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생 폭행사건 '점입가경'···목격자까지 학폭 '역신고'
제도 허점 악용···2차 피해 노출
교육계 "단순 갈등 아닌 중대 사안
학교·교육청·경찰 합심 철저 조사를"

울산 울주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부모가 교내에 침입해 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부모를 대동해 친구를 때린 학생 측이 피해 학생은 물론 목격자들까지 학폭 가해자로 역신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쌍방' 프레임을 인위적으로 씌우고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학부모와 함께 친구를 때린 A양 측은 지난달 말 교내에서 B양을 폭행한 사건 이후 B양뿐 아니라 이를 말리던 학생들과 당시 A양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동급생들까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가해자'로 신고했다. 피해자와 목격자마저 순식간에 '학폭 가해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목격자와 동급생들 역시 A양을 학폭으로 신고한 상황이다.
현행 매뉴얼상 학폭 신고가 접수되면 학폭위는 원칙적으로 양측을 모두 조사한다. 이 때문에 다수의 목격자 진술과 객관적 정황이 분명하더라도, 피해 학생은 또다시 조사실에 불려가 2차 피해를 겪는다. 특히 학폭의 경우 평소 욕설이 오갔다는 사소한 정황만 확인돼도 '상호 가해'로 분류될 수 있어, 사실상 누구든 쉽게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쌍방 학폭 제기라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A양 측이 책임을 흐리고 사건을 무마하려는 정황이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현장에서는 이미 학폭으로 신고되면 맞학폭을 제기해 사건을 무마시키면 된다는 조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학생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나 반성은 없이 처벌 회피 등에만 혈안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권력, 재력 싸움을 하기도 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A양 측이 제도를 역이용해 책임을 희석시키는 전형적 사례"라고 말했다.
사건은 이미 맞신고로 인한 시간 끌기에 빠져 피해 학생의 등교와 학습권 보장은 뒷전이 되고 있다.
여러 기관 관계자들은 "목격자 진술, 확보된 증거 등을 토대로 공정하게 조사, 수사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A양의 과거 행태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여러명의 제보에 따르면 "A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폭행과 욕설로 악명이 높았고, 부모 역시 같은 방식으로 사건을 무마해왔다"라며 "상대가 A양을 학폭으로 신고하면 곧바로 맞신고를 걸어 괴롭히고 사건을 흐리곤 했다"라는 증언이 나왔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사건을 유야무야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학생 갈등이 아니라 학부모의 폭력이 개입된 중대한 사안"이라며 "학교·교육청·경찰이 합심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앞서 A양 측은 본지에 '보복이나 집단 폭행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B양이 먼저 폭행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당시 현장에 있던 교사, 학생 등 다수 목격자의 진술과 배치되며 사실 여부는 경찰 수사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