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시설관리공단 설립 추진에 일터 옮길 노동자 잇단 ‘성토’

[기사수정 12일 오후 3시40분] 가칭 제주도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위한 공청회가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노동자들의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8일 오후 2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시설관리공단 설립 추진에 따른 주민공청회는 노동조합 관계자들의 참석이 두드러졌다. 고용 승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들은 시설관리공단 설립에 부정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최근 행정안전부 산하 지방공기업평가원은 제주에 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하는 게 타당하다는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
대상사업은 자동차운수사업(공영버스)과 하수도시설, 환경시설이다. 세부적으로 공공하수처리시설과 위생처리시설, 소규모하수처리시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광역음식물류폐기물자원화시설 등이다.
체육시설이나 장묘시설, 주정차 단속 관련 업무 등도 검토됐지만, 제주는 3개 사업만 시설관리공단 대상 사무로 분류됐다.
이사장을 중심으로 3본부·1실 15팀 체제 550여명 규모의 시설관리공단이 설립되면 현재보다 연평균 84억원 정도의 수지가 개선된다는 검토 결과가 도출됐다. 일반직 300여명, 공무직 230여명, 기간제 100여명 등 수준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공무원과 공무직을 비롯한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타당성 검토 결과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일을 계속하는데, 노동자들의 소속이 시설관리공단으로 바뀌는 것만으로 인건비 등을 아낄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실제로는 노동자들의 인건비 감소에 인력 축소가 더해지면서 현재보다 저임금, 고강도 노동 현장으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하수와 환경 관련 일부 시설 운영에 대한 수익성을 약속하면서 민간에 위탁하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면 인건비 부분도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인력 축소 우려에 대해 정은주 단장은 "시설관리공단 전적 대상자 중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이 있다. 업무 중복 부분에 대한 인력이 일부 축소되더라도 자연 퇴직자가 있어 해결될 부분"이라고 했다.
또 정성환 연구원은 "제주형 행정체제개편도 언급하는데, 시설관리공단은 광역 사무라서 기초단체 도입과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시설관리공단 설립 추진에 따라 직원 임금체계 개선에 대한 조사도 진행중이다. 올해 12월께 결과가 나오면 공단 소속 직원들의 임금 구조가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민간에 위탁하지 않고 직영 체제면 해결된다는 주장에 대해 정 단장은 "공직사회는 주기적으로 인사이동이 이뤄져 시설관리공단 관련 사무 전문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제주에 하수, 환경 관련 청년 일자리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다수의 노조 관계자들은 "사실상 이직하라는 얘기인데, 임금 등 근로조건 부분에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얘기가 우선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서두르지 말고 다양한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2019~2020년 추진돼 무산될 때와 큰 차이가 없다"고 성토했다.
제주도는 9월 말까지 누리집을 통해 시설관리공단 타당성 검토 결과를 공개하는 한편 읍면동 주민센터 등에도 자료집을 비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노조 등 관계자들과 수시로 만나 협의하고, 제주도 시설관리공단 설립심의위원회 심의와 행안부 2차 협의 등을 거쳐 내년 7월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도의 시설관리공단 설립은 이번이 2번째 시도다.
제주도 시설관리공단은 전임 원희룡 도정에서도 추진된 바 있다. 행안부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아 2019년 7월 제주도의회에 '제주도 시설공단 설립 운영 조례안'이 제출됐지만, 1년6개월이 지난 2020년 12월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시설관리공단 인력과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당시 재적의원 36명 중 찬성 13명, 반대 19명, 기권 4명으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