정으로, 매년 동일지역에 대한 자료를 생산하는 데 그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 타 기관을 포함해봐도 사질화 관련 모니터링을 진행하거나 위험군 지표를 제작하는 기관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향후 내부 자료를 검토하는 등 논의를 거쳐 사질화 경향성이 포착되는 지점을 판단하고, 대응 방안까지 수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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