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용자위원회]"특검 수사, 조각 보도로 독자에게 다가가기 어려워... 맥락 설명 강화해야"

송은미 2025. 9. 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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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기사 평가
한국일보 10기 뉴스이용자위원회가 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한국일보 10기 뉴스이용자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 18층 대회의실에서 특검 수사와 검찰개혁 등 법조 기사를 주제로 출범 후 첫 콘텐츠 평가 회의를 열었다. 이번 위원회는 위원장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외부 위원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권수현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 김예찬 뉴닉 에디터, 신소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 조수미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최석진 ㈜에스에스랩컴 대표, 사내 위원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으로 구성됐다. 회의에는 한국일보 이왕구 뉴스룸 사회정책부문장과 양홍주 논설위원이 함께했다.


"맥락, 의미 담아야 독자에게 간다"

뉴스 이용자 입장에서 수사와 재판 뉴스는 이해가 어렵고 불친절한 뉴스 중 하나로 꼽힌다. 권 위원은 "특검 수사 기사는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고 핵심이 뭔지를 파악하기 어려워 기사를 읽으면 피로도가 높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많은 기사가 혐의를 건조하게 나열하고 의미는 설명하지 않는다. 사건을 조각조각 보도해 전체 맥락에서 어떤 중요도와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그는 또 '민중기 특별검사팀'만 쓰고 '김건희 특검'은 언급하지 않는 사례 등 용어부터 정리가 안 돼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덧붙였다. 3대 특검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지금 뉴스 가독성을 높이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뉴스이용자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잘 읽히는 기사를 쓰려면 사건의 맥락을 풍부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 위원장은 "매일 새로운 사실이 발굴되고 신문은 그때마다 기사를 보도해야 하지만 독자는 조각난 정보로 사안을 부분적으로만 알게 된다. 일반 시민이 기사를 지속해서, 신경 써서 읽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상황을 정리한 중간종합형 기사가 독자에게 유용하다"고 제안했다. 권 위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이 주의 쟁점, 중요한 기소나 영장 청구 등이 무엇이 있었는지 정리해 주면 수사 흐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가 이 같은 정리 기사를 안 쓰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은 '김건희 재판에 넘겼지만... 특검, 공소유지·추가 수사 ‘할 일 태산’'(8월 30일 자), '전 세계가 주목한 '尹 부부 동시 수감'… 해외 유사 사례는?'(8월 17일) 등 수사 배경과 사례를 정리한 기사들을 칭찬했다. 그러나 "심층적으로 분석하거나 맥락을 정리한 기사가 더 많아져야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다"며 중앙일보의 기획 '3개의 칼, 특검 150일'을 예로 들었다. 박 위원장은 "한국일보가 라운드 업 기사를 보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비즈니스 전략 차원에서도 온라인이 아닌 지면에 더 많이 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 수사 현황과 전망을 정리한 기사

"주장 전달만 해선 안 돼, 검증해야"

검증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검찰, 건진 압수물 ‘관봉권’ 띠지 분실하고 아무 조치도 안 했다'(8월 20일 자) 등 관봉권 띠지 분실 보도가 "건조하게 검찰 입장만 전달한 인상"이라는 평이었다. 신 위원은 "압수물·증거 분실 혹은 훼손은 사법 정의와 신뢰를 뿌리부터 흔드는 심각한 사안인데 압수물 관리가 어떠했기에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를 유실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구체적 취재와 판단이 없었다. 증거물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고의로 누락시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도 조사해 쓰면 좋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판검사 사위만 3명...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목걸이 청탁‘ 이유는?'(9월 3일)에 대해 "정작 기사에 청탁 이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낚시성 제목인 셈인데 정론지에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가 검찰에 출석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분석과 비판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은 "발언의 의도와 파장을 냉정하게 분석한 타 언론사에 비해 한국일보는 설명과 비판이 상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정욱 변호사가 한국일보 시사 유튜브 '이슈전파사'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을 보도한 기사 ''윤석열 측근' 서정욱의 평가... "김건희, 尹보다 정치 감각 뛰어나"'(9월 2일)의 경우 "계엄 선포 배경에 대한 서 변호사의 분석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할지 의문"이라며 "무엇이 사실이고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법조 기사 외에 SNS 등에서 논란이 되는 연예인 기사도 검증 없는 베껴 쓰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990원 소금빵 판매’ 슈카월드 사과... “자영업자 비난한 적 없어”'(9월 1일) 기사가 그런 사례다. 권 위원은 "슈카는 빵값의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하려던 것이라고 말했는데 기사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정말로 소금빵을 990원에 판매할 수 있는지가 궁금한데 팔 수 있다, 없다는 주장만 있고 검증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명 인용해야 기사 신뢰 높아져"

사실에 기반한 객관 보도에 충실했는지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박 위원장은 특검 기사가 정보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익명 취재원이 많은 것을 지적했다. 그는 "많은 기사에서 특검 쪽 출처는 아예 밝히지 않은 채 '~인 것으로 파악됐다, 확인됐다’ 등으로 설명했다. 피의자 쪽은 실명이 나오지만 기자가 직접 들은 건지, 전해 들은 건지, 과거에 들었다는 건지, 진술조서에 있는 건지 분간할 수가 없다. 국내 거의 모든 신문이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이라고 뭉뚱그려 기사 리드에 쓰고는 기사 안에는 출처 없는 문장이 나온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독자는 익명 보도를 보면 기자 자신의 생각이 아닌가 의심할 가능성이 높다.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지 최대한 밝혀야 독자의 신뢰감이 커진다"며 "검찰에서 실명 출처를 얻기 어렵다 해도 최대한 실명을 써야 하며, 실명이든 익명이든 (정보나 발언을 쓸 때마다) 매번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기사 속 주관적 표현을 문제 삼았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으로, 신평 변호사를 '윤 멘토'로 쓴 사례를 들며 "이러한 주관적인 표현보다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쓰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최근 두 달간(7월 3일~9월 3일) 한국일보의 특검 기사를 타사와 비교하는 데이터 분석을 했다. 총 16개 언론사에서 특검이 언급된 기사 2만728건의 유사도를 분석한 결과 단독 기사도 있었으나 문장만 한국일보 기사의 차별성이 크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사설·칼럼 341건에서는 중도적 논조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피해 보는 시민 입장서 접근한 검찰 개혁 기획

