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 노동자만 추방, 구금… 우리 정부는 왜 '비자 동맹'에 실패했나

강서구 기자 2025. 9. 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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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美 현대차-LG엔솔 공장 단속 파장②
다행히 석방 교섭 마무리했지만…
반복되는 美 내 노동자 비자 문제
전문직 비자 ‘H’ 추첨제로 배정해
2012년부터 E4 비자 개설 추진
아직 이렇다 할 성과 내지 못해
美 다른 국가엔 전용 취업비자 할당

미국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류션 배터리 공장 노동자 체포·구금 사태가 일단락됐다. 정부는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의 석방을 위한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2012년부터 추진해온 한국인 전문직 종사자의 미국 내 취업을 위한 'E4 비자 개설' 협상에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쉽게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7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 조지아주州 한국인 노동자 체포·구금 사태가 일단락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 단속 작전을 벌여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다행히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는 사흘 만에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열린 당정협의회 모두 발언에서 "관련 부처와 경제단체, 기업의 신속한 대응으로 구금된 노동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며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을 모시러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8일 브리핑을 통해 "구금된 우리 국민 전원을 전세기로 귀국시키기 위해 미국 측과 세부 내용을 협의 중"이라면서 "구금된 300여명 중 250여명을 영사가 면담한 결과, 건강 문제나 인권 침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韓 노동자 구금의 이면 = 하지만 이번 노동자 체포·구금 사태에선 살펴봐야 할 게 있다. 바로 '비자' 문제다. 미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공장 노동자들은 어떤 비자를 사용해 미국으로 간 것일까.

사실 현대차-LG엔솔 공장 노동자들의 비자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가 아니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려면 E-1(필수적인 상사 주재원)·E-2(투자회사의 필수적인 직원), H-1B(전문직 종사자)·H-2B(임시 노동자), L-1(일반 주재원) 비자 등을 받아야 한다.

[자료|한미경제포럼위원회, 사진|뉴시스]

문제는 이를 취득하는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더구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H-1B 비자의 발급 방식은 추첨제다. 이 때문에 H-1B 비자 발급 건수는 8만5000개인데, 세계 각국의 신청자는 50만명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편법을 사용해 미국에서 일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즈니스 회의나 계약을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때 최대 6개월간 체류를 허가하는 B1 비자나 전자여행허가(ESTA·무비자)를 소지한 채로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에 미국 당국에 체포·구금된 300여명의 현대차-LG엔솔 공장 노동자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20년 6월 미 정부가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 건설 현장에 취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한국인 33명을 추방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해 9월에도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미국 공장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13명이 미 국토안보수사국에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 비자동맹의 실패 = 그렇다면 우리나라만 이런 상황일까. 사실 다른 국가들은 미국으로부터 '전용 취업비자 쿼터'를 할당받고 있다. 한미경제포럼위원회에 따르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칠레는 1400명, 호주는 1만500명, 싱가포르는 5400명의 전용 취업비자 쿼터를 받았다. 반면,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동맹국이자 수십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우리나라는 '제로(0)'다.

더 심각한 건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2012년부터 한국인 전문직 종사자의 미국 내 취업을 위한 E4 비자를 개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WKA·Partner with Korea Act)'의 입법을 추진해 왔지만 미 연방의회에서 번번이 막히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가 미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한국 기업의 고용을 확보하기 위한 '비자 동맹'엔 실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체포·구금됐다.[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외교부는 이번에도 "미국의 법적 절차를 존중해야 하는 만큼 미국에 입국할 때 받았던 비자에 따라 불이익 여부가 다를 수 있다"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결국, 8일 오후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한 조현 외교부 장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조 장관은 워싱턴DC에 도착하는 대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미 고위 인사를 만나 한국인 노동자 석방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남은 방미 기간에 우리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수요에 맞는 비자 발급 체계 개선 등을 협의할 전망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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