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피하려 급여 조작··· '나쁜 아빠', 회사와 짜고 꼼수?
미지급분 4000여만원 이행명령에
월급 600만→250만원 축소 의혹
국민연금액 불일치 회사 공모 제기
전 남편 "허리 다쳐 월급 줄어든 것"
30만원으로 감액 소송까지 제기
허점 보완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1억여원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3년 넘게 자녀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던 '나쁜 아빠'가 급여 압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월급 액수를 줄여서 신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울산 한 대기업의 협력업체인 회사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월급 조작은 회사 내부 자료 없이 입증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이러한 편법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1년 4월 A 씨는 남편 B 씨와 이혼에 합의하면서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매달 양육비 100만원을 지급 받기로 했다.
하지만 B 씨는 2024년 9월까지 단 '30만원'의 양육비만 보냈다. 못 받은 양육비는 어림잡아 4,000만원 수준이다.
A 씨는 아이가 커 가면서 경제적으로 한계에 다다르자 지난해 10월 B 씨에게 연락해 "그동안 밀린 양육비는 주지 않더라도 앞으로는 챙겨 달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B 씨는 오히려 "양육비 받고 싶은 만큼 소송하라. 맞게 돈 주겠다"라며 대응했다.
참다 못한 A 씨는 한달 뒤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아 이행명령 신청을 했고, 올해 2월이 돼서야 이행명령 결정을 받았다.
울산지방법원은 B 씨의 월급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결정했고 월 100만원씩 총 16개월 미지급금인 1,578만원을 매월 급여에서 차감하라고 했지만, B 씨의 회사 측은 "B 씨 급여가 250만원이라서 줄 돈이 없다"라는 이유를 들어 양육비 지급이 또 미뤄졌다.
그러나 B씨는 '법적 대응을 하라'고 했던 시점에 회사와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체결해 월급을 기존 600만원대에서 기본급 수준인 250만원으로 조정한 것이 이후 소송과정에서 확인됐다.
B 씨의 근로소득원천징수증 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2023년 기준 연봉은 1억원을 넘었고 2024년에도 9,000만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외제차를 몰거나 가상화폐(코인) 투자 등을 하는 정황도 포착돼 A 씨는 B 씨가 실제 소득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하고 있다.
A 씨는 "전 남편이기 때문에 월급이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알고 있는데 250만원은 터무니 없는 금액이었다"라며 "소송 하라고 큰소리 치더니 자신의 월급을 적게 해 재산을 은닉하려고 했던 거였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A 씨는 지난 5월 회사를 상대로 추심금청구소송을 제기해 이달 승소했고, 현재까지 5번에 걸쳐 총 100여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만약 B 씨가 회사와 짜고 급여를 조작한 것이라면, 법적 책임까지 따져봐야 할 중대한 사안이 될 수 있다.
B 씨는 법원에 "갑자기 허리를 다쳐 강도가 높던 업무를 할 수 없게 돼 다른 업무를 배정 받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월급이 감소했다"라며 "급여 조작, 허위근로계약서 체결이 아니다. 몸이 회복되고 소득이 증가하면 지급할 예정"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내용을 확인하려기 위해 취재진이 해당 회사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대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갑작스러운 월급 조정은 의도적 행위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한 관계자는 "물론 현장직이라도 업무마다 급여 차이가 있지만 하루아침에 갑자기 월급이 절반 이상 줄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라며 "현장에서 월급을 현금으로 받아가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충분히 의도적인 급여 조정을 의심할 수 있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A 씨는 "B 씨가 제출한 급여명세서를 보면 건강보험료가 25만원, 국민연금이 26만원으로 기재돼 있다"라며 "국민연금은 통상 기본급의 4.5%를 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하면 B 씨의 실제 급여는 5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만약 급여가 250만원이라면 국민연금은 약 10만원 정도만 납부하는 게 맞지 않나. 허위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사단법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이사장은 "양육비를 주지 않기 위해 월급으로 꼼수를 부리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회사 내부 자료 없이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그렇다 보니 수치로도 드러나지 않아 제대로 된 보호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같은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B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소득이 줄었다는 이유로 자녀 양육비를 10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낮춰달라는 '감액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재판부 역시 급여가 갑자기 줄어든 점에 대해 의문이 있어 B씨에게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에 열릴 예정이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