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칭→모텔 셀프감금 유도’…보이스피싱 수법 어디까지

박준하 기자 2025. 9.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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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광주광역시에 사는 70대 A씨는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속인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전 재산인 1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금 130돈을 구입한 뒤 보자기에 싸 들고 택시에 올랐다.

피해자는 모텔에 머물며 자신이 범죄자라는 착각에 빠져 가족과 지인의 연락을 피한 채, 전화로 전해지는 지시에 따라 돈을 송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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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나 금융기관 사칭해 모텔로 유도
가족, 지인과 연락 끊고 사기범과만 통화
심리적 지배한 뒤 자산 확인한다며 돈 뜯어
경찰청 “기관은 모텔로 가라고 하지 않는다”
대전에 사는 20대 B씨가 사기범에게 속아 실제로 제출한 반성문. 대전경찰서

4일 광주광역시에 사는 70대 A씨는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속인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전 재산인 1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금 130돈을 구입한 뒤 보자기에 싸 들고 택시에 올랐다. 목적지는 범인이 지정한 한 모텔이었다. 택시 안에서 A씨는 휴대전화 너머의 상대를 줄곧 ‘딸’이라 불렀지만, 수화기에서 들려온 것은 걸쭉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즉시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A씨를 설득한 끝에야 그는 “연락이 올 때까지 숙박업소에서 지내라”는 말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속임수였음을 깨달았다.

지난달 대전에 사는 20대 B씨는 사기범에게 속아 나흘간 모텔에서 머물며 하지도 않는 사기 범죄에 대해 반성문을 10장 썼다. B씨는 경찰이라고 사칭한 사기범에게 “당신이 개인정보를 관리하지 않는 탓에 범죄에 연루됐다”는 심리 지배를 당했다. B씨는 “무죄 증명을 위해 자산 검수가 필요하니 돈을 준비하라”는 말에 긴급 대출의 도움을 받아 9000만원을 마련한 상태였다. 부모의 신고에 경찰이 설득했지만 B씨는 “피해 본 사실이 없다”며 1시간 동안 부인하다가 속은 것을 알게 됐다.

최근 모텔에 셀프 감금해 범죄자에게 돈을 송금하는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가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이처럼 최근 ‘셀프감금’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에는 검찰이나 금융기관만 사칭했지만, 요즘은 피해자를 모텔에 스스로 가둬두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경찰청에 따르면 ‘셀프감금’ 보이스피싱은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으로 속여 “범죄에 연루됐다” “즉시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이후 ‘약식 조사’를 한다는 이유로 집이 아닌 모텔을 숙소로 지정해 머물게 하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도록 유도한다. 피해자가 스스로 모텔에 머물기 때문에 외부에선 단순 숙박처럼 보인다. 피해자는 모텔에 머물며 자신이 범죄자라는 착각에 빠져 가족과 지인의 연락을 피한 채, 전화로 전해지는 지시에 따라 돈을 송금한다.

이 과정에서 사기범은 협박과 회유를 번갈아 쓰며 피해자를 가스라이팅한다. 잘못을 인정하라는 명목으로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죄책감을 심어 불안을 증폭시키는 방식도 활용된다. 따라서 피해자는 경찰이 직접 찾아와 설득해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범인 편에서 저항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사기범이 “혹시라도 경찰옷을 입고 설득한다면 그 사람을 조심해라” “경찰관을 따라가면 무죄로 풀려날 수 없다”는 식으로 속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홍보 포스터 5만부를 제작해 전국 숙박업소에 부착하기도 했다. 실제로 숙박업소 직원이 포스터를 보고 수상한 정황을 인지하거나 피해자가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예방 포스터를 보고 피해를 깨달은 사례도 있다. 숙박업소에서 112에 해당 사실을 신고하면 신고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모텔에 들어가라고 지시하지 않는다”며 “전화로 범죄 연루나 자금 이체를 요구하면 즉시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이 장시간 끊길 경우, 경찰에 실종이나 감금을 신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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