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산·학·연 지방 집적…유럽 우주항공인력 25% 모인 허브
- 항공 기업 많던 남서부 소도시
- 1960년대 우주산업 집중 육성
- 엘리트 양성 ‘그랑제꼴’ 3곳과
- 공공기관 함께 옮겨 생태계 조성
- 남서부 ‘에어로스페이스 밸리’
- 850개 기업 활동 우주 심장부
- 佛 첫 상업비행·어린왕자 모티브
- 툴루즈 역사적 배경도 성장 동력
프랑스 남서부 ‘작은 도시’ 툴루즈는 유럽의 우주항공 수도다. 파리에 유럽 우주청(ESA)이 있지만 유럽의 우주항공 중심지는 파리가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툴루즈를 키우며 국부를 쌓았다. 이러한 선택의 중심인물은 바로 샤를 드골 대통령, 소설 ‘어린왕자’로 유명한 비행사 앙트안 드 생텍쥐페리, 프랑스 우주항공 산업의 아버지 피에르 조르주 라테코에르(1883~1943년) 세 사람이다.

▮프랑스의 선택
프랑스가 미국과 러시아 틈새를 비집고 우주항공 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툴루즈를 집중 육성했기 때문이다. 툴루즈(인근 포함)에는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우주기업 탈레스-알레니아 스페이스를 포함한 수백 곳의 우주항공 기업이 생태계를 이룬다.

프랑스는 툴루즈가 산업적 기반을 갖췄고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판단하고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집중 육성에 나선다. 샤를 드골 대통령(1959~1969년 재임)은 파리의 우주항공 분야 ‘그랑제꼴’ 세 곳을 툴루즈로 이전시킨다. 그랑제꼴은 분야별 엘리트를 양성하는 프랑스의 독특한 고등교육 기관이다. 파리의 우주항공 핵심 기능을 툴루즈로 이전하려면 최상급 교육 기관 이전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드골 대통령은 1961년 공군·항공산업 전문가 양성기관(ENSICA, 1945년 설립), 1968년 고등항공 기계공학학교(SUPAERO, 1909년 설립), 국립민간항공학교(ENAC, 1949년 설립)를 각각 툴루즈로 이전시킨다. ENISICA와 SUPAERO는 2007년 고등항공우주학교(ISAE-SUPAERO)라는 이름으로 통합됐다. ISAE-SUPAERO의 현재 학생 수는 약 1900명, ENAC 학생은 1781명이며 연간 훈련생은 약 3000명이다. ISAE-SUPAERO와 ENAC은 지방으로 이전한 지 60년이 넘었음에도 오히려 툴루즈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의 우주항공 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인재 양성 기관으로 발돋움했다.
툴루즈는 파리와 비행기로 두 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거리상으로는 스페인 쪽에 더 가깝다. 관광 산업도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고급 인력이 생활하는데 불편은 없을까. 마크 슈포 ENAC 국제·산학연팀장은 “어려움은 없다. 파리보다 툴루즈가 삶의 질이 훨씬 좋다”며 “우주항공 기능은 파리나 보르도에도 일부 있지만 산업이 가장 크게 발달한 곳은 툴루즈”라고 말했다.
툴루즈는 그랑제꼴 졸업생이 취업하는 등 생태계를 이뤄 현재 유럽의 우주항공 인력의 25%가 몰려 있다. 툴루즈의 그랑제꼴 졸업생들은 주로 엔지니어가 되는데 절반 이상은 툴루즈에 잔류한다. 에어버스 기욤 포리 CEO도 ISAE-SUPAERO 출신이다.
▮공공기관 이전 주효

드골 정부는 1964년 균형도시(한국의 성장거점도시) 정책을 시행했다. 툴루즈는 프랑스 8개 균형도시에 포함돼 드골 정부는 교육기관 이전 외에도 공공 연구기관을 툴루즈로 함께 옮겼다. 1968년 프랑스국립우주연구센터(CNES)의 연구개발본부, 우주항공연구센터(ONERA) 지사, 국립응용과학원(INSA) 캠퍼스가 툴루즈에 이전·설치됐다. 툴루즈의 우주항공 분야 그랑제꼴은 지역 대학인 툴루즈 3대학(이공계)은 물론 CNES R&D본부, INSA 툴루즈 캠퍼스와 공동 협력 관계를 구축해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 지역발전 정책 전문가인 배준구 경성대 명예교수는 “대학 연구소 등 고급 인력의 지방 이전은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았던 지방 기업에 신기술에 대한 정보를 주고 기업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장 클로드 다들레 툴루즈시 부시장은 “툴루즈가 발전한 것은 대학이 엔지니어를 교육시키고 연구 기관을 지원했으며 산업계를 우수하게 만들도록 했기 때문”이라며 “파리에서 툴루즈로 이전한 연구원 1000명 가운데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툴루즈는 1960년대 인구가 약 20만 명이었고 2023년 기준 약 47만 명에 이른다.
▮보르도보다 매력적인 툴르즈
우주항공 분야와 관련해 1950, 1960년대 툴루즈의 경쟁 도시는 전투기 제조사 다쏘 본사가 있는 보르도였다. 툴르즈는 보르도보다 매력적인 요소가 많았다.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첫 상업 비행을 한 곳이 바로 툴루즈였다. 다들레 부시장은 “프랑스 정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였던 1916년 열차 제조업자인 라테코에르에게 비행기 1000대를 만들라고 했다. 이후 그는 비행기 공장을 만들었다”며 “1918년 12월 25일 첫 비행기가 상업 운항을 시작했다. 툴루즈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우편물을 비행기로 보냈다”고 말했다. 라테코에르는 툴루즈-몽토드랑 공항(2003년 폐쇄)을 기반으로 항공사를 만든다.
생텍쥐페리는 1926년 이 항공사에 취직해 활동한 비행사였다. 그는 이 회사 조종사로 일하며 항공우편 비행의 선구자로 활약했다. 이 공항은 생텍쥐페리가 가장 많이 이·착륙한 곳이었다. 툴루즈에서의 비행 경험이 그의 초기 소설인 ‘남방 우편기’ ‘야간 비행’의 중요한 배경이 됐고 사막에 불시착한 경험은 ‘어린 왕자’의 모티브가 됐다. 툴루즈는 생텍쥐페리를 도시 영웅으로 기리며 그가 비행했던 활주로 부지를 ‘자이언츠 활주로’라는 이름의 항공우주복합단지로 재탄생시켰다. 이곳에 그를 기리는 B612 혁신센터가 있다.
이러한 배경이 ‘강한 프랑스’를 추구하던 드골 정부에 매력이 된 셈이다. 드골은 무엇보다 파리를 제외한 지역이 ‘사막’처럼 바뀌면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드골은 핵 개발을 통해 우주 항공 국방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샤를 드골 전문가인 대전대 군사학과 정한용 대우교수는 “드골은 위대한 프랑스를 만들기 위해 전 국토의 과거·현재·미래를 포괄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며 “그는 또 핵 기술을 미라주 전투기,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개발, 방위산업을 포함한 최첨단 기술까지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툴루즈는 인근 37개 코뮌(자치 공동체)과 연합해 ‘툴루즈 메트로폴’을, 툴루즈와 보르도를 포함한 프랑스 남서부 지역은 ‘에어로스페이스 밸리’를 결성했다. 이 밸리에는 850여 개에 이르는 우주항공 기업이 활동 중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KPF 디플로마-우주항공 과정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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