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이민정책이 아예 부재… 오히려 관련 이슈의 공론화 필요” [‘자국’ 없는 아이들, 자격을 묻다·(5·끝)]
전문가들이 말하는 향후 과제 - 최영수 미국 이민법 전문 변호사
단속·추방 등 음지에만 있게 돼
합법적 제도안으로 양성화 강조
美 영구적 신분보장 사면 단행도
정치논리 안 흔들리게 법제화를

뉴욕에서 20년이 넘게 이민법 전문 변호사로 일하며 미국 이민사회의 역사를 지켜봐온 최영수 변호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이민자 단속’ 행태로 혼란스러워진 상황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역설적이게도 한국은 오히려 이민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변호사는 일단 “한국은 이민정책이 아예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거 기간만 놓고 비교해봐도 미국에서는 이민과 관련한 이슈가 매번 ‘탑3’ 안에 드는데, 한국은 (지난번 대선에서도) 이민정책은 꺼내지도 않더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이민정책이 없으니 결국 단속·추방으로만 흘러가고 (이민자들이) 음지에만 있게 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이민자들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만 쌓인다. 결국 (지금의 미국과 같이) 보수정권이 들어서 부정적 인식을 활용해 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고 밀고 나가는 배경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이민정책을 통해 이들을 합법적인 제도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양성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도 외국인(이민자) 비율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에 맞춰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이들의 체류 기록을 바탕으로 한 합법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미국의 사례에 빗대어 설명했다. 체류 기록에는 체류 기간부터 세금 납부 기록, 소득 수준 등이 포함된다. 미국은 미등록자도 세금을 납부할 수 있으며, 지난 2021년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5년 뒤 영주권 신청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1986년에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270만명에게 불법체류자에 대한 영구적·합법적 신분을 보장해주는 ‘사면’을 단행하기도 했다.
미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의 추방을 유예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설계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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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변호사는 “DACA 수혜자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기록돼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경제적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록만 봐도 국가 입장에서는 합법적 체류를 인정 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주체가 될 기회조차 안주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끝으로 그는 미국과 한국 모두 이민정책이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법제화가 필요한 것은 똑같다고 했다. 그는 “미국 역시 이민 이슈가 과하게 이념화돼 정치적으로 합의를 이루기에 어려움이 크다. 포괄적 이민개혁법도 20년 동안 통과가 요원한 상황이라 이민자들의 지위가 완전하게 안정화되지 못했다”며 “한국은 이제 논의 초기인 만큼 여러가지를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이영지·목은수 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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