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성인이 된 학폭 피해자…"100억 손배소" 법정 간다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유명 인사의 학교폭력 이력이 또다시 논란입니다.
20년 전 피해를 주장하는 한 피해자가, 무려 1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과거에 당한 폭력에도 현행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법적 쟁점을 박은선 변호사와 짚어보겠습니다.
배우 송하윤이 20년 전 일어난 학교 폭력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먼저 과거 어떤 행위가 문제되고 있는 것입니까?
박은선 변호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피해 주장자는 2004년 고등학생 때 그 배우로부터 약 90분간 뺨을 맞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그 배우를 포함한 3명에 집단 폭행을 당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고 이로 인해 그 배우가 강제전학을 갔다고도 합니다.
물리적 학교폭력에 대한 학폭 미투인 거죠.
서현아 앵커
연예계, 스포츠 부문에서의 학교폭력이 이슈가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이번에 이 학교폭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박은선 변호사
성인이 된 피해자가 과거의 학교폭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나아가 무려 100억 원의 민사소송 계획까지 밝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익명의 피해 주장자는, "처음에 사과만 했었어도 여기까지 안 왔다"면서 "100억 원을 청구하는 이유는 경종을 울리는 의미"라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소송이 제기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만일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가장 높은 금액의 민사소송이 제기되는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20년 전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이고, 또 학교폭력심의위의 강제전학 결정까지 있었는데요.
시간이 지난 지금, 피해자가 성인이 돼서 다시 문제 제기를 하는 게 가능합니까?
박은선 변호사
20년 전 피해를 지금 교육청에 신고할 수는 당연히 없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피해학생은 반드시 학생이어야 하는데 학생 신분 자체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학교폭력 신고 외 조치들이 가능합니다.
예컨대 형사고소나 손해배상금 청구의 민사소송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 고소에서는 공소시효, 민사소송에서는 소멸시효에 유의해야 합니다.
민사소송을 예고한 이 사건이 우리나라 법원에 청구된다면, 무려 20년 전 피해이니 소멸시효 도과 문제를 잘 고려해봐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의 소멸시효를 3년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사건은 무려 20년 전 피해인데 민사소송이 가능할까요?
박은선 변호사
민법상 소멸시효는,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피해자 등이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이 맞습니다.
그래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3년 안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안전한데요, 하지만 예외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2010년 우리 대법원은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미성년자로 행위능력이 제한된 자인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아야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미성년자인 피해학생의 부모가 학교폭력 사실과 가해자를 알지 못했다면, 그 학생이 성년이 될 때까지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거죠.
서현아 앵커
과거 학교폭력을 당했던 학생이 성인이 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까?
박은선 변호사
네, 맞습니다.
이 판결은 과거 학교폭력 트라우마로 괴로운 분들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피해학생 중엔 학교폭력을 당해도 부모님께 알리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 성인이 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2020년에는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의 민법 제766조에 제3항이 신설돼, 성적 학교폭력에 대한 소멸시효 유예에 대해선 아예 명시적인 법조항까지 갖춰졌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 사건의 손해배상 청구 금액에도 이목이 집중되는데요, 학교폭력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본래 이 정도의 고액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되나요?
박은선 변호사
제가 알기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까지 높은 금액으로 학교폭력 손해배상 청구가 된 일은 없었습니다.
이건 우리나라에선 실제 발생한 손해만큼만 배상액으로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법원은,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의 전보만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민사법 체계상, 형벌적 성질을 갖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우리나라 공서양속에 반할 수 있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3배 정도의 범위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 개인정보보호법이나 하도급법 등의 특별법들도 생겨났지만,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선 그런 특별법도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면 통상 민사소송으로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어느 정도입니까?
박은선 변호사
생각보다 크기 않습니다.
다만 피해학생 본인뿐 아니라 그 피해학생의 부모와 때로는 형제자매까지 원고가 되고 가해학생뿐 아닌 가해학생 부모까지 피고가 되는 등 당사자의 수가 많은 사건이 대부분이라서 그 점에서 배상액이 좀 커지기도 합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치료비, 향후 치료비, 위자료 이렇게 3가지를 청구하는 게 일반적인데, 대부분 위자료가 문제됩니다.
그런데, 피해학생 측으로서는 위자료가 너무 적다고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현아 앵커
실제로 우리 법원이 위자료를 어느 정도로 인정해오고 있습니까?
박은선 변호사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고학년 학생으로부터 머리를 맞은 사건에 대해 위자료 1억 원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150만 원만 인정했습니다.
통상 성인의 폭행죄 사건에서 벌금형이 70만 원, 그 손해배상액이 150만원 정도 나오는 게 그대로 반영된 거죠.
또, 다른 학생들 앞에서 피해학생들끼리 서로 얼굴을 때리며 싸우도록 강요한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은 "인격을 말살하는 극도로 비교육적인 행위"라고 하면서도, 청구된 위자료 총 2천6백만 원 중, 피해학생 본인에 대해선 100만 원, 부모에 대해선 각 30만 원만 인정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법원의 위자료 인정 수준이 낮다면 이번 100억 원 청구 계획은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박은선 변호사
언론에 따르면 피해 주장자가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재판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이 상당부분 인정되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막대한 피해 상황에 대해 잘 소명한다면 우리나라에서보다 상당한 배상금을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배상 판결을 받아도 한국 법원을 통해 강제집행을 해야 할 수 있는데요, 이 경우 우리 법원이 판결금액을 다소 낮출 가능성도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과거 학교폭력이라도 성인이 된 뒤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피해자에게 평생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는 학교폭력에 대해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도 뒤따라야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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