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어머니 "내 새끼의 뜻을 받아 단식을 시작합니다"

윤유경, 김예리 기자 2025. 9. 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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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장연미씨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
故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 "정부와 MBC, 재발 방지 위해 나서주길"
분향소 천막 설치 두고 실랑이도…MBC "강제 철거 조치 예정 없어"

[미디어오늘 윤유경, 김예리 기자]

▲ 8일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진행된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요안나 1주기를 앞두고 저는 곡기를 끊으려 합니다. 요안나가 없는 세상에서 저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불쌍하게 죽은 내 새끼의 뜻을 받아 단식을 시작합니다. MBC를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한 생명은 우주입니다. 하지만 MBC는 수년을 일했어도 프리랜서라고, 비정규직이라고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합니다.” (고 오요안나 MBC 보도국 기상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씨)

지난해 9월15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던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을 앞두고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MBC의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며 8일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장씨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진행된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단식 시작을 알렸다. 기자회견 도중 경찰과 MBC 직원이 고인의 분향소 천막 설치를 막아 주최 측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8일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진행된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김용균재단,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 직장갑질119, 정의당, 노동당 등 44개 언론·시민사회단체 및 정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사망 관련 문제 해결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인의 유족들은 MBC에 △안형준 사장의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한 사과와 노동자 인정 △사내 추모공간 마련 등 명예회복과 예우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과 제3의 전문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실태 조사 등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 △사망 책임에 부합하는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은 지난 7월30일 안 사장을 만났고 8월22일 사측 대표와 만나 실무 협상을 진행했지만 MBC 측의 명확한 답변은 오지 않았고, 이에 단식 농성에 돌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발언에 나선 어머니 장연미씨는 “MBC는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 MBC와 두 번 만나 요구안을 전달하며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해결 의지도 없었고, 자존심 상하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봤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장씨는 “방송 미디어 산업의 수많은 청년들이 요안나처럼 고통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싸우면서 알았다”며 “요안나의 억울함을 풀고 떳떳한 엄마가 되려 한다. 1주기 전에 문제가 해결되고 MBC에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8일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진행된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 현장. 사진=김예리 기자.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김용균재단 대표)는 장씨 옆에 서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고 오 캐스터가) 아들 용균이와 너무도 닮은 꼴이라 가슴이 더 아팠다”며 말문을 뗀 그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일용직, 특수고용직의 말로가 죽음 아니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불안정한 직장이었다는 게 이토록 참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시는 노동자들의 삶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길 바란다”며 “고 오요안나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MBC는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하루 빨리 나서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8일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진행된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 현장. 고 오요안나 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씨와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윤유경 기자.

두 차례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음에도 거듭된 KBS의 불복 소송으로 복직하지 못하고 있는 KBS 청주총국 K작가도 기자회견을 찾았다. 그는 해고 후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고립감”이었다고 말했다. K작가는 “몸 담았던 회사에서 동료들로부터 외면 당했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생의 기로에 섰던 요안나님에게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사람이 방송사에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안타까운 선택을 했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모든 것의 원인은 대부분의 많은 방송 노동자들이 무늬만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함께 일했던 동료가 극단적 선택을 했음에도 내부에선 그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 현실이, 과연 공정한 방송을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방송사의 진짜 모습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지경 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언론노조는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가입 가능한 미디어연대지부를 운영하고, 올해 처음으로 방송작가지부가 방송사와 단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이 자리에 서며 죄스럽고 무거운 마음을 느낀다. 누구나 차별 없이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은 “MBC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MBC에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싸움에 함께 해주길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8일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진행된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 현장. MBC 앞에 설치된 분향소 천막. 사진=김예리 기자.

정치권에서도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근본적 해결책은 기상캐스터에 대한 채용상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차별이 정당화되면 관계에서의 차별로 이어진다”며 “오 캐스터는 불안정 노동자로 차별받고 주변부로 밀려나 불안정한 위치 때문에 더 쉽게 차별에 노출되고 배제됐다. 괴롭힘을 호소하니 더 높은 벽을 만나야 했던 그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은주 정의당 정무실장도 “오요안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잔인한 구조를 뿌리부터 뒤집어 엎어야 한다”며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이 처한 현실을 전수조사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매뉴얼을 제작해야 한다.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이 발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유족과 단체들이 기자회견 중 분향소 천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MBC 직원이 막아서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MBC 직원이 '천막 설치는 약속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며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관련해 MBC 관계자는 8일 미디어오늘에 “당초 신고 내용과 다르게 천막이 설치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며 “천막과 관련해 MBC 측에서 강제 철거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유족과 단체들이 기자회견 중 분향소 천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MBC 직원이 막아서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지난 1일 미디어오늘에 유족 측 요구안 관련 검토 중이라고 밝힌 MBC 측 입장엔 아직까지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MBC 측 관계자는 1일 “비정규직 직고용 문제에 대해선 계속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실태 전수조사 요구에는 “자체적으로 비정규직 프리랜서 관련 직장갑질 등에 노무관리를 계속하고 있다. 외부기관을 통한 실태 전수조사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보상 요구에 대해선 “배임 문제를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안 사장이 공식 사과하라는 요구에 대해 이미 방송 사고(社告)로 사과와 재발방지 입장을 밝혔고 안 사장이 유가족을 처음 만난 7월 말 사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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