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 공들인 농사 망쳐”…탄식 터지는 수해현장

윤슬기 기자 2025. 9. 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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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 뚫린 줄 알았다. 이런 천재지변을 어떻게 사람이 막나."

6~7일 밤사이 내린 비에 농가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박병구 삼례농협 감자 공동선별회장은 "6일 밤부터 내내 시설하우스에서 양수기 펌프를 가동하고 직접 둑을 쌓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7일 새벽 3시를 넘어서자 들이차는 물을 더이상 막을 방법이 없었다"면서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자연재해라 비용부담 커진 농가들 속만 타들어갈 뿐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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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앞둔 벼·대파·멜론 등과 막 정식한 감자까지
전북, 9개 시군서 농경지 4291여㏊ 침수 피해
농가들 “이상기후에 농사짓기 막막” 하소연
8월 마지막주에 감자를 정식한 전북 완주군의 한 시설하우스. 가득찼던 물이 다 빠지지 않아 곧바로 재정식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줄 알았다. 이런 천재지변을 어떻게 사람이 막나.”

6~7일 밤사이 내린 비에 농가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인력으로 대처할 수 없는 ‘극한 호우’가 농경지를 덮쳐 이제 막 정식하거나 수확을 앞둔 농작물들이 큰 피해를 봐서다. 

전북 지역엔 하룻밤 사이에 평균 136㎜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전북농협본부에 따르면 200년 만의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한 군산을 비롯해 9개 시군에서 농경지 4291여㏊가 물에 잠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중 노지는 4053㏊, 시설하수는 238㏊에 달한다. 품종별로는 벼 3226㏊, 논·콩 799㏊, 상추 102㏊, 토마토 25㏊, 딸기 23㏊, 대파 20㏊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수도작 농가에 비해 시설하우스 농가들의 피해가 특히 극심한 것으로 파악된다. 군산의 한 농협 관계자는 “평야 전반적으로 물에 잠겼지만 물이 빠지자 마자 바로 회복됐다”면서 “논콩도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아 큰 피해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추석 대목장을 노리고 수확을 앞둔 멜론 농가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멜론 시설하우스가 밀집한 익산 동산동에선 한 농가를 제외한 13농가가 모두 침수 피해를 봤다. 익산원예농협 관계자는 “멜론은 추석 선물세트용으로 9월 중순부터 출하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침수돼 농가들이 절망하고 있다”면서 “추석 대목장 물량을 맞추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감자 재배농가들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완주 삼례지역은 소득작물로 겨울감자를 재배하는터라 지난주 정식을 끝마쳤던 상황이다. 

강신학 삼례농협 조합장은 “감자를 심은 땅이 물에 잠겨버리면 속에서 다 썩어버리기 때문에 재정식할 수밖에 없다”면서 “농가들을 위해 급히 수소문해 감자 종자를 구하긴 했지만 종자값이 종전에 비해 1.5배 이상 올라 농가 부담이 커졌다”고 걱정했다. 

삼례농협에 따르면 공선회 50여농가 중 26농가가 침수 피해를 봤다. 땅이 마른 뒤에야 밭을 엎고 다시 종자를 심을 수 있는터라 시기상 이중하우스 농가만 겨울감자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단중하우스 농가는 대체 작물인 쪽파를 심거나 1월까지 휴경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병구 삼례농협 감자 공동선별회장은 “6일 밤부터 내내 시설하우스에서 양수기 펌프를 가동하고 직접 둑을 쌓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7일 새벽 3시를 넘어서자 들이차는 물을 더이상 막을 방법이 없었다”면서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자연재해라 비용부담 커진 농가들 속만 타들어갈 뿐이다”고 토로했다. 

상추농가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익산 삼기면에서 상추 토경재배를 하는 임경진씨(45)는 “올 한해 큰 자연재해는 없었지만 상추값이 좋지 않아 힘들었다”면서 “최근 꽃상추 시세가 오름세라 기대가 컸는데 20동이나 물에 잠겨 피해가 극심하다”고 아쉬워했다. 

3년째 수해를 당한 상추농가들의 절망감은 더 크다. 익산 망성면 상추농가들은 지난해 이맘때에도 수해를 당해 큰 손실을 겪었다. 한 농가는 “올해는 무탈하게 지나가나 했더니 또 수해를 당하니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 지친다”면서 “사람이 어쩔 도리가 없는 폭우가 매년 이어지니 이제 뭘 믿고 농사 지어야 하나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전북 익산 삼기면의 상추 시설하우스. 7일 오전까지도 가득찼던 물이 다 빠지지 않아 시설하우스에 들어갈 수도 없는 모습이다.

완주·익산=윤슬기 기자 sg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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