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회담’ 尹 때와 달랐다? 李대통령-장동혁의 ‘윈윈 회담’ 손익계산서
‘특검법’ ‘입법개혁’ 뼈 있는 여야 신경전에…李 “與, 많이 가진 만큼 양보해야”
‘화기애애’ 분위기 속 전문가들도 호평…“李는 통합·실리, 張은 존재감 챙겼다”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야당을 통해 들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청래 대표도 여당이신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까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습니다."(이재명 대통령)
"이런 게 협치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곧 취임 100일을 맞는데 그동안 무거웠던 짐을 야당과도 함께 나누시면 무게가 덜하지 않을까 말씀드립니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만에 제1 야당 수장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 테이블에서 처음 마주 앉았다. 물론 함께 배석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 대표 사이에서 '더 센 특검법'이나 '입법개혁 과제' 의제 등을 놓고 일부 신경전도 감지됐지만, 이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이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그간 피해온 '악수'를 처음 나눈 것은 물론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구성'과 '소통 약속'이라는 소기 성과도 내놨다.
불과 1년 전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빈손'으로 마쳤을 때와 사뭇 다른 그림이 완성됐다. 이에 정치권에선 이번 회담이 이 대통령과 장 대표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통합' 이미지를 구축하고 '협치' 물꼬를 틔워 윤 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장 대표 역시 야당 대표로서 목소리를 내고 존재감을 굳히면서도, 여당의 전방위 공세로부터 숨통을 틔울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악수' 나눈 여야 대표…李는 野와 '소통' 약속
이 대통령은 8일 낮 12시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권 교체 이후 첫 여야 대표 오찬 회동과 영수회담을 동시에 가졌다. 여·야·정 오찬은 1시간가량 진행됐고, 직후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 영수회담은 30분 동안 이어졌다. 이날 회동에는 민주당 한민수 대표 비서실장, 박수현 수석대변인과 국민의힘 박준태 대표 비서실장,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동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통합' 기조로 빨간·파란·하얀색이 섞인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한 이 대통령은 회동 시작 전 여야 대표와 악수를 나눈 후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했다. 장 대표 역시 지난 정 대표와 처음 악수를 나눴다. 여야 대표 간 '악수'는 장 대표 취임 13일 만이자, 정 대표 취임 37일 만이다. 또 이 대통령이 장 대표에게 취임 축하 인사를 전하자 장 대표 역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줘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물론 이 자리에서 뼈 있는 대화도 나눴다. 장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는 특검이 더 많이 보였다. 국회도 야당은 없고 민주당, 한 당만 보였다는 우려들이 있는 것 같다"고 그간 느낀 문제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주도의 특검법 개정이나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들에 대한 거부(재의요구)권 행사를 이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했다. 또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부동산 대책,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에 정 대표도 "비상계엄에 책임 있는 세력은 국민께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내란 종식에 서로 협력했으면 좋겠다"며 "제도권 정당은 내란 종식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또 검찰·언론·사법개혁과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여야가 정파 이익보다 국가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대승적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향후 건설적인 여야의 대화가 복원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
두 대표의 발언을 들은 이 대통령은 '통합'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저는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긴 하지만 이제는 국민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게 가장 큰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도 중요한 국가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용납될 수 있는, 용인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찾아내고 공통 공약 같은 것은 과감하게 같이 시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지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 일환으로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즉석에서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양당 수석대변인은 회담 후 공동 브리핑을 통해 "협의체 구성은 장 대표가 제안했고 이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극 화답하면서 성사됐다"며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성과 있는 협의체가 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자세한 구성에 대해선 각 당이 실무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진행된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영수회담 핵심 의제도 '정치 복원'이었다. 양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장 대표가 청년 고용정책,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등 구체적 민생 정책들을 제안하자 이 대통령은 "관련 부처와 협의하여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는 전언이다. 또 이 대통령이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하여 야당 대표 요청 시 적극 검토하여 소통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 이익" 호평 속 "李, 명확한 해법 부재" 지적도
이날 회동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장 대표가 특검 진행 상황 등 민감한 화두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도 "더 세게 (발언)할 줄 알았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장 대표 역시 이 대통령이 발언 기회를 한 번 더 주자 "이런 게 협치"라며 감사를 표했다. 관련해 양당 수석대변인은 "여야 수석대변인이 함께 국민 앞에서 (회동 결과를) 발표하는 이 모습 자체가 대화의 내용과 결과를 상징한다"고 자신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회담 결과가 양측에 호재라는 평가를 내놓는 분위기다. 일단 이 대통령의 경우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무탈히 치른데 이어 '내치(內治)'에서도 점수를 땄다는 분석이다. 안병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통상 대통령들은 '상대의 레버리지를 너무 키워주면 안 된다'는 주도권 신경전 때문에 일대일 영수회담을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이 대통령은 과감하게 하는 모습이 상당히 좋았다. '공존' '협치' 메시지에 '실리'까지 챙겼다"고 호평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본인을 2년 만에 겨우 만났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대비 효과도 누리게 됐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22대 총선 직후이자 취임 2년째를 앞뒀던 지난해 4월29일 이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과 처음이자 마지막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다만 회담에서 공동합의문 도출을 비롯해 양측이 기대한 가시적 성과는 도출되지 않았다. 관련해 안 교수는 "윤석열과 구별되는 대통령다운 행보를 통해 향후 상호 이익이 되는 좋은 정국을 이 대통령이 만들었다"고 봤다.
장 대표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이재명·정청래의 맞수'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장 대표 입장에선 야당 대표로서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 핵심 목표"라며 "기본적으로 여야 대표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속에서 이 대통령이 협치의 모양새를 만들고 거기에 부응해 여야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인 만큼 3자가 윈윈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날 회동에서 특검이나 입법개혁 등 민감 사안과 관련해선 대통령의 명확한 해법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양측 관계가 언제든 악화될 여지도 있다. 관련해 최 원장은 "대통령이 명확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검찰개혁의 경우도 '1년 유예'라는 접점을 찾은 것처럼 이 대통령이 장 대표의 주장을 수용하고 타협점을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해야 경색 정국의 해답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내란 세력이라도 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모든 부담은 대통령에게 쏠리게 된다. 전략적으로 '선물 아닌 선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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