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간 트뤼도 "韓 민주주의에 크게 감명"
퇴임 뒤 한국서 첫 공식 일정
서울대 학생과 민주주의 토론
"국제규범 붕괴 속도 빨라져
시민들의 정치 관여가 중요"
오전엔 국가AI연구거점 찾아
"美中에 맞서는 대신 협력을"

지난 3월 10년 동안의 임기를 마친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가 서울을 찾아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총리 퇴임 이후 첫 공식 일정이다. 고등학교 교사 출신인 트뤼도 전 총리는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듯 서울에서 학생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미·중 패권 경쟁에 직접적 관여자였던 그는 국제 규범 붕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가와 시민 간 협력으로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8일 트뤼도 전 총리는 매일경제가 주최하는 세계지식포럼 참석을 하루 앞두고 인공지능(AI) 연구기관과 대학을 잇달아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했다. 트뤼도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AI허브의 국가AI연구거점을 방문해 AI 전공 대학원생·교수들과 'AI 혁신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와 민주주의 가치'를 주제로 대화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에는 관악구 서울대 국제대학원 학생들과 '지정학적 격변과 기술혁명 속 민주주의 회복탄력성'을 주제로 담화했다. 대화는 예정된 시간보다 각각 30여 분, 15분간 더 진행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트뤼도 전 총리는 서울대에서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이런 자리를 이어갈 계획인데, 그 출발을 한국에서 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첫 출발지로 한국을 낙점한 것은 한국이 지닌 민주주의 상징성 때문이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가운데 몇 달 전 한국에서 다양한 배경과 이념을 가진 시민들이 함께 일어서는 모습은 규범과 원칙이 무너지는 시대에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기능 마비 등이 주요 토론 주제가 됐다. 트뤼도 전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쟁, 예측 불가능한 미국, 혼란을 일으키는 중국, 글로벌 무역 체계와 규범 기반 질서에 대한 도전 등 지난 10년 동안 국제 정세는 유례없이 격동했다"고 평가했다.
트뤼도 전 총리는 이 같은 거시적 차원의 거대한 변화를 정상화하려면 민주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범 질서의 균열은 특정 법을 흔드는 국가나 무력으로 국경을 바꾸려는 국가들을 통해 드러나지만, 더욱 큰 위협은 시민의 정치적 무관심"이라고 말했다. 트뤼도 전 총리는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때는 특정 국가의 행태가 나타날 때가 아니라 시민들이 '누굴 뽑아도 상관없다'고 냉소할 때"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하는 지도자들이 아직 많다. 제가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트뤼도 전 총리는 국제 질서를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안보리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규범이 무너지면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며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으로 모든 것을 막을 때 안보리의 한계는 극명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며 비효율성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세계 질서의 변화를 가져올 기술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가AI연구거점 방문 현장에서 그는 "현재 가장 중요한 기술인 AI 부문 경쟁이 미국과 중국 간 냉전 경쟁처럼 흘러가고 있다"며 "한국과 캐나다 같은 나라들이 연구를 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중국만큼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수 없다"고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AI는 인류의 다양한 목소리 속에서 개발돼야 한다"며 "AI는 '전기'보다도 인간의 삶을 크게 변혁할 것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정권이라고 해서 트럼프 행정부와 원활한 논의가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가이기 때문에 상대가 자기 나라의 이익을 분명히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기를 기대한다. 그 틀 안에서 성공적인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준 기자 / 김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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