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개편' 산넘어 산 … 고칠 法조문 9천개, 野도 강력반발
與野 격돌에 합의 쉽지 않자
민주, 이달말 단독처리 예고
기재부 개편·금감위 신설
野정무위원장과 협의 난항
재경부 반쪽 출범할 가능성
금감원 전문인력 이탈 우려도
◆ 금융당국 조직개편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검찰청 폐지와 기획재정부 분리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예고했다. 여야 간 극한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안 시행 시점이 부처별로 최대 1년 뒤로 잡혀 있어 실제 시행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8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뒤 가장 먼저 맞닥뜨릴 잡음은 기재부와 금융위원회의 조직 개편이다.
이번 정부 개편안에서는 기재부를 쪼개 내년 1월에 재정경제부로 개편하고 기획예산처를 신설할 예정이다. 기재부 분리 시점을 미룬 것은 연말에 진행될 내년도 예산안 확정 때문이다. 문제는 기재부 재편이 금융위 재편과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이다. 이번 개편안에는 기재부와 동일한 시점인 내년 1월에 금융위를 해체해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신설하겠다는 방안이 담겨 있다.
개편안 핵심은 금융위의 금융 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합쳐 국무총리 산하에 금감위를 두는 방안이다. 당정은 또 금감원 산하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새로 만들되 금감원과 금소원은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등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의원이라는 점이 변수다.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안 통과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이어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과 수사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더 센 특검법'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민주당이 추진하면서 국민의힘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법안 처리가 미뤄질 경우 금감위 신설 시점이 내년 1월이 되기 어려울 수 있고, 이 경우 재정경제부 역시 '반쪽 출범'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여당은 금감위 설치법이 정무위에서 막힐 경우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방식을 통한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하면 지정된다. 현재 국회 의석수를 감안할 때 민주당(166명) 외에 조국혁신당(12명), 진보당(4명), 기본소득당(1명), 사회민주당(1명) 등 범여권 의석수를 합치면 이를 충족할 수 있다. 다만 패스트트랙을 거치면 상임위원회 심의부터 본회의까지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결과적으로 내년 하반기는 돼야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직 개편 지연과 감독 체계 혼선으로 금융 정책 추진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위해서는 처리해야 할 관련 법안이 무수히 많다. 정부조직법 외에 은행법, 금융위 설치법, 한국산업은행법 등 연관 법안까지 연쇄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관가에선 금감위 출범을 위해 고쳐야 할 법과 감독규정 조문 수만 9000~9800개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의 조직 동요 역시 관건이다. 현재 금감원은 민간 조직으로 노조도 존재한다. 하지만 금소원 신설과 더불어 공공기관 지정 이슈까지 겹치면서 금감원 내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의 이탈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금감원 전체 임직원(2172명) 중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전문 인력은 절반 수준인 47%(1020명)에 달한다. 한 당국 관계자는 "연봉 삭감 등 조직 변화가 예상돼 이직을 준비하는 젊은 직원이 크게 늘었다"며 "이 경우 핵심인 감독 조사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7년 만에 다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뉘는 기재부 내에서도 우려가 만만찮다. 예산과 정책의 분리로 인해 예산이 따라붙는 경제 정책 수립과 조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금은 기재부 한 지붕 아래서 경제정책국과 예산실이 수시로 소통하지만, 부처 간 칸막이가 생기면 소통과 협조에 애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7월 보고서에서 "(과거)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체제에서 예산권이 뒷받침되지 않은 재경부의 정책 조정 기능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예산 기능을 분리할 때 이런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두고 여야는 엇갈린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올해 추석 귀향길에 검찰청 폐지라는 소식을 꼭 들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기저기 쪼개고 부수는 무절제한 생체실험"이라며 "개편이 아니라 파괴 같다"고 말했다.
[안병준 기자 / 김정환 기자 / 문지웅 기자 /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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