기획기사 중에선 '검찰 개혁, 관건은 설계다'(8월 21일 자~)가 주목받았다. 최 위원은 "기사가 분석적이며 사례 분석, 통계 수치 분석으로 설득력이 배가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조 위원은 "여당 대 야당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의견이 양분되어 있는 가운데 검찰 견제와 국민 보호를 양립시킬 수 있는 형사사법시스템 구축이라는 명확한 목적의식과 독립적인 관점이 두드러진 기획이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큰 기획 시리즈를 쓸 때는 기자들이 왜 쓰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제도나 행정의 잘못이 있기 때문이지만 이는 부차적인 것이고, 그 때문에 시민들이 피해를 받는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기자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호평 속에서도 약자·시민 인권을 중심에 두고 접근한 기획의 관점에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윤 위원은 "고소인=약자=피해자라는 관점에서는 기소하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노동조합 활동을 업무방해죄, 공갈죄, 협박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것이 정의일까. 경우에 따라선 위험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획에서 약자 보호를 위해 검찰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반대의 경우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위원은 "기사에서 성범죄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해 기소한 사례는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노동사건 등 특별사법경찰 사건은 검찰이 지금도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데 보완수사를 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런 상반된 측면을 균형감 있게 다뤄야 하는데 당사자인 검찰과 경찰, 전문가 중에서도 목소리 큰 전문가의 입장을 주로 담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복잡한 사안을 다룰 때 취재원과 관점의 다양성이 중요함을 일깨우는 지적이다. 이 부문장은 "윤 위원이 언급한 약자·피해자 프레임에 대해 유념하고 앞으로 기획을 할 때 더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10대 극우화 '소년이 자란다' 기획 인상적

기획 '소년이 자란다' 첫회

이 밖에 10대의 우경화를 다룬 기획 '소년이 자란다'(9월 1~5일 자)가 좋은 기사로 꼽혔다. 권 위원은 "청년 보수화 논의가 나오면서 10대 상황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고 고민해 왔다. 언론이 의제 설정과 정보 제공 역할을 충실히 한 좋은 기획기사"라고 했다. 하지만 보완점도 있었다. 박 위원장은 "소년의 문제를 객관화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을 취재해야 했다. 소년이 있으면 소년의 친구가 있고 부모가 있고 동료들이 있다. 이들을 취재해야 기획의 임팩트를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4회에서 독일의 교육 시스템을 모범 사례로 대비시킨 것은 선진국에 비해 한국 교육이 뒤떨어진 게 10대 극우화의 원인이라는 결론으로 가기 쉬운데 실상 독일은 왜 극우화하고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며 "청소년·청년(특히 남성)들의 극우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에서도 미국 소설미디어의 극우 콘텐츠를 다 본다.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피드백을 살펴보는 내용이 있었다면 좋았겠다"고 했다.

’정규직 장애인 100명 돌파 ’공존의 꿈‘ 꽃핀 이화학당’(8월 25일 자)과 ‘[잘생잘사]"매년 유서 쓰며 삶을 스스로 평가... 잘 사는 게 곧 좋은 죽음의 준비“’(8월 28일 자)도 호평을 받았다. 윤 위원은 “인터뷰 기사는 다른 언론과 내용이 겹치지도 않고, 사람 이야기가 울림이 있어 눈이 꽂히게 된다”고 말했다.

아쉬운 기사로는 노동계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노란봉투법 보도가 지목됐다. 윤 위원은 8월 25일 자에 게재된 '與 노란봉투법 처리... ‘더 센 상법’ 오늘 통과될 듯' ‘재계 “하청 교섭·해외공장 어떻게” 혼란... GM 철수설 재점화' 등에서 "재계의 우려가 주로 보도되었고, 노조법 2, 3조에 대한 고용노동부 입장은 기사에 있었지만 고용부와 다른 노동계 입장은 담기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 '명품백 의혹' 김건희, 특검 출석 땐 수수한 토트백에 올블랙 차림'(8월 6일) 기사도 비판을 받았다. 권 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혐의가 사치품과 관련이 있어 보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검찰 출석 때 입은 옷과 가방에 주목하는 기사는 부적절하다. 여성의 외모에 집착하는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고 한국일보 격에 맞지 않는 기사"라고 말했다. 최 위원은 1면 사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른 일간지들이 남해안 6년 만의 적조 피해 사진을 게재한 8월 30일 자에 한국일보가 국무회의 사진을 실은 것, 9월 2일자 '與 잔칫집 野 상갓집' 사진이 다른 신문만큼 대비되지 않았던 점을 언급했다.

이성철(가운데) 한국일보사 사장과 박재영 뉴스이용자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뉴스이용자위원들이 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위촉식을 가진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뉴스이용자위원회명단

송은미 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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