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니·황조롱이 ‘새 모자’ 쓰고…“새만금신공항 취소해야”
서울행정법원까지 한 달 행진
11일 선고…“생명 지킬 판결을”

8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 시민 100여명이 모였다. 무리 사이로 긴 부리가 있는 ‘새 머리’가 듬성듬성 솟았다. 큰고니·검은머리물떼새·황조롱이·민물도요 등 각양각색 ‘새 모자’를 쓴 이들은 전북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새, 사람 행진단’이다.
행진단은 지난달 12일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시작한 행진을 이날 이곳에서 마쳤다. 판결 선고는 오는 11일 예정돼 있다.
사제·환경활동가·시민 등 다양한 사람이 모여 꾸린 행진단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사당역에서 출발해 서울행정법원까지 마지막 행진을 했다. 한 달 가까이 행진하며 매일 새만금 수라갯벌의 서식 생물들을 소개했는데 마지막 생물로는 ‘상괭이’가 선정됐다. 상괭이는 작은 토종 고래로 멸종위기종이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로 해수유통이 막힌 뒤인 2019년 갯벌이 얼어붙어 상괭이 30여마리가 죽은 사건이 있었다. 행진단은 상괭이 그림이 그려진 깃발을 높이 들고 “새만금을 살려달라”고 외쳤다.
새만금신공항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새만금 지역 340만㎡ 부지에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등을 짓는 사업이다. 공항이 들어설 부지는 매년 철새 24만여마리가 머무는 수라갯벌 위로 저어새·도요새 등 멸종위기종 59종이 살고 있다.
전북 전주부터 행진에 동참한 김형우씨는 “이미 새만금에 둑을 지어서 많은 생명이 죽어갔는데 공항까지 짓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인간들만 사는 세상은 결코 오래갈 수 없고 이 엄청난 생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그냥 볼 수 없다”고 했다. 제주에서 온 박은서씨는 “사람들이 걷는 이유는 자신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가치 때문”이라며 “행정법원이 꼭 취소 판결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소송인단은 2022년 9월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들은 새만금에 공항이 들어서면 새와 비행기의 충돌이 연간 9.5~45.9회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주목했다. 지난해 조류충돌 사고로 179명이 사망한 전남 무안공항(0.07회)과 비교하면 최대 656배 위험이 높다.
제주항공 참사로 부모를 잃은 고재승씨는 “무안공항 주변에도 철새 서식지가 4곳이나 있었다”며 “조류충돌 위험이 예고된 새만금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또 끔찍한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진단은 선고일까지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릴레이 기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